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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브러더’의 불법사찰 ‘판도라’
[김영호 칼럼] 개인정보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 국가권력에 그대로 노출
 
김영호
1972년 6월 미국 대통령을 탄핵하는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대통령 리차드 닉슨의 재선을 획책하려고 비밀공작반이 워싱턴 DC에 소재한 워터게이트 빌딩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되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닉슨정권의 선거방해공작이 드러났다. 닉슨이 백악관은 도청사건과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언론의 집요한 탐사보도에 의해 진상이 밝혀졌다. 대통령보좌관 등이 연루되고 닉슨이 은폐하려던 사실이 폭로되었다. 1974년 8월 하원 사법위원회에서 대통령탄핵결의가 가결되었고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대통령의 중도사임은 미국 역사의 큰 오점이자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관․재계와 언론․노동계 인사들을 전방위로 불법사찰한 사실이 밝혀졌다. 파업 중인 KBS 새 노조가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지난 2008~2010년 3년간 불법사찰한 문건의 일부를 공개했다. 워터게이트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방대한 규모가 충격적이다. 7개팀을 운영했다니 전체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듯하다. 청와대 지시임을 암시하는 'BH하명'이라는 표기가 있고 종결사유, 처리결과 등 구체적인 사찰내역을 수록하고 있다. 사찰대상자에 대한 인사개입과 실질적 영향도 확인됐다. 이것은 공직자-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정권에 비판적인 개인-단체에 대해 무차별적-조직적-불법적 사찰을 자행했음을 의미한다.

방송장악을 노린 방송사의 경영진-노조의 성향분석-인물평가와 함께 구체적인 인사개입이 드러났다. 노무현 정권이 임명한 공직자들도 사찰대상이었다. 대부분 임기를 못 채우고 중도에 퇴진했다. 집권당의 국회의원, 장·차관급, 중간간부에 대한 사찰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경찰 내부망에 글을 린 하위직 경찰에 대한 동향도 파악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일반인-시민단체도 포함되어 있다.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서울대 병원노조, 화물연대, 현대차 노조, PD수첩 작가도 사찰대상이었다. 불륜행각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사찰대상자의 사생활까지도 염탐, 도청, 미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사찰주체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광우병 촛불시위 이후 탈법적으로 신설된 조직이다. 검찰수사를 보면 사찰내용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청와대가 사령탑이란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경찰의 수사기능을 제쳐두고 초법적 별동대를 운영한 것이다. 정권안보를 위한 비밀사찰조직인 친위대나 다름없다.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입증했다. 대포폰은 범죄자, 부랑자, 노숙자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휴대전화이다. 불법적인 통화사실을 은폐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사찰관련자에게 돈뭉치를 주고 취직을 알선하려고 했다는 점도 비밀조직의 성격을 말해준다. 검찰이 정권의 보위대 노릇을 하며 축소-은폐수사를 통해 서둘러 종결하려는 모습도 무소불위의 조직임을 암시한다.

불법사찰의 ‘판도라’가 조지 오웰의 ‘1984년’을 떠올린다. 정보를 독점한 절대권력자가 상시적 개인감시-사상통제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는 ‘빅 브러더’가 말이다. 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빅 브러더’의 가상세계가 현실화하고 있다. 인별고유번호인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국가는 모든 개인정보를 알 수 있다. 소득내역, 부동산 보유실태를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모든 병적자료, 전과사실, 의료보험 이용실태, 차적을 한 눈에 본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는 초-중-고교 재학생-졸업생의 생활기록부를 수록하고 있다. 금융전산망은 금융자산의 입출금을 보고 있다. 해외여행도 모두 기록되어 있다. 옥외활동은 CCTV, GSP, 출입증, 통행증이 기록하고 휴대전화는 위치를 추적한다. 컴퓨터를 뒤지면 누구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 말해준다. 신용카드는 어디서 무엇을 사고 먹었는지 언제 어디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내렸는지 알려준다. 은행, 병원, 신용카드, 백화점 등의 상업적 자료도 마음만 먹으면 들여다 볼 수 있다.

불법사찰을 자행하는 이명박 정권치하에서는 제레미 벤담의 ‘원형감옥’(panopticon)이 따로 없다. 그리스어로 ‘pan’는 ‘모두’, ‘opticon'은 ’본다‘는 뜻을 가졌다. 전부 본다는 의미다. 간수는 죄수의 모든 행동을 한 눈에 볼 수 있되 죄수는 간수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감옥이나 진배없는 꼴이다. 개인정보를 보호받지 못하는 국민들이 국가권력 앞에 나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그것도 모자라는지 친위대가 확대경을 들고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보듯이 본다. 그런데 방송장악의 부메랑이 권부의 심장부에 비수를 꽂고 말았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기사입력: 2012/04/04 [03:1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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