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상태의 참예수를 찾아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
[류상태의 주일편지] 하나님 뜻 합당하게 쓰여진다는 확신 경우에만 헌금
 
류상태   기사입력  2013/08/24 [07:27]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 문제가 세간의 주목을 끈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될 기미는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쿠데타로 집권한 인면수심의 독재자가 어쩔 수 없이 권력은 내놓았어도 돈 문제에는 끝까지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대인에게 돈이란 과연 무엇인지 교우님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1.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다 잃은 것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막상 현실세계에서는 건강과 명예를 모두 잃어가면서까지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저 자신을 포함하여 자본주의 세상에서 이미 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은 돈의 위력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돈이 목적이 되면 우리 인생이 수단으로 전락하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왕과 농부>를 잠시 소개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왕이 가난한 농부를 불러 말했습니다. “내일 해가 떠 있는 동안에 네가 갖고 싶은 땅을 면적으로 표시해라. 정확한 면적을 땅에 표시하면 그 땅을 모두 너에게 주겠다. 하지만 면적을 만들지 못하면 무효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마자 농부는 막대기를 들고 땅에 줄을 그으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나절만 고생하면 넓은 광야가 모두 자기 땅이 된다는 생각에 농부는 끼니도 거른 채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습니다. 이제는 그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농부는 욕심을 절제하지 못하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좀처럼 발길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농부는 결국 처음 시작하던 지점에 다다르지 못한 채 해가 서산에 넘어가는 걸 보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톨스토이가 이 단편소설을 남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는, 이 농부처럼 자기 생명이 시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돈에 매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는 이런 말도 남겼습니다. “재물은 배설물과 같아서 그것이 쌓여있을 때는 냄새를 피우고, 뿌려졌을 때는 땅을 기름지게 한다.”

제가 어렸을 때, 농촌에 가면 거름으로 쓰기 위해 배설물을 한 군데에 쌓아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어린아이가 빠져 곤혹을 치르는 경우도 있었지요. 배설물을 쌓아두면 냄새나고 더럽고 위험합니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천연 비료가 됩니다. 땅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곡식과 채소를 잘 자라게 합니다.

돈은 꼭 그와 같다고 톨스토이는 생각했습니다. 돈을 모으는 것도 결국은 뿌리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돈을 써야할 때 쓰지 않고 계속 모으기만 하면 냄새가 난다는 것입니다. 막 쓰라는 것이 아니라, 과소비해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 생산적인 곳에 쓰는 돈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2. 돈이 목적이 되었을 때 일어나는 비극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미다스의 손’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졌기에 모르시는 교우님은 거의 안 계시겠지만, 그 안에 담긴 교훈이 적지 않기에 다시금 그 의미를 간략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어느 날 디오니소스 신이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에게 나타나 무슨 소망이든 한 가지만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미다스는 자기 손이 닿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소망은 즉시 이루어졌지만 미다스는 난처한 처지가 되고 말았지요. 먹을 음식조차 그의 손이 닿는 대로 모두 황금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미다스는 다시 디오니소스에게 빌어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래된 이 옛날이야기는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는 자본주의 논리의 허구성을, 아울러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논리인지를 우리에게 쉽고 명확하게 알려줍니다. 이 신화처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저의 기억 속에 꽤 오래된 일인데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 있습니다. 십여 년 전, 인천의 한 호프집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사건입니다.

수십 명이 희생된 그 끔찍한 사건의 희생자는 대부분이 미성년자였습니다. 화재는 두 소년의 엉뚱한 장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자가 더욱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조사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가 더 드러났습니다.

처음 불이 났을 때 주인이 문을 잠궜습니다. 손님이 모두 대피하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사람의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그 호프집 시설이 소방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는데도 불구하고 건축허가를 받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정기검사를 받을 때도 문제없이 통과되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조사하는 과정에서, 공무원이 비리문제로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부당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생각이 총체적 부실을 불러왔던 것입니다. 성수대교 사건과 삼풍백화점 사건 등 우리나라가 겪었던 많은 사고들도 돈을 덜 들이려고 안전문제를 소홀히 해서 발생한 사고들이었습니다.

