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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친일뿌리 드러났다
[최용익 칼럼] 일제하 친일 청산 못한 과거사 어두운 그림자는 넓고 깊다
 
최용익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라는 이명박(MB) 정권이 또 사고를 쳤다. 국민 몰래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으려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의 격렬한 반대 움직임이 일자, 협정체결을 불과 한 시간 남겨둔 상태에서 서명식을 전격적으로 연기한 것이다. 일반적인 외교관례를 깬 어쭙잖은 모양새는 차치하고라도 이 정부의 무모(無謀)성, 저돌성과 더불어 국민여론을 우습게 아는 반민주적 행태가 여지없이 까발려졌다. MB 취임 초부터 누누이 지적돼왔으나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둔 지금까지 전혀 달라지지 않은 불통(不通)정부의 진면목을 되풀이한 것이다.

정부는 국무회의에 부치기 전에 논의 사항이 사전에 공개되는 일반안건이 아니라 대외비로 처리되는 `즉석안건'으로 협정 체결을 의결했다. 공개될 경우 일어날 반발과 비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이었다. `밀실처리'라는 거센 비난여론에 부닥치자 결국 사흘 만에 서명을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외교적 망신은 둘째 치고 이 안건이 공개될 경우, 여론이 어떻게 흐를지에 대한 최소한의 예측능력도 갖추지 못한 이 정권의 누추함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았다”, “청와대는 몰랐다”는 등 말이 안 되는 변명을 계속하고 있다.

35년간 식민지 지배를 하면서 위안부 차출과 강제 징병·징용 등 인적 착취와 각종 식량자원과 지하자원 등에 대한 물적 수탈 등, 조선 민중에게 끼친 막대한 피해에 대해 단 한 번도 진정성있는 사죄를 해 본 적이 없으며 멀쩡한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게 바로 일본이다. 2차 대전에서 같은 추축국이었던 독일이 보여준 전후 배상과 사죄 태도와 비교하면 일본은 정신적으로 유아(幼兒)국가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1970년 12월, 동방정책으로 잘 알려진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있는 유태인 위령탑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을 상기해보라!). 
 
일본은 해방 이후 남북분단으로 이어지는 쓰라린 한국 현대사의 직접적인 가해자이자 원인 제공자인 동시에, 분단의 결과 벌어진 한국전쟁의 최대 수혜자이기도 하다. 2차 대전의 패배로 쪽박 찰 형편이었던 일본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일약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언제든 적대관계로 돌아설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나라와 군사기밀을 주고받는 협정을 체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동의도 필요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대통령 모르게 자기들끼리 모여 극도로 예민한 한일협정 추진을 의결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이 맞는지 어이가 없을 뿐이다.

광우병 논란을 불러일으킴으로써 MB정부 취임 직후 1년을 뒤흔들어 놓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 때와 너무나 유사하지 않은가? 그때도 한미 FTA 타결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국민 몰래, 이전 정권에서 광우병 감염 위험성 때문에 금지해왔던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장벽을 하루 아침에 허물어 버렸다. 국민에게 상의하는 절차 하나 없이 밀어붙이려다 들통이 나자 MB는 두 번이나 대국민사과를 하는 망신을 자초하더니 끝내는 두 달 간 계속된 촛불집회를 경찰력을 동원해 강제해산해야 했다.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는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하는지 보고하라!”는 명언(?)을 남겼고 이후 이 나라가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국민과의 소통거부와 감시, 사찰이 일상화되는 경찰국가로 추락하고 만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MB의 대일, 대미관은 불투명하며 국민여론과는 거리가 멀고 국익과도 상관이 없다.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 친일이니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는 사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MB가 미국정부에 쇠고기 관련 수입장벽 제거라는 선물을 헌납하기 직전이었다. 또 2008년 7월 호카이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총리가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MB는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했다는 내용이 주일 미 대사관의 외교문서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 이명박 정권이 밀실야합으로 추진한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이 각계각층의 격렬한 저항으로 서명 한시간 전에 철회하는 국제망신을 초래했다.     © 한민족운동연합 제공

