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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인류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찬란히 빛나라
[류상태의 예수를 찾아] 인류의 큰스승, 부처님 오심을 봉축드리며
 
류상태   기사입력  2012/05/28 [09:49]
1. 부처님 오심을 봉축드립니다

오늘은 불기 2556년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네요. 먼저 지구마을 백성으로서, 인류의 큰스승으로 오신 부처님의 탄신을 봉축드립니다. 또한 이웃종교인으로서, 마음 깊이 존경심을 담아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을 기뻐하며 감사드립니다.

부처님 오심으로 더욱 밝고 자비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하여 진리의 길을 찾아 나선 길벗들은 물론 세상 만물이 함께 부처님의 탄신을 봉축드리리라 믿으며, 불자님들의 기쁨에 저도 동참하여 마음의 등불을 켜고 싶습니다.

2. 최근의 조계종 사태에도 불구하고

기쁘고 즐거운 부처님 오신 날에 한 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못하실 불자님들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어쩌면 최근 조계종 스님들 일로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면, 저는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불교계의 여러 현상과는 상관없이 부처님과 불교에 대한 존경심은 여간해선 흔들리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습니다.

제가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이런 저런 질문들을 합니다. 기독교개혁운동이면 개혁운동이지 무슨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이냐, 그 ‘의식’자는 뭐하러 붙였냐는 것입니다.

제가 굳이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이라고 한 이유는 기독교의 기본 가르침에 대한 의식이 바뀌지 않고는 진정한 개혁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제도와 조직을 바꾸고, 재정문제를 투명하게 처리한다고 해도, 성직자의 윤리의식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가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 않고는 “개혁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기독교인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고는, 그러니까 지금까지 기독교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소위 ‘보수정통교리’가 예수의 가르침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의 가르침을 배반한 결과로 탄생된 것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눈뜨지 않고는 기독교의 진정한 개혁은 요원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한다고 할 때 사람들로부터 곧잘 듣는 또 하나의 말은, 어느 종교나 부패는 다 있다, 그러니 기독교나 불교나 결국은 다 똑같다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매우 다른 것이 있습니다.

불자님들이 아무리 부처님의 가르침을 거스른다 한들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르침 자체는 전혀 손상을 입지 않습니다. 불교의 중심 교리가 자비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불교의 가르침 중에 세상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사람의 마음에 고집과 배타를 심어주는 교리는 없습니다. 아무리 현실 불교계에서 실망스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불교의 기본 교리는 이처럼 찬연히 빛납니다. 하여 저 역시 현실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제 마음 깊이 자리잡은 불교와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에는 하등 손상을 받을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슬프게도 예수님의 가르침 자체가 의심을 받습니다. 제가 그 동안 만나고 배우며 살아온 예수님의 인격과 생애와 가르침은 인류애에 기초한 한없는 사랑과 포용인데, 교회는 그것을 독선과 배타의 교리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너무도 흉측하게 바뀐 배타 교리가 이천 년 동안 기독교회를 지배해 왔기에 사람들은 무엇이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인지 분간하지 못합니다. 지금도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진정한 예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놓고 서로 싸우며 이단으로 정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기독교의 혼란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중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여 오늘은 부처님의 탄생에 기뻐하고 감사하면서도, 불교를 부러워하는 기독교인으로서 한없이 부끄럽고 슬픈 날입니다. 아무쪼록 불자님들은 최근의 사태에 너무 아파하지 마시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더욱 정진하소서. 불교는 인류의 영원한 희망으로 남을 것입니다.

3. 종교다원주의의 오해에 대한 변명

이번에는 한국의 주류 개신교회로부터 이단자로 찍힌 슬픈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에 분노하시는 일부 불자님들에게 변명을 좀 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을 떠도는 ‘조계종, 종교다원주의 함정에 빠져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글을 쓰신 분의 논지는, 기독교권에서 나온 종교다원주의는 유일신론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며, 그들이 말하는 종교간 대화는 결국 ‘만물의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개념 아래 모색되는 것이기에 순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의 글 가운데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분이 있어 일부를 소개해 보고자합니다.

