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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경제를 대변하는 싱크탱크가 되겠다”
[인물과사상의 눈] 대한민국 경제는 총체적 위기,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이해리   기사입력  2013/11/22 [17:55]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전환하겠다.
그 핵심 가치는 창의성과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이다.”
- 2013년 4월 3일, 박근혜 대통령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표방했던,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게 진행 중이다. 세 차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은 지난 정권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것도 실패로 평가하는 ‘연착륙’식 부양책을 기저로 한다는 비판이 많다. 심지어 2014년 예산 발표와 함께 기초연금에 관한 대선 공약까지 후퇴하는 상황은 여론의 악화를 불어오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한계론’이 언급되는 가운데, 외부 환경도 좋지 않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는 물질 만능과 천민자본주의로 점철된 채 심각한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는데다, OECD 국가 중 최고 속도로 진행되는 ‘저출산 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전문가인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정확한 근거에 준한 타당성과 대안을 모색하고, 국가뿐만 아니라 가계 경제에도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립 경제연구소를 통해 모든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올바른 정보를 명시하기 위한 보고서 생산에도 주력하는 등, 그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의식의 고찰과 사안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대한 남다른 의지를 밝히며 대한민국 경제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진단했다.

특히 선 소장은 우리나라는 신체적 측면에서 중병을 앓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서도 의식과 감각이 마비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념을 떠나 교착 상태에서 진일보하지 못하는 한국 경제의 현실 직시를 주문하고 근본적인 구조의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선 소장은 개혁의 단초로 조세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꼽았다. 이는 ‘세금혁명당’ 활동과 맥을 같이하는 것다.

선대인 소장은 경제학자 우석훈, 개그우먼 김미화와 함께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에 1년 1개월 동안 고정 출연했으며, 세금혁명당 대표로 있다. 2012년 7월 별도의 후원을 받지 않는 독립 연구소인 선대인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치열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는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위험한 경제학』(전 2권), 『프리라이더-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세금 혁명-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 『문제는 경제다-버리고 바꾸고 바로잡아야 할 것들』, 『우석훈 선대인의 누나를 위한 경제』,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질문』 등이 있다.

기초연금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다

이해리 : ‘창조경제’를 표방하며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던 박근혜정부가 내놓는 모든 경제 정책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전문가로서 어떻게 해석하시나요?

선대인 :우선 큰 틀에서부터 말씀드리고 싶군요. 결국 역량이 부족한 이들이 집권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입니다. 단순히 이념 차원에서가 아닙니다. 사실 민주당이 집권했더라도 얼마나 더욱 적극적으로 잘해나갔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민주당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했겠지만, 중요한 것은 박근혜정부는 나라의 살림살이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방향·철학·전략·방법론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선 공약조차 무책임하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는 집권은 했지만, 이 시대에 필요한 개혁을 추진하거나 이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어나갈 의지와 노력이 전혀 없는 정권입니다. 그 한계가 벌써 드러나는 것이죠.

이해리 :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편파적으로 보이지만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그렇고요. 어떤가요?

선대인 :여론조사를 통해 박근혜정부가 잘하거나, 못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너무도 터무니없어 보입니다.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워낙 사람들의 낮은 기대감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무 수행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에 근거해 정부가 자신감을 가지고, 잘하고 있다는 의식을 가진다, 그것은 거대한 착각이죠.

이해리 : 사람들의 낮은 기대감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요?

선대인 :이명박정부가 문제가 많았잖아요. 사람들은 이미 (좀 유감스럽지만)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정부 시대와 이명박정부를 겪으면서 지칠대로 지쳤습니다. 일반 서민의 살림이 그리 나아지지 않았거든요. 국민경제 부분에서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정부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것은, 그분들(정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보면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서민의 삶이라는 기준에서 본다면, 그 시기에 대단히 악화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분명히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서민의 삶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제야말로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박근혜정부는 그럴 만한 역량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그저 정치공학적인 구도 속에서 정부가 이런저런 정책을 제시할 뿐, 시대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이해리 : 박근혜정부의 2014년 예산 발표와 함께 기초연금 부분이 대선 공약과 달라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선대인 :2007년 기초노령연금제도법을 만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잘 지적했다고 봅니다. 기준 연금액은 (A값 10퍼센트인) 20만 원이 되는데, 기초연금 최댓값을 물가만 반영시켜서 결국 지금의 20만 원의 가치로 고정시켜버린 것이죠. 공약도 지키지 않고 수정한 기초연금은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보면 예전에 만들었던 기초노령연금에 비해 적은 금액을 수령하는 정책입니다. 이것을 개혁안이라 발표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해법이 없어요.

