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독립운동선열 추모식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2012년 광복절 맞아 기본인식부터 바로잡아 내용 풍부하게 만들어야
 
육철희   기사입력  2012/08/14 [22:40]
  제례는 후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돌아가신 선조를 기리고, 오랜만에 만난 후손들간에 안부를 살피고 화목을 도모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집안마다 제례의 방식이나 제수 등 약간씩 다를 수가 있으므로 그 차이를 인정하고 다만 정성스런 마음으로 제례를 지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가정에서의 제례가 집안의 조손을 이어주는 중요한 의식이라면 독립운동선열에 대한 추모의식은 살신성인의 정신을 기리고 이어받는 소중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목숨을 걸고 국권회복을 위해 독립투쟁을 하신 독립운동 선열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추모식은 해왔지만 제례 특히 묘제를 지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선열의 기일에 열리는 추모식은 독립운동선열의 정신을 기리고 그 뜻을 젊은 세대에게 계승한다고 했지만 그동안은 그야말로 형식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하여 묘소를 찾는 사람이 점점 줄고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정성을 다한 엄숙한 제례를 통해 선열의 뜻을 기림으로써 추모식의 내용을 풍성하게 하여 젊은 세대로의 계승을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독립운동선열에 대한 추모식 행사는 해당 선열기념사업회와 광복회, 국가보훈처 등이 주관해서 치러지고 있다. 추모식은 매년 선열이 돌아가신 날에 치러지기 때문에 전통제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제사에 준하는 의식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제례는 길례에 해당하기 때문에 장례식처럼 슬픔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라 돌아가신 선열의 뜻을 기리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한 다짐의 자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립운동선열의 추모식은 검은 정장차림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검은 리본을 달고 추모곡이 아닌 추도가 곧, 장송곡을 연주하여 분위기를 처연하고 무겁게 만들어서 마치 장례식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추모의식은 엄숙하되 침울하거나 무거운 자리로만 기억되게 해서는 안된다. 현재의 추모식은 장례식과 별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형식으로 치러지고 있다. 그동안 치러왔던 추모의식과 문화가 지금까지 관행으로 해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무언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오랫동안 해왔던 방식이라도 과감히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것이라도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몇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씩 차례대로 고쳐나갔으면 좋겠다.
 
  먼저, 추모식의 색깔문제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검정색 정장에 검정색 넥타이, 검정 리본과 검정색 펼침막, 그리고 하얀 국화에 검정색 리본에 쓴 추모글씨 화환 등 은 꼭 검정색이 아니라도 단정한 옷차림에 특성을 살린 펼침막과 선열의 정신이 환히 빛나 보이게 하는 밝은 꽃으로 만든 화환으로 바꾸어 나가면 어떨까?

  두 번째는 추모식에서 사용하는 음악이다.

  돌아가셨을 당시 작곡한 추도곡(장례식용 조곡)을 추모식에서 연주하고, 그 외에도 연주하는 곡들이 대부분 애조띤 슬픈 곡들을 연주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돌아가신 선열에 대해 슬퍼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독립운동선열의 정신을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서 연주하고 불리워져야 젊은 세대에게 그 뜻을 계승하기에 적당할 것이다.

  세 번째는 추모식을 봉행하는 시간이다.

  왜 추모식에는 나이가 많은 분들만 참가하고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려울까? 젊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선열의 추모식에 참가할 만한 의식을 갖지 않은 것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참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선열의 추모식은 오전10시 또는 11시에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일하는 시간이라 올 수가 없는 것이다. 간혹 주말이나 토요일에 추모식을 하는 경우에도 평소에 참가하는 습관이 되지않아 선뜻 참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현행대로 오전에 추모식이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가보훈처나 광복회 등 관공서의 업무시간에 따라 하는 경우에는 할 수 없겠지만 개별 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할 경우에는 젊은 사람들도 참석할 수 있는 시간대인 오후 5시~6시에 추모식을 해보는 것도 검토해 보았으면 좋겠다.

  네 번째는 화환과 헌화의식이다.

  화환과 헌화의식이 언제부터 어떻게 추모식 순서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역시 장례식과 구별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고대인들도 사람이 죽어 장례를 치를 때 죽은이에게 꽃을 드렸다는 것이 알려졌으므로 장례식에서 꽃을 드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추모식에서 꽃을 드리는 의식은 어쩐지 장례식을 떠올리게 되어 맞지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환도 기본적으로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만 추모의 뜻을 표하기 위해 하는 화환이라고 하더라도 묘소 앞에 늘어놓는 것은 기본적인 예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추모식을 하면서 묘소에 계신 선열께 인사를 하는데 그 앞에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화환들이 묘소앞에 늘어서 있다면 선열께하는 인사인지 화환을 보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가 없는 노릇이다. 화환은 묘소 앞쪽을 피해서 묘소 입구나 그 주변에 놓아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독립운동선열에 대한 선양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추모식이 형식적으로 그쳐서는 안되고, 선열에 대한 추모행사를 왜 하는 지에 대한 기본인식부터 바로잡아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별다른 생각없이 타성적으로 치러왔던 추모식에 정성들여 마련한 제수를 올리고 엄숙한 제례를 봉행하며, 참석자들에게 선열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행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2/08/14 [22:4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