미국이 동북아 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뒤에서 사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한일 군사정보협정의 진상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질 테니 조금만 기다려 보자! 아이러니한 것은 MB는 고려대 상대학생회장 으로 1964년 6.3사태 때 한일회담 반대에 앞장섰고 6개월간 구치소에 갇히기도 했다. 47년의 세월이 한 인간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는 생생한 실례를 MB는 몸으로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국민 몰래 추진하곤 하는 이 정부의 옹졸하고 비루한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집권했으면서도 당당하지 못하게 눈속임으로 넘어가려다 뒤늦게 발각이 되면 말을 바꾸거나 온갖 변명을 늘어놓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촛불시민들은 일찍부터 MB 정권의 이런 못 된 버릇을 설치류 중 특정 동물의 행태로 풍자, 조롱해왔다.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이 잘 먹힐 리 없고 따라서 당사자들의 반발이 커지면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인신구속과 강제진압으로 입막음을 해 온 게 MB 집권 4년의 역사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에서 시작해 4대강 사업, 용산참사,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미네르바 사건, 한미 FTA 졸속 타결, 천안함 침몰 의혹, 그리고 최근에는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내곡동 사저 구입에 따른 각종 의혹 등등 자고 깨면 터지는 사건들로 대한민국은 4년 내내 편한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진짜 큰 문제는 MB 정부의 일본을 보는 시각 자체에 있다. 이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기득권 집단의 가장 큰 지분을 친일파들이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점도 당연하달 수 있다. 부자감세와 노동탄압으로 계급적 정체성을 분명히 한 MB 정부는 시종 반북친미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 또한 국내적으로 재벌 등 부자들의 이익과 더불어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세계전략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마름정부’의 특성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MB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협정을 추진하는 과정과 배경이 1965년 박정희 정권 당시 강행된 한일 청구권협정 때와 매우 유사하다. 47년이 지났어도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질서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태도, 한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국과 일본에 올 때마다 한일 군사협력의 필요성을 집요하게 역설했다. 1965년에도 미국은 러스크 국무장관 등이 방한해 한일 국교정상화 회담을 조속히 타결하라고 촉구했었다. 권위주의 정권이 밀실에서 비공개적으로 추진한 점도 공통된다. 박정희 정부는 한·일협정을 밀실에서 추진하다 6·3사태라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었다.”(경향신문, 2012년 6월 29일자)

민주주의 신장과 남북관계 등 다른 모든 분야도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갔지만 MB 정부가 들어서자 역사해석이 과거로 회귀했다. 뉴 라이트 등 신보수를 표방하는 우파세력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대체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에 근거해 일제통치를 합리화하는 이론화 작업에 바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남한단독정부를 주도한 이승만의 정통성 수립과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의 경제발전 실적을 유독 강조하는 역사 교과서 개편 작업이었다. ‘역사 뒤집기 작업’에는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공영방송도 동원됐다. MB의 후보시절 언론특보가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온 KBS는 독립운동가들을 때려잡던 조선인 특수부대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 백선엽을 전쟁영웅으로 미화하는가 하면, 반민특위를 해체하고 친일파들을 고위직에 대거 등용했다가 결국 4.19 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찬양하는 다큐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MB와 새누리당의 후견인이자 기득권 세력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조중동이 빠질 수 없다. 기득권 세력의 가장 큰 뿌리는 친일파들이다. 이들은 일제하에서 “귀축영미(鬼畜英美)”를 부르짖다가 해방이 되자 잽싸게 말을 갈아탔다. 열렬한 친미주의자들이 된 것이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먹을 것을 따라 몰려다니는 설치류 중 특정동물의 특성을 이들은 유전자로 지니고 있다.

2009년 말, 방응모와 홍진기, 김성수 등 자사의 사주 또는 사장을 친일파로 비판한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자 조중동은 맹비난을 퍼부었다. 주된 논지는 시간도 많이 흘렀는데 이제 와서 친일파를 적시, 비판하는 것은 혼란을 부추기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를 밀고 가면 재미있는 역설이 발생한다. 역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서는 일제부역이라는 민족반역 행위에 눈감았어야 한다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친일파 문인과 지식인들을 필진으로 동원해 위안부와 징병모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감언이설을 꾀한 자신의 과거 민족반역행위에 대해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는 친일신문들의 자가당착이다.

식민지로 전락한 조국을 되찾기 위해 국내외에서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독립투사들과 일제의 식민지배를 주도한 자들을 응징했던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 등 의사들이 해방 후 70년이 다 됐음에도, 한국사회 기득권층에 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친일 잔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일제하 부역자들을 제대로 청산, 정리하지 못한 과거사의 어두운 그림자는 넓고도 깊다.

MBC 전 논설위원, 새언론포럼 회장 역임
 
기사입력: 2012/06/30 [12:5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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