잠시 눈속임으로 대중을 속인 것뿐입니다. 그렇기에 국민 경제는 전반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정부가 과제를 해결할 능력과 긍정적인 개혁안에 대한 역량과 비전과 철학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반증입니다.

이해리 : 사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예산안을 보면 복지 관련 예산은 전체의 약 30퍼센트인 105조 9000억 원으로, 그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이 체감하는 복지의 수준은 더욱 낮게 느껴집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나요?

선대인 :많은 분이 알고 계시겠지만, 한국은 OECD 국가에서 공공복지 수준이 최하위에서 두 번째입니다. OECD 평균의 40퍼센트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심할 정도의 복지 지출 수준이지만, 고령화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어요. 한국은 복지 지출 수준은 가만히 두어도 급증하는 반면, 복지 인프라는 대단히 취약한 수준이고 충당할 재정 지출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고령화가 되면 복지 지출의 대부분이 기초노령연금 지출과 의료비 지출인데, 이 두 가지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약까지 내세워 기초연금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최소한의 공약조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어요. 아니 최소한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기초연금조차도 공약에 비해 현저하게 후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도 노인 빈곤 비율이 세계 1위입니다. 최소한의 노후자금이 없어 최저 수준의 생활도 영위하지 못하는 노인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각종 질병과 우울증, 정신질환 등에 노출되어 있어요.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인구가 급증한다는 의미인데, 그에 대한 대책이 무방비 상태란 말입니다. 이런 사회 경제 구조를 가지고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개혁이 절실합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총체적 위기다

이해리 : 우리나라 경제가 직면한 현주소가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선대인 :한국 사회에 문제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짧은 인터뷰에서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문제 덩어리죠. 일단 서민 가계에 필요한 개혁들을 추진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나치게 극심한 상황까지 치달았으며 이미 큰 중병에 걸렸습니다. 거의 악성종양에 걸려서 한참 진행이 된 상태죠. 물론 말기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매킨지(Mckinsey)에서 발표한 「제2차 한국보고서: 신(新)성장 공식(Beyond Korean style: Shaping a new growth formula)」 중 비즈니스 투어리즘(Business tourism)에 관련된 부분을 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점점 뜨거워지는 가마솥 안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 같은 상황”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한국 경제가 개구리처럼 죽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통은 천천히 감각의 마비를 일으키는 속도로 진행 중이고, 사람들은 이제 굉장히 고통스러운 상황인 데 반해 그것이 표출되지 않고, 표출해주는 정당도 없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건드려 제대로 보도하는 언론도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그러다 보니 계속 정권의 논리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그 기득권의 생각이 계속 정책과 제도에 관철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는 거죠. 한국 경제는 신체적인 측면에서 중병에 걸렸다면, 정신적 측면에서도 인지마비, 감각마비 상태입니다. 이런 부분도 이미 상수화되어 있습니다.

이해리 : 악성 종양에 걸려 한참 진행이 되었는데 의식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예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선대인 :우리에게는 산재한 문제가 있습니다. 재벌 독식 구조로 내수 침체가 왔고, 수출 일면의 구조, 극심한 양극화에 따른 성장 동력은 점점 약화되어 이미 저성장 구조가 확연해졌습니다. 그런 사이에 공공 부채와 가계 부채는 각각 1000조 원을 전후하는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부동산 거품은 거의 해소되지도 않고, 대다수의 가계들은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가 되었어요. 대학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등록금을 부담하는데 졸업 후에는 10명 중 4명 정도만 취업이 가능합니다. 소득 기간은 세계에서 가장 짧고, 정년은 가장 빠릅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무척 적어서 20~30년 후에는 국민들에게 안정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해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화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총체적 위기 아닌가요? 이것을 총체적 위기라고 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총제적인 위기라고 하겠습니까!

