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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현역 모두 반란군의 후배다"
[기자수첩] 김오랑 중령 훈장추서…軍과 군 출신 국회의원들
 
윤지나
"늘 가슴 한쪽이 무거웠는데 드디어 홀가분한 기분이다. 굉장히 보람차다."

까칠하기로 소문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자기가 한 일이 '보람차다'고 하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제대로 들여다봤다.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 중령에 대한 '훈장 추서와 추모비 건립촉구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17, 18대 국회에서 군과 군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번번이 관련 안이 무산되는 걸 지켜보다가, 이번에는 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땅땅땅, 방망이를 두드릴 때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는 건가? 김오랑 중령이 누구길래, 까칠한 유 의원을 감정적으로 흔들고 그의 명예가 세워지는 것에 군은 그렇게 반대하는 걸까? 또 한번 찾아봤다. 

김오랑 중령은 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에 저항한 몇 안되는 군인 중 한명이다. 당시 전두환 합수부장이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이면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 탈취에 나섰는데, 육사 출신이었기 때문에 연고를 이용해 군을 장악했다. 자정무렵 사령부에 쳐들어갔을 때 다들 여기에 줄을 서서, 막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사령관비서실장인 김오랑 소령만이 사령관을 보호하기 위해 권총으로 M16총질에 맞섰다가 총알 6발을 맞고 숨졌다. 소령의 시신은 거적때기에 싸여 부대 뒷산에 묻혔다가 다음 해에 육사 동기들의 노력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중령이 된 것은 그보다도 한참이 지난 1990년의 일이다.

사연이 길지만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참 군인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할 때 들만한 이야기다.

잘못된 행동에 군인답게 맞섰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 시신은 거적때기에 묻혔으며 그의 모친과 아내는 비통 속에 눈도 제대로 감지 못했다고 한다. 이른바 '성공한 쿠데타'로 들어선 전두환 군사정부가 김오랑 중령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쳐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그 뒤 대법원에서 12·12사태가 군사반란으로 규정된 뒤에도 그의 명예는 여전히 짓밟혀있었다. 그렇게 34년이 흘렀다. 

이 오랜 시간이 한탄 속에 흘러간 데는 군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참 군인이라고 칭송하지는 못할망정 왜 그랬을까? 그의 이름이 군에게는 '지우고 싶은 과거'였기 때문이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이 나라를 전복하는 반란군의 핵심이었으니,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침략에 대한 정의는 불확실하다"며 선조들의 만행을 "우린 그런 적 없다"는 식으로 잊으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군의 솔직한 마음은 22일 국방위 회의에서 김종태(중장 출신 - 전 기무사령관)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에서 가감없이 드러났다. "안보 상황이 위태로운 이 시기에 군을 분열시키는 논란은 중지해야 한다." 김오랑 중령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일이 어떻게 군을 분열시키는 논란인가? 안보 상황이 위태로울수록 반란군에 혈혈단신으로 맞섰던 군인의 올바른 정신을 치하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압권은 이 대목이다. 김 의원은 "여기 있는 예비역·현역 모두 반란군의 후배다. 당시 임무 수행에서 김관진 장관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정말 솔직하다. '김오랑 중령을 인정하면, 지금 군인들은 물론이고 군대를 다녀온 우리 모두의 명예가 함께 추락한다. 우리 모두 함께 이 수치스러운 과거를 잊자'는 소리 아닌가.

여기에 비하면 "전투에 참가하거나 직접 지역에서 공격에 대응하는 등 '전투에 준하는 직무수행(훈장추서 기준)'인지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한 김관진 국방장관의 발언은 솔직하지 못하다고 해야하나, 세련됐다고 해야하나. 
 
결의안이 최종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라는 최종 관문을 넘어야 한다. 국론분열이니 갈등조장이니 주장하며 역시 또 "다 함께 잊자"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을 수 있다. 군의 압력도 강하게 들어올 것이다. 이때문에 유승민 의원이 직접 결의안을 제안설명하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반란군에 맞섰던 군인의 정신을 기리는 것, 군대기강이라는 게 별건가.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명민하게 파악하고 그대로 뚝심있게 실천하는 군대,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군인들에게 신뢰를 보내는데 충분한 모습 아닌가.



대자보 제휴사 = 뉴스부문 최고히트싸이트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13/04/24 [20:0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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