3. 소유하되, 매이지 않기

우리가 돈을 지배하지 않으면 돈이 우리를 지배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세상에 가지고 온 것이 없으며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시오. 부자가 되려고 애쓰는 사람은 유혹에 빠지고 올가미에 걸리고 어리석고도 해로운 온갖 욕심에 사로잡혀서 파멸의 구렁텅이에 떨어지게 됩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돈을 따라다니다가 길을 잃고 신앙을 떠나서 결국 격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디모데전서 6:7~10. 공동번역)

이 구절은 통째로 외워 늘 마음에 새기고 다녀도 좋을 말씀이지만, 특히 ‘돈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악의 뿌리’라는 10절 말씀은 꼭 기억해달라고 교우님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셔야 합니다. 성서는 ‘돈 자체’가 악의 뿌리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악의 뿌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건,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도 있게 하는 힘이 사랑 안에는 있습니다. 자식이 물에 빠지면 부모는 수영을 못해도 물에 뛰어듭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하기에 돈을 사랑하면, 사랑하는 돈을 위해서 생명을 걸 수도 있습니다.

영화나 TV 드라마에서, 재물을 얻기 위해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기꺼이 거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현실세계에서도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것이며, 돈의 노예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슬픈 현실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라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저는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지 않고는 아무도 제대로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아무거나’ 사랑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는 걸 사랑해야 합니다.

나라를 사랑하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애국자’라고 부릅니다. 정의를 사랑하면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정의의 사도’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여 하나님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을 ‘순교자’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아내나 남편보다 돈을 더 사랑하여 생명보험에 든 배우자를 죽이는 비정한 사람도 있습니다. 가끔 매스컴에 보도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사랑하지 말고, 돈에 매이지도 말고, 어느 선에서 만족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서는 우리에게 권합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세상에 가지고 온 것이 없으며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시오.”(디모데전서 6:7~8) “돈을 위해서 살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십시오.”(히브리서 13:5) 또한 우리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아울러 섬길 수 없다.”(마태복음 6:24)

4. “나는 관리자, 소유권은 하나님께”

돈 문제에 대해서 우리 예수사람들이 꼭 가져야 할 대전제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의 궁극적인 소유권은 하나님께 있다. 나는 다만 관리자일 뿐이다.”라는 전제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벌거나 쓸 때, “내가 이렇게 벌고 쓰는 것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자신에게 늘 묻는 것이 좋겠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돈에 대한 무모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유혹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며, 정당하게 벌어 꼭 필요하고 생산적인 일에 돈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과 이웃을,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를 윤택하고 행복하게 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돈에 대한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설교하는 목회자들 중에는,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라.”는 마태복음 6장 20절 말씀을 인용하며, 무리하게 헌금을 강요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가르쳐주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자녀들에게 무리한 헌금을 기대하실 리가 없습니다.

만약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우님께서 그런 설교를 듣고 무리해서 헌금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과거 목회현장에서, 무리한 헌금으로 가정불화를 일으키는 분들을 적지 않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헌금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마음의 짐을 느끼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헌금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두려움’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하면 교우님의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헌금은 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교우님께서 ‘필요’를 느끼시지 않는다면 어떤 헌금도 하시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교우님이 내시는 헌금이 정말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쓰여진다는 확신이 설 경우에만 헌금을 하십시오. 그것이 교우님의 바른 신앙을 위해서도 좋고, 그런 의식을 가진 교우님들이 많아져야 교회 또한 타락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한국교회의 문제점과 그 대안을 꾸준히 모색하는 류상태 목사     ©대자보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습니다. 교우님의 행복한 삶보다 돈을 더 강조하는 교회가 있다면 그 교회를 떠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혹 교회를 떠나면 큰 벌을 받는다고 설교하는 목회자가 있다면 그 교회는 반드시 떠나셔야 합니다. 그 목회자는 교우님의 행복과 바른 신앙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교회의 물리적인 부흥에만 관심이 있거나, 진정한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돈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닙니다. 선하게 쓰면 좋은 것이고 나쁘게 쓰면 나쁜 결과가 발생하는 중립적인 가치수단일 뿐입니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 손에 들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데 쓰이는 칼이, 강도의 손에 쥐어지면 나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돈을 많이 벌고 싶으신 교우님은 열심히 일해서 많이 버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치 있게 쓰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가 땀 흘려 벌었다 해도, 그 돈의 궁극적인 소유권은 하나님께 있다는 생각만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온전한 예수사람이며, 그래야 돈에 매이지 않고, 돈을 올바른 일에 잘 쓰고, 잘 사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3/08/24 [07:2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