이해리 : 4·1, 7·24, 8·28 등 세 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과 후속 조치가 있었는데요. 계속해 주요 언론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며 회복 조짐을 점치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선대인 :예를 들면 재벌 독식 구조, 부동산 거품, 가계 경제의 악화 등의 문제들을 풀겠다는 정책이나 제도가 오히려 문제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듭니다. 현 정부의 4·1 대책, 7·24 후속 조치, 8·28 전월세 대책이 그것입니다. 집값이 너무 높아 서민들이 힘이 들고 심지어 전월세 가격마저 올라 고통스러운 상황을 개선하고자 나온 대책인데 반대로 집값은 더욱 뛰고, 전월세 상승은 막지 못한 상태거든요. 그런데 현오석 부총리는 “한국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 가운데 하나가 최근 몇 주 동안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니 모순 아닌가요? 상황을 이 지경까지 끌고 온 것도 모자라 원인을 제공한 정부와 관료가 국민들이 그 사실에 접근할 수 없도록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한국 경제는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가계 부채가 대표적입니다. 예컨대 2004년 가계 부채는 470조 원인데, 올해 2분기 말 현재 980조 원으로 두 배로 뛰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명박정부부터 계속 ‘연착륙론’만 내세웁니다.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데 어떻게 연착륙이라는 말을 할 수 있습니까.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해리 : 연착륙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만으로는 긍정적으로 들리는데요. 우리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선대인 :연착륙은 천천히 부드럽게 착륙하는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이니, 이처럼 경기나 기업 경영 상황의 하강 곡선이 천천히 그려진다면 최상이겠죠. 하지만 악용되고 있으니 문제인 거죠. 다시 말해서, 정부와 기득권, 대다수의 언론이 손을 잡고 엄포를 놓았잖아요. 급하강, 즉 경착륙(Hard Landing)은 충격이 크기 때문에 경제 전체에 미치는 파급이 엄청난 피해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입니다. 연착륙론을 갖가지 부양책을 쏟아내는 명분으로 삼았다는 겁니다. 그러나 20여 차례가 넘는 대책이 결국 건설업계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사이 가계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났어요. 결국 연착륙을 부르짖으며 경착륙의 가능성을 키운 셈입니다.

이해리 : 소장님께서는 ‘펌 랜딩(Firm Landing)’이라는 표현을 쓰셨던데요. 무슨 뜻인가요?

선대인 :이른바 ‘견착륙(堅着陸)’입니다. 지난 7월 있었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기사에서 착안했지요. 날씨가 나쁘거나 활주로 길이가 짧을 때는 고도를 약간 빠르게 떨어뜨리면서 다소 거칠게 착륙하는 방법이 더 안전하다는 겁니다. 그래야만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거든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날씨와 활주로 여건으로 볼 때, 연착륙이 불가능합니다. 부동산 정책의 조종간을 쥐고 있는 기장이 공항 위를 선회하면서 여건이 좋아지기를 바라기만 하는 것이죠.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연착륙을 시도했지만, 실패할 뿐 연료마저도 바닥나고 있어요. 그래서 사태를 직시하고 더 늦기 전에 펌 랜딩을 시도해야만 합니다. 그나마 펌 랜딩이 가능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공정 과세와 세금 혁명

이해리 : 부동산 시장에 대해 ‘펌 랜딩’ 기회를 말씀하셨는데요. 경제 전반으로 확장시켜볼 때, 역시 펌 랜딩이 가능한가요?

선대인 :제가 펌 랜딩을 이야기한 것은 부동산에 국한한 것이지만, 국가 전체로 보아도 그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앞으로 5~10년 후, 한국 경제의 앞바다에 ‘저출산 고령화’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덮칠 거예요. 남은 시간 동안 한국 경제를 근본적으로 탈바꿈시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쓰나미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조 개혁이 필요한 것이죠. 그래야만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요. 정말 다급한 상황이에요.

이해리 :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가능한 해법이 있나요?

선대인 :이런 상황에서 한두 가지 혹은 한 차례에 사태를 반전시키는 해법은 없습니다. 요술방망이가 어디 있나요. 없습니다.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된 잘못된 정책과 제도로 인해 비틀어진 사회구조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어요. 바꾸는 과정도 굉장히 지난한 노력과 방법론과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구조 개혁의 첫 번째 과제가 무엇이냐. 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는 세금 혁명입니다. 나라 살림살이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예산이죠. 그 예산의 바탕이 되는 세금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거예요. 따라서 세금 혁명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기초연금은 재원이 없으므로 지금과 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것에 문제가 있어요. 물론 정치적인 반발이나 어려움이 있겠지만, 적어도 정책과 제도의 측면에서 그 정도의 세수를 마련하지 못하는 것은 마련할 의사가 없다는 거죠. 왜 마련하지 못합니까? 조세 공평성을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세금을 사용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들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거든요.

