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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불명 ‘동장군’의 어원은 어디서 왔을까?
[진단] 겨울장군이라고 풀이한 표준국어대사전의 무성의를 질타한다
 
이윤옥   기사입력  2012/11/29 [11:39]
지역발전을 위하여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귀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격려로 제7회 포천 동장군 축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포천 동장군 축제조직위원회 누리집-

바야흐로 동장군의 계절이다. 경기도 포천에서는 동장군 잔치(축제)를 어느새 7회째나 열고 있다. 한겨울 몹시 추울 때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다.’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한자로는 ‘冬将軍’이라고 쓰는데 대관절 이 말은 어디서 온 말 일까? 
 
▲ "동장군"이란 말은 를 일본에서 번역한 말, 선비문화에서는 대감추위 쯤므으로 불렀을까?     © 이무성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동장군(冬將軍) : 겨울 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짧은 설명을 해놓고 있다. 이런 식의 설명은 이 말의 유래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이런 궁금증 때문인지 어떤 이가 2012년 2월 28일 자로 국립국어원에 동장군의 어원을 물었다. 또한 질문자는 이 말이 일본말에서 유래 했는지를 묻고 있는데 답변자는 ‘모르겠다’고 얼버무리고 있다. 궁금해 하는 국민들의 말밑(어원) 질문에 답이 이렇게 부실해서야 되겠는가 싶다.     

 
▲ 동장군의 어원을 묻는 사람에게 “모르겠다.”라고 얼버무리는 국립국어원 답변     © 이윤옥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말은 일본에서 쓰기 시작한 말을 들여 온 것으로 일본국어사전 ≪다이지센(大辞泉)≫에는 “ふゆ‐しょうぐん【冬将軍】:《モスクワに遠征したナポレオンが、冬の寒さと雪が原因で敗れたところから》冬の厳しい寒さをいう語。また、寒くて厳しい冬のこと。”로 되어 있는데 번역하면 “후유쇼군, 모스크바를 정복(원정)하러 간 나폴레옹이 겨울 혹한과 눈으로 실패한데서 유래한 말로 겨울 혹한을 이르는 말. 심한 겨울 추위 그 자체.”로 번역 할 수 있다.  

한국 국어사전에 견주면 아주 상세히 동장군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것도 모자라 위키피디어사전에는 이 말의 유래를 ‘해설, 어원, 역사’라는 3항목으로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사전이란 이와 같이 국민이 궁금한 것을 풀어줘야 하는 것임에도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동장군은 겨울장군이다”라는 설명은 우습다 못해 창피스럽기까지 하다. 다른 말들은 착실히 잘 베끼면서 동장군은 어째서 베끼다 말았을까? 

일본 위키피디어사전을 좀 더 보자. 일본에서는 동장군이 도래하면 일본해 쪽으로 심한 폭설이 내리며 태평양 쪽에서는 건조한 북서풍이 불어온다. 도쿄 쪽은 표고가 높아 폭설이 내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태평양과 일본해가 맞닿은 나고야 - 스루가 지역은 길게 복도식 지형으로 이부키산지(伊吹山地)가 통로가 되어 이 지역에 폭설을 뿌린다. 동장군이 도래하면 기온은 10도 이하로 내려가며 차가운 북극기단(北極気団)을 직격으로 맞는 곳이 이 지역이다.”라는 해설과 함께 유래도 자세히 나와 있다. 설명은 이어진다. 

“러시아는 많은 나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받았는데 러시아의 겨울 추위로 인해 과거 여러 번 외국 군대가 실패한 역사가 있다. 동장군의 어원은 1812년 러시아 전투에서 프랑스군이 패퇴한 것을 보고 영국기자가 <general frost>라고 말 한데서 유래한다. 러시아는 기후의 이점을 살려 18세기 대북방전쟁, 19세기 나폴레옹전쟁, 20세기에 들어 독일과의 전쟁 등에서 승리한 전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13세기 몽골군 침략 때는 모스크바와 키예프가 몽골에 점령당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러시아 추위보다 몽골 추위가 더 컸던 모양이다.”  