“우리 불교도들은 종교다원주의에 담겨져 있는 숨은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한다. 종교다원주의의 궁극적 목표는 유일신 아래 '헤쳐 모여'라는 것이다. 절대자 혹은 신을 인정하는 자라면, 신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신의 이름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교다원주의의 논리는 궁극적 실재(The Reality)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어떤 형태의 믿음을 갖고 있든 궁극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입장이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다양하다는 비유가 바로 그것을 말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의 대화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치밀한 숨은 의도를 알지 못하고 거기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종교다원주의자들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하나의 종교(One religion)'로 통일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그 하나의 종교를 이루기 위해 종교다원주의라는 명분을 들고 나온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을 쓰신 분을 비롯하여 기독교 다원주의를 그렇게 이해하고 계신 분들께 먼저 사과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기독교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오랜 가르침으로 인해 불자님들께 여전히 불편을 드리고 있네요.

만일 기독교의 다원주의가 이런 것이라면 그건 분명 이웃종교인들을 속이는 거짓이며 흉계입니다. 그것이 다원주의의 진면목이라면 그 위선과 허위가 벗겨지기를 바라며 기독교라는 종교가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끝없는 갈등과 혼란을 부르는 종교는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습니다. 또한 유일신이라는 존재가 진정으로 그런 모습으로 실재한다면 인류의 이름으로 응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독교계 안에서는 스스로 다원주의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위의 글을 쓰신 분이 인식한 그대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원주의에도 여러 주장이 있으며, 예수님과 신적 존재에 대한 인식도 천차만별인 종교가 기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불자님들께 면목이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진정한 다원주의자는 기독교의 소멸까지 각오하며, 유일신의 존재마저도 내려놓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원주의자입니다. 하지만 기독교가 전통적으로 설명해 온 유치한 인격신을 믿지 않습니다. 만일 인격적 유일신이 존재한다 해도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종교의 통일을 유도하는 그런 신이라면 불자님들과 함께 그 신을 배격하겠습니다. 혹 그 대가로 지옥불에 던져진다 해도 감수하겠습니다.

지장보살께서 함께 하실 그곳이 기독교도로 가득찬 획일적이고 답답한 ‘그들만의 천국’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아름다운 이웃종교들을 모두 배격하고 오로지 예수를 믿는 사람만 갈 수 있다는, 역으로 아무리 선하고 훌륭한 사람도 예수를 믿지 않으면 갈 수 없다는 그 ‘천국이라는 이름의 지옥’은 기필코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다원주의의 핵심 개념은 ‘상대성’에 있습니다. 기독교는 많은 종교 중 하나이며, 유일한 절대종교라고 신앙으로 고백할 수는 있지만 그건 “내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아름답다.”라고 고백하는 것과 같은 고백의 언어이지 사실의 언어일 수는 없습니다. 그 고백의 언어를 객관적 사실 언어로 착각하고 “너도 그렇게 믿어야 한다.”고 공격적 선교를 감행하는 형제들(같은 기독교인)과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다원주의자들입니다.

그들은 형제로부터 이단자, 사탄, 배은망덕한 사람 등의 온갖 욕과 저주를 받으면서도 기독교의 쇄신을 위해, 종교갈등을 막기 위해, 불교 등 이웃종교에 대해 저지른 기독교의 죄악상에 대해 사죄하기 위해, 훼불 행위 등 기독교인들의 무례에도 불구하고 한없는 자비심으로 참아준 이웃종교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 모든 불이익과 조롱을 감수하며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4. 기독교의 독선과 배타에 대해 사죄드립니다.

아무리 변명을 해도 기독교인으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겠습니다. 기독교는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며, 무고한 피를 수없이 흘리게 했으며, 불행하고 슬프게도 그 독선과 배타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마주치면 가슴을 치고 통곡해도 그 죄를 다 씻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기독교에 희망이 남아있다면 종교다원주의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독교가 이천년 동안 쌓이고 배인 독선에서 벗어나 이웃종교와 문화와 더불어 상생할 수 있는 아름다운 종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십시오. 뜻있는 기독교인들이 펼치는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이 결실을 거두어 독선과 배타의 교리기독교가 쇠하고 다원주의 기독교가 주류로 부상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불기 2556년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파계목사 류상태 두손 모음.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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