이해리 : 말씀하신대로 재원 확충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증세는 없다’고 말하면서 계속 난항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요. 해결책이 있을까요?

선대인 :나라의 살림살이를 바꾸는 큰 틀의 세 가지를 제시하고 싶은데요. 세금을 공정하게 걷는 정세(正稅), 잘못 사용되는 세금을 바르게 바꾸어주는 전세(轉貰), 최종적으로 세금을 더 걷는 증세(增稅)가 있습니다. 그런데 증세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정세와 전세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증세에 동의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증세를 하더라도 공정하게 거두어 제대로 사용한다는 믿음이 없으면 결코 증세는 불가능합니다. 일시적인 증세는 가능하겠지만, 고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는 힘듭니다.

‘세금을 더 내라’고 해서 냈는데 그 세금을 엉뚱하게 쓰더라, 기초연금 공약은 지키지도 않더라 그러면 사람들이 세금을 내겠습니까? 일시적인 세금은 더 거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세금을 낸 후에 경험을 하게 됩니다. ‘세금을 더 내니 내 삶이 좋아지더라.’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다면 세금을 안 낸다는 거죠. 그런 상황이라면 저도 내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까지 납세의 의무를 다했습니다만(웃음) 저도 세금을 더 내기가 아까워질 거라는 말씀입니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면구스럽지만 저는 세금을 내는 비용 못지않게 이런저런 명목으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국민TV’와 같은 언론과 예닐곱 군데의 시민단체에도 후원을 합니다. 그런 부분의 비용은 아깝지가 않아요. 정말이지 이 사회에 필요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드리지는 못하니까 후원의 형태로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어서 기분이 좋잖아요. 저의 책임감과 의무감을 덜어낼 수도 있고요. 많은 시민이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그렇게 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세금을 내라고 하면, 세금이야말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그 공공자금을 내는 것이 아깝다는 거예요.

이해리 : 국민들이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가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선대인 :사람들에게 믿음이 없다는 것이죠. 공정한 과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유리지갑’도 열릴 것입니다. 신뢰가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조세 제도를 평가할 때 수직적 형평성, 수평적 형평성을 거론합니다. 수직적 형평성은 소득 재분배를 얼마나 잘하느냐를 평가하는 것이고, 수평적 형평성은 소득이 같은데 세금이 다르게 책정되는 차이를 평가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소득세 안에서의 소득 계층별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도는 선진 복지국가들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수평적 형평성을 말씀드리면, 소득세·부가가치세·각종 간접세가 있잖아요. 이 안에서 근로소득자들은 투명하게 소득세가 늘어가고, 세금을 다 냅니다. 하지만 고소득 자영업자들과 악덕 사업자들, 대기업들은 세금을 안 내거나 제도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되어 비합리적으로 적은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거든요.

이해리 : 조세의 불평등이 심각해보입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선대인 :근로소득자들은 연봉에 따른 직간접세와 4대 보험료을 내고 있잖아요. 그런데 부동산 부분에서는 엄청난 금액의 세금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어요. 예를 들어 부동산 임대 사업자들, 집주인들은 10명 중의 3명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만 세금을 냅니다. 그런데 미수되는 세금을 걷겠다는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나요? 그 막대한 불로소득이 발생하는데, 과세하자는 얘기가 없습니다. 도대체 말이 안 되는 거죠.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는 양도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불로소득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부자들에게 쏠려 있어요. 부동산 자산은 다 부자들이 보유하고 있잖아요. 양도 차익도 발생하고 임대 소득도 발생하는데, 왜 과세를 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그런 부분에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심지어 증세를 통해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람들까지도 이런 근본적인 조세 형평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양도 차익과 주식 배당 수익에 대한 과세를 하지 않습니다. 보유 지분 3퍼센트 이하 금액으로 100억 원 이하로, 대주주가 아니면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1가구 1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 차익이 발생하면 공제 감면 혜택은 줄지언정, 기본적으로 비과세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심지어 부동산 시장을 부양시키기 위해 1가구 2주택자도 비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잖아요. 반면에 소득세를 좀 더 걷으려고 소득 공제와 세액 공제를 바꾸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입니다.

