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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서(誦書)와 율창(律唱)을 아십니까?
[학술회의]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송서·율창의 재조명 토론회 열려
 
김영조   기사입력  2012/09/26 [19:30]
 
▲ <송서·율창의 재조명> 학술대회 모습     © 김영조

조선시대는 선비의 나라였다. 당시 선비들은 사서오경 등 고전을 외우며 과거 공부에 힘썼다. 그런데 대관절 선비들은 어떻게 그 많은 책들을 외웠을까? 또한 선비들은 시조도 즐겼는데 한 두곡도 아닌 시조 가사를 어떻게 암기했을까? 오늘날처럼 눈으로 쓰윽 읽어 내려갔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이 바로 송서(誦書)와 율창(律唱)이다. 송서와 율창이란 선비들이 글을 읽되 이를 마치 노래하듯이 읽는 것을 말한다. 그랬기에 선비들은 그 많던 글들을 무리 없이 외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송서와 율창도 엄연한 우리소리다. 하지만, 오늘날 송서와 율창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 대부분 이런 장르가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이와 같은 송서와 율창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와 공연이 지난 9월 25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삼성동 소재 무형문화재전수회관 풍류극장에서 한국전통음악학회(회장 서한범)와 송서율창보존회(회장 유창)가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이날 학술대회와 공연은 그간 송서 율창의 명맥을 이어온 묵계월 명창(경기민요 무형문화재 명예보유자)과 이은주 명창(경기민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하진옥, 임정란, 김금숙 등의 경기명창을 비롯하여 한국국악협회 홍성덕 이사장,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세섭 이사장, 기타 전국에서 참석한 국악계 유명 인사들이 함께 해 빛나는 자리가 되었다.

학술대회는 맨 먼저 한국전통음악학회 서한범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서한범 회장은“가사(歌辭)나 시(詩) 자체도 좋지만, 여기에 가락을 얹는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그렇게 가사나 시에 가락을 얹어 읽던 송서와 율창은 현재에는 단절의 위기를 맞고 있다. 책읽기를 게을리 하는 현대인들에게도 송서나 율창은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송서나 시창의 멋을 알리고 이 운동이 확산되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유창 송서 율창보존회장(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 예능보유자)의 환영사가 있었고, 곧바로 권오성 동북아음악연구소장의 “스토리텔링과 관련된 송서 율창의 일반적 특징”이란 기조강연이 있었다. 기조강연이 끝난 뒤 주제발표들이 있었는데 맨 먼저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장의 “송서의 유형과 전승 양상”을 발표했다. 이보형 회장은 “우리 전통사회에서는 선비들 누구나 하던 송서와 율창인데, 일제강점기 이후 그 맥이 끊겼다.”며 아쉬워했다.
 
▲ 학술대회 기조연설자 권오성, 발표자 이보형, 서한범(윗줄 왼쪽부터) 발표자 김영운, 성기련(아랫줄 왼쪽부터)     © 김영조

그리고 이어서 서한범 한국전통음악학회장의 “시창(詩唱)의 선율 구조 연구”발표가 있었다. 서한범 회장은 박문규 정가악연구원장과 함께 “촉석루”, “십재경영” 등의 악보를 화면에 띄워 놓고 실연을 보여줘 가면서 상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시창의 창법은 고음에서는 가성창법을 활용하고, 주요 구성음이나 각 구성음들의 떨고 꺾는 기능들이 유사하다. 또한 시창의 선율은 시조나 가사의 선율과 흡사한 부분들이 발견되고 있기에 정가의 음악적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표는 “독서성(讀書聲)의 음악양식과 문화적 가치”라는 제목으로 김영운 한양대 교수가 발표했는데, 각 지방별 독서성의 음악적인 차이점을 상세하게 비교해 주어서 참석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마지막 발표는“송서(誦書)의 음악적 특징 연구”라는 제목으로 성기련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이어갔는데, 이문원에게 직접 소리를 배운 묵계월 명창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면서 송서의 음계나 음역, 창법 등 음악적 특징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특히 성기련 교수는 “송서란 글을 읽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글방에서 읽는 식과는 달리 멋을 넣어서 읽는다. 그래서 예전 안동 기생은 <대학>을 읽었고, 함흥 기생은 공명의 <출사표>를 잘 읽었으며, 영흥 기생은 <용비어천가>를 잘 읽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 유창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 예능보유자 제자들의 공연 모습1     © 김영조

각 발표에서는 이오규 용인대 교수, 김기형 고려대교수, 김경배 무형문화재 가곡 예능보유자, 박문규 정가악연구원장, 김세종 동국대 교수, 현경채 영남대 교수, 정해임 경북대 교수, 송은주 경희대 교수가 논평 및 토론에 참여해 주었다.

주제발표가 끝난 다음, 송서 율창의 실연이 이어졌다. 유창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 예능보유자를 중심으로 그의 전수생들이 함께 나와 혼을 담아냈는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앙증맞은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함께 출현해서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송서공연을 통해 송서가 어떤 것이고 율창이 어떤 노래 장르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어 그간 이 장르에 다소 생소해 하던 참석자들에게 좋은 체험의 시간이 되었다. 공연을 마친 뒤 모든 발표자가 함께 나와 종합토론을 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쳤다.

학술대회와 공연을 모두 지켜본 서울 장안동에서 온 이무성(한국화가, 음반기획자) 씨는 “송서와 율창이 무엇인지, 왜 오늘에 재조명되어야 하는지를 확실히 보여준 행사였다. 조선시대 선비들 사이에서 면면히 이어온 송서와 율창이 일제강점기에 그 맥이 끊겼다는 말을 듣고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라도 송서와 율창이 다시 꽃피어 온 겨레로부터 사랑받는 장르가 되길 빈다.”고 했다. 

▲ 유창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 예능보유자 제자들의 공연 모습2     © 김영조

또한 문화원과 같은 평생교육관련기관에서도 송서나 율창 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낭랑한 송서 율창 소리를 무대가 아닌 실생활에서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듯 청중들은 오래도록 무대에 귀 기울이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깊어 가는 가을 노래하듯 독서 삼매경에 빠졌던 옛 선비들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 뜻 깊은 송서 율창 학술대회 및 공연이었다.

예전에 화려하게 꽃 피었던 전통예술이 지금 사라진 것이 어디 하나 둘인가? 하지만, 그런 전통예술을 그냥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고 이날 참석한 청중들은 입을 모았다. 송서와 율창이 당시 교육기관이던 서당에서 지식과 예능으로 지도되었던 것처럼 오늘날 초등학교 때부터 고저를 넣어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고, 더 나아가 배운 것을 활짝 펼칠 무대를 마련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유창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 예능보유자의 공연 모습     © 김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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