일본 사전풀이는 이쯤 해두지만 일본사전을 읽다 보면 무슨 역사책이라도 있는 듯 자못 흥미롭다. 말밑(어원) 설명을 이렇게 상세히 해준다면 국어 사랑도 깊어 질 것만 같다. 요약하면 1812년 영국기자가 말한 ‘general frost’에서 ‘general’은 일반적인이란 뜻도 있지만 ‘미육군·공군·해병대,영국 육군’의 대장(大將), 장군(將軍)을 뜻하며, ‘frost’는 서리나 추위를 뜻하므로 ‘추위대장’ 쯤으로 번역해도 될 법한데 ‘장군(쇼군, 사무라이)'문화 700년간을 거친 일본인들의 이미지에는 대장보다는 장군의 이미지화가 훨씬 빨리 와 닿았을 것이다.  

선비문화 600년을 거친 조선인들에게 ‘general frost’를 번역하라 했으면 ‘대감추위’ 정도로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낱말의 탄생이란 문화와 역사적 배경을 깔고 생겨남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선시대에는 지구온난화란 말도 없을 때로 지금보다 더 추웠을 텐데 이 괴상한 말 ‘동장군’은 무엇이라고 쓰였을까 궁금하다.  

조선 중기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 중 한 사람인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 선생의 시문집 《계곡집(谿谷集)》에 ‘차운한 시[次韻]’가 나오는데 먼저 추위를 노래한 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 살인적인 추위를 뜻하는 현명(玄㝠)이란 말이 나오는 장유의 ≪계곡집≫     © 이윤옥

현명의 포악함을 막을 수 있나 / 不奈玄㝠虐
손이까지 게걸스레 덤벼드누나 / 仍愁巽二饕
가난한 집안 살림 아내 그저 말라가고 / 家貧妻只瘦
떨어진 옷 입혔다고 딸년 내내 눈물 짜네 / 衣弊女長號 

* 현명 : 형살(刑殺)을 담당하는 북방의 신(神)으로 동장군(冬將軍)을 말한다.
* 손이 : 바람귀신

여기서 ‘현명’이란 말뜻을 독자가 모를까봐 번역자가 ‘동장군(冬將軍)’이란 설명을 붙여두었다. 16세기 조선인들은 북쪽지방의 살인 담당 신(神)인 ‘현명’을 들어 살인적인 추위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기록 가운데 확인 가능한 ‘동장군’의 이른 기사로는 1948년 10월 15일 동아일보에 ‘동장군(冬將軍)이 문 앞에, 2주간(二週日) 빠른 서울의 냉기(冷氣)’라는 글을 시작으로 1962년 11월 23일자 ‘노(怒)한 얼굴 내민 동장군(冬將軍) 한기(寒氣)든 서울의 체온(體溫) 빙점하(氷點下) 6度 6分’라는 기사 등 28건이다. 

여기에 나오는 ‘동장군’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일본처럼 영하 10도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10월 9일부터 2월 26일까지 사이의 추위를 ‘동장군’이라 부르는 게 흥미롭다.    
 
▲ 동아일보 1952년 11월 10일 "닥쳐오는 冬將軍" 기사(왼쪽), 얼어붙은 광진교 아래 한강을 건너는 사람(동아일보 1월 5일)     ©이윤옥

요즈음 한국에서 추울 때 쓰이는 일본말 후유쇼군<동장군>을 빼놓고 달리 겨울 추위를 말 할 낱말이 없는 것 같다. 쓰지 말라고 하기 보다는 유래라도 알고 쓰면 좋겠다. 한 가지 바람은 국어사전의 ‘동장군=겨울장군’이란 웃지 못 할 해석을 좀 고쳐서 ‘1812년 러시아 군에 패한 프랑스 군대를 두고 영국기자가 한 말 “general frost” 를 일본이 ‘후유쇼군, 冬將軍’으로 쓴 것을 우리가 들여다 지금 쓰고 있다.’라고 정의해주면 속이 후련 할 것 같다.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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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1/29 [11: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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