요컨대 반드시 거두어야 하는 세금은 걷지 않거나 못 거둬들이고, 단순히 보이는 부분에서만 세금을 더욱 걷겠다고 한 것이 소득세제 개편안입니다. 이외에도 조세 도피처에 얼마나 많은 돈을 빼돌렸습니까. 그것을 모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방조하거나 묵인하고 있는 거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건설 사업의 비중이 OECD 평균의 두 배입니다. 복지나 교육 지출 등은 적어도 토건 사업 예산은 개발도상국만큼이나 많습니다. 건설업의 비중도 역시 두 배 수준이고요. 심지어 4대강 건설 사업에서 본 것처럼, 특히 담합을 통해 예산까지 낭비했잖아요. 애초에 불필요한 사업을 진행한 거죠. 설사 필요한 사업이라고 해도, 담합으로 부풀려진 비용을 1조 원이나 지출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재벌 기업들이 건설업자들을 끼고 비자금을 조성하고 소득을 탈루하고 탈세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지하경제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상황입니다.

공정 과세를 위한 기초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고, 조세 불공평이 대단이 심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조세 정책을 통한 불평등 감소 효과가 압도적으로 OECD 국가에서 꼴찌입니다. 조세 제도를 통해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효과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이해리 : 결국 우리는 조세 제도의 목적과 그 방향성을 잃은 것 같군요.

선대인 :조세 정책은 여러 목적이 있는데요. 자원 재분배의 역할, 세대 간 연계를 구현하는 구실 등 여러 측면이 있는데 한국은 소득 재분배 효과는 거의 없습니다. 조세 제도가 잘못되어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거죠. 단순히 간접세의 비중이 높은 것은 일례일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득세를 제대로 거두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의 양도 소득에 대한 과세도 전혀 없는 거죠. 정확하게 세원을 포착하지도 않고 고소득자들의 탈세에 대해서도 엄정히 대처하지도 않고요.

이해리 : 조세 제도를 통한 수입은 아주 심각해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지출은 어떤가요?

선대인 :재정지출은 말할 것도 없죠. 이미 지방의 공항들은 유령 공항이 되었고, 차도 제대로 다니지 않는 도로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각종 고속도로는 만들어놓으면 다 예측 통행량에 미달이고요. 결국 이것도 모두 구조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통행량을 업체보고 스스로 조사하게 하니 정확할 수가 없습니다. 4대강 사업과 경인운하까지 포함해서 보면, 구조적 측면에서 토건 세력들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들을 계속 벌리고 있거든요. 최근에 만들어진 대형 사업들 가운데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어디 있나요? 예측 조사에서 충분히 수요가 있다고 나오지만, 업자들이 스스로 비용을 들여 조사 용역을 맡기는 실정이니 결과가 정확할 수 없죠. 그런 조사를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받아들이고 사업을 결정합니다. 그러니 사업을 해놓은 후에는 예측 통행량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는 거죠. 하여 예산 사업이든, 재정 사업이든, 민자 사업이든 모두 국민의 세금이 새고 것입니다.

이해리 :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고, 그 해결 방안은 무엇입니까?

선대인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공정 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조세 제도를 개혁하고, 세원을 투명하게 확보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제가 드리는 제안은 제2 국세청, 즉 소득조사청이라는 기관을 별도로 설립해 소득 조사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소득조사청의 운영비로 1조 원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소득조사청이 제대로 가동하면 수십조 원의 추가 세수를 걷어들일 수 있어요. 충분히 실현 가능하고, 또 필요함에도 이행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토건 예산의 젖줄인, 교통시설 특별회계를 폐지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에서 필요한 시설 사업들은 어느 정도 다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각 지방의 국토관리청이 있잖아요. 그런 국토관리청 수준으로 국토교통부가 거대 건설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이미 만들어놓은 것을 제대로 유지·관리하는 임무에만 충실하는 것입니다. 요지는 국토교통부를 주거복지부로 만들어 사람들이 가능한 한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주거 인프라를 단기간 내에 획기적으로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이자는 것입니다.

