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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학교 논란과 중등교육 정상화
[창비주간논평] 학교 간 수직화는 교육공동체 해체불러올 것
 
이윤미
2008년에 세워진 서울의 두 국제중학교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중학교는 설립 당시 글로벌인재양성 특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경쟁교육의 ‘신상(품)’에 불과하며 의무교육과정에 귀족명문학교가 신설되는 것이라는 질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시작되었다. 교육단체들이 단식투쟁으로 저지했지만 결국 설립인가가 이루어졌고 그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국제중학교의 학교운영 문제, 입학 사교육 성행, 초등학교에서의 국제중학교 지원자 성적산출 등 크고작은 논란들이 있었다. 최근 국제중학교가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 계기는 이른바 ‘사배자’(사회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입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귀족학교라는 논란을 떨치기 위해 취약계층 학생의 입학을 보장하는 전형을 만들었는데, 오히려 이 전형으로 대재벌의 자녀가 입학한다는 사실은 의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회 보고에 의하면 ‘비경제적 사배자’에 다자녀가구와 한부모가정의 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여기에 고소득층과 사회지도층 자녀도 다수 포함되었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학생은 국제중학교에 진학한다 해도 높은 교육경비 탓에 학업 유지를 위한 부담이 크다. 경제적 사배자로 입학한 뒤 그 사실이 알려지기를 꺼리거나 교육비 부담으로 전학하는 사례들도 보고된다. 학습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공부를 실질적으로 함께할 수 있도록 각종 교육적 배려가 요구되는데 형식적인 입학기회를 주는 것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경제적 사배자 학생들의 등록금이 학교의 장학금이 아닌 국고로 지원되는 점도 문제다. 학교들이 애초에 약속한 장학재단 설립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사학이 책임질 몫까지 국고에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설립취지 상식적으로 재판단해야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아직도 대중의 상식에서는 국제중학교가 생소하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다니거나 외국에 오래 거주한 학생을 위한 학교로 이해하기 쉽다.(‘외국인학교’는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의 자녀, 외국에서 총3년 이상 거주한 내국인으로 입학자격을 제한하며, 전국에 영미계와 화교 및 기타 민족계를 합쳐 총 40여개교가 운영중임—편집자). 외국인학교 부정입학과 국제중학교 사배자 전형을 혼동하여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중학교 지정 당시 설립타당성 논란이 불거졌던 것도 이러한 ‘비상식성’과 관련이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상식을 확인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당초 국제중학교가 내건 설립취지는 네가지다. ① 글로벌인재 양성의 필요 ② 해외장기거주자의 적응교육의 필요 ③ 조기유학 수요의 흡수 ④ 지방 국제중학교 진학에 따른 서울 학부모의 부담 경감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중학교는 의무교육단계로 보편·보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성화중학교의 지정을 위해서는 교육목적에서의 예외성이 충분히 인정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제중학교의 경우 글로벌인재의 성격에 대한 교육적 타당성이 불분명하다. 적어도 ‘외국어영재’를 키우기 위한 학교라면 외국어능력이 입학전형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하지만, 입시사교육 유발을 우려해 일반 ‘주요 교과’ 학업성적 우수자가 선발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중학교는 ‘특수목적’ 학교라기보다 일부 계층 및 학업우수자를 위한 입시명문학교가 되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장기 해외거주 학생의 비율이 극히 낮거나 심지어 전무하다는 점, 부유층(강남권) 학생의 비중이 높다는 점, 졸업생의 대부분이 소위 명문고(과학고, 외고, 자사고 등)에 진학하고 있는 점 등에서 잘 나타난다.

학교 간 수직화는 교육공동체 해체 불러올 것

이러한 학교가 특성화학교로서 존속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중학교 단계의 교육은 예비시민의 교육받을 권리와 형평성을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의무교육에서도 별도의 특수목적교육이 필요하다면 이는 ‘예외적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분야(현재로는 예술, 체육)에 제한해야 한다. ‘모든 학생의 수월성’(excellence for all, 각자의 잠재력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한다는 뜻—편집자)을 지향하는 정책철학에 바탕을 두는 것이야말로 교육적으로 타당할 뿐 아니라 사회의 결속과 신뢰를 쌓기 위해 유익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중등교육 단계에서 ‘학교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학교들 간의 ‘수직적’ 다양성이 심화되어왔다. 특목고, 자사고의 확대로 인해 일반 고등학교들이 급격하게 ‘슬럼화’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교육적 명분이 약한 채 확대된 학교들이 입시명문학교가 되고, 비싼 학비로 계층화와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학생자살․학교폭력이 문제시되는 현실에서, 구태의연한 경쟁논리로 교육공동체가 해체되는 것을 더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국제중학교의 운영상에 나타난 각종 문제들은 교육체제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한다. 취지도 불분명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학교(유형)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중등교육체제를 정상화하고 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여야 할 때다.

* 글쓴이는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입니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http://weekly.changbi.com) 2013년 4월 24일자 주간 논평입니다.

기사입력: 2013/04/26 [15:0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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