시대착오적인 기득권층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이해리 : 경제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도 진단했고, 개선 방향도 잡았습니다. 이제 실행만이 남았는데요. 사실 정책 수립이든, 제도 수정과 보안이든 정부와 관료·정치권의 몫이 큽니다. 과연 박근혜정부와 관료·정치권에서 받아들일지 염려가 되는군요. 그들을 설득하거나 타협할 수 있을까요?

선대인 :개혁의 대상은 대상일 뿐이죠. 기득권층을 설득·타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개혁을 위한 명확한 철학과 비전, 방법론을 갖춘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야 합니다. 또 이런 세력들이 집권해 근본적인 개혁들을 추진함으로써 기득권 세력을 일시에 제압하는 것만이 가능합니다. 물론 기득권층을 설득하고 타협하면서 진행할 부분도 있겠죠. 하지만 모든 부분에서 타협과 설득이 가능하진 않거든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에도 정권 교체는 되었으나 경제권력의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단편적으로 삼성과 타협한 것이 아니라 삼성에 굴복한 것으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시대착오적인 재벌 체제는 해체되어야지 타협의 대상이 아닙니다.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는 것도 타협할 수 없죠. 부동산 거품을 빼내지 않으면 결코 서민경제가 좋아질 수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충격이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묶여 있기 때문에 일자리와 소득이 늘지 않는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부추기는 원인이 됩니다. 국가의 존립 또는 사회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으로 전개되니 어떻게 타협할 수 있겠습니까?

이해리 : 현실은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견고히 둘러싼 성벽 같습니다. 현시점에서 정부가 개혁을 단행한다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요?

선대인 :탈세가 있다면 엄격한 과세 정책을 실시하고, 재벌의 골목상권 침범이나 일감 몰아주기식의 영업에도 징벌적인 과세를 부과해야죠.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를 높게 책정하고,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증가시키고, 일감 몰아주기로 올린 영업 매출은 중과세하는 거죠. 또 순환출자는 일정한 기간을 주어 먼저 구조를 해소하게 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구조가 되어야 맞는 것이죠. 이런 것들이 대기업과 재벌의 독식 구조를 압박하는 방안이고, 이런 정책들이 수행되어야 그들을 설득하거나 타협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해리 :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일으킬 새로운 세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그런 의식과 결행이 가능한 세력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선대인 :그 지점이 저도 답답합니다. 그러나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상당한 문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혁의 방향은 큰 틀에서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많은 분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의 타협점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요. 문제는 그 지점을 기득권 세력이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념 갈등이나 지역 갈등으로 기민하게 사분오열시켜 놓습니다. 그리고 분할통치를 하는 것이죠. 기득권 세력은 그런 부분에서 대단히 능합니다. 정치공학적인 면이나 이념 전쟁에서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독립적이고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를 세우다

이해리 : 독립적인 경제연구소를 설립하신 이유가 있으시다면요?

선대인 :극심한 경제양극화로 국민 대다수의 삶이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이런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신뢰할 만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재벌과 정부·정치권 등의 이해관계에 오염되지 않고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 경제의 리스크 요인을 앞서 분석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이해리 : 특정한 기금의 후원 없이 연구소를 시작하셨더군요. 또한 무료 정보와 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시는 연유가 궁금합니다.

선대인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연구소를 가장 지속가능하게 꾸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봤습니다. 미국은 연구소가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도록 선의의 자본가가 펀딩하거나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후원하는 연구소가 있거든요. 어떤 기업이나 기득권층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 ‘싱크탱크(Think tank)’ 구실을 하는 연구소가 대단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반면에 한국은 정보를 생산하는 정부부터 다수의 정보를 통제하거나 왜곡하고, 증권사나 정부 산하 연구소·재벌계 대기업 연구소 등은 이해관계나 상부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또한 대다수 언론이 광고주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언론들은 자사의 기득권과 광고주, 특정 집단을 위해 진실을 호도합니다.

그 안에서 그나마 공익적인 목소리를 내는 연구소들은 시민단체를 근간으로 하는데, 대부분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후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원이 부족하면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도 곤란하고, 그러면 양질의 연구도 어렵다는 생각에서 유료화를 결정했습니다. 다만 일반인들에게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을 책정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비용은 신문 1년 구독료의 절반 수준입니다. 물론 다소 비싼 보고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저희 연구소가 제공하는 핵심 정보의 대부분은 연간 10만 원 안쪽입니다. 이런 유료 보고서들 외에도, 연구소 자체 블로그나 개인 블로그, SNS 등을 통해서 정보와 자료를 무료로 공유하는 것도 많습니다.

이해리 : 그렇다면 선대인경제연구소가 특별히 지향하는 방향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선대인 :한국 사회에는 왜곡되거나 오염된 정보가 대량 유포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투자자로서 유권자로서 정보 왜곡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는다는 거죠. 인지 포획을 당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더욱 설득력 있는 연구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럴 때 정말 정보의 오염과 왜곡 현상을 극복할 수 있고, 진정한 의미에서 정보 견제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저희 연구소가 거대한 여타 연구소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고 하시겠지만, 규모 면이 아닌 영향력 면에서는 대기업 경제연구소를 넘어서는 역량 있는 연구소로 발전하리라는 자신이 있습니다.

전문성과 명확한 정보와 자료를 계속 축적해가고 있어요. 이에 일반 가계 경제에서 올바른 정보를 얻는다면 잘못된 정책과 행정을 하는 정부와 대기업에 여론 압박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요소는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하고, 또 절실히 필요한 부분이죠.

이해리 : 그렇다면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내놓는 올바른 정보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선대인 :예를 하나 들면 이렇습니다. “8·28 부동산 대책은 전월세 대책이 아닌 집값 떠받치기 부양책이다. 현재 집값 바닥론을 제시하며 집을 사는 절호의 기회라 보도하지만, 사실 집값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더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지금 집 사면 위험한데 왜 기득권을 위해 그런 정책으로 가느냐”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그렇게 보고서를 생산하며 올바른 정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해리 : 연구소에서 만든 내용이 대외적으로 영향을 미친 적이 있나요?

선대인 :필요한 경우에 정부나 정당에 직간접적으로 정보를 제공합니다. 서울시는 저의 제안으로 공공건설공사 부패방지에 관한 특별팀(TF)을 꾸려 서울시 차원에서, 특히 담합을 근절시키겠다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주택정책’에 관한 강연과 세미나, 한국은행에서의 두 차례 강연 등을 통해 가계 부채 문제와 공공 대출 문제의 심각성 등을 알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이 정부에 리스크 관리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부실 채권들을 소화하는 데드뱅크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런 점은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영향을 받았다고 봅니다.

이해리 :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활동하시나요?

선대인 :‘나는 꼽사리다’가 대표적인 활동이죠. 대략 1년 1개월 동안 팟캐스트를 통해 소통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일반 가계 경제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생활의 경제학’ 특강을 두 차례 진행했고, 한국 경제의 현실을 소개하는 ‘경제마스터클래스’라는 특강 시리즈도 진행했습니다. 참석자들의 반응이 참 좋았어요. ‘생활의 경제학’은 처음에는 6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참여하신 분들의 호응이 높아 지난 9월 28일에는 180명 규모로 키워 두 번째 특강을 했죠. 신청하신 분들의 출석률도 매우 높았고,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의 강행이었지만 뜨겁고 열정적으로 함께했습니다. 설문 조사를 해봤더니, ‘보통이다’를 선택한 6~7퍼센트를 제외한 93~94퍼센트가 ‘만족한다’와 ‘매우 만족한다’고 답해주셔서 무척 놀랐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잘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게 필요하고 그들이 듣고자 하는 진짜 정보들을 그동안 어디에서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진짜 정보에 목이 마르니 강연에 대한 호응이 높았던 것입니다. 대다수의 기성 언론들은 재벌 광고주과 정부의 편에 서서 편 가르기 식의 정보만 제공하거든요. 이해관계에 끌리지 않으면서 한국 경제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더불어 서민경제의 눈높이를 맞추어 ‘어떻게 살림살이를 꾸릴 것인가?’라는 실질적인 고민을 풀어가는 자리가 마련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죠.

무척 기분이 좋았지만 안타까움도 컸습니다. 시민들은 고민하고 갈망하는데, 그것을 채워주는 부분이 매우 취약하니까요. 그런 지점이 저희 연구소가 성장할 수 있는 틈새이기도 하지만, 진심으로 더 많은 전문가 그룹과 언론이 일반 가계가 원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했으면 합니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월간 <인물과 사상> 2013년 11월 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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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11/22 [17: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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