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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정부가 부른 ‘인터넷 감시국’ 오명
[김주언의 뉴스레이다] 인터넷 '괴담' 퍼뜨리는 유해도구 치부, 불통 자처
 
김주언   기사입력  2012/03/18 [03:06]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가 중요한 소통도구로 등장했다.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을 때 SNS를 통해 SOS를 치면 세계 곳곳을 돌고 돌아 10분 정도면 휴지가 배달될 만큼 확산속도도 빠르다. 그만큼 SNS는 커다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몇 차례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SNS는 위력을 과시했다. 올해 치러질 양대 선거에서도 기존 매체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명박정부는 SNS 등 인터넷에 매우 적대적이다. 집권 초기인 2008년 광화문 광장을 뒤덮었던 촛불의 물결이 인터넷 때문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촛불 트라우마'이다. 이명박정부는 신문과 방송 등 전통매체만을 언론으로 인정하고 인터넷은 외면했다. 인터넷을 통한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온갖 '꼼수'를 부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동원한 실질적 검열과 '미네르바' 박대성씨를 비롯한 누리꾼 구속, 이를 통한 '겁주기 효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한국이 '인터넷 감시국'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최근 발표한 '2012년 인터넷 적대국' 보고서에서 한국을 '인터넷 감시국'(countries under surveillance)으로 선정했다.

한국을 포함해 이집트, 러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프랑스 등 12개국이 대상이다. 이로써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임을 자부해온 한국은 이명박정부 4년 내내 '인터넷 감시국'에 포함되는 굴욕을 안았다. RSF는 보고서에서 대선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정치적 표현에 대한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MB정부, 인터넷 여론에 적대적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1억원대 피부클리닉' 파문과 관련해 '나꼼수' 패널들이 소송에 휘말린 것이 대표적이다. 수사대상이 된 인터넷 콘텐츠가 2009년 58건에서 2010년 91건, 2011년엔 8월까지 15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심의강화도 대표적 인터넷 검열로 적시됐다. 방송통신심의위의 삭제요청 콘텐츠는 2009년 1500건에서 2010년 8만449건으로 치솟았다.

이명박정부는 SNS에서 떠도는 비판여론을 '인터넷 괴담'으로 몰아 탄압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한미FTA 비준 반대시위가 일어났을 때 검찰은 SNS 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구속 수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SNS 선거운동을 허용한 이후에도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자를 찾아내는 데 서슬이 퍼렇다. 경찰도 SNS 여론조사를 내사하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만으로도 누리꾼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SNS를 잘 활용하면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국정에 반영하는 데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이 '인터넷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을 대국민 직접 커뮤니케이션 창구로 활용했다. 인터넷의 특성과 중요성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SNS 등 인터넷을 '괴담'을 퍼뜨리는 유해도구로 치부하여 규제대상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이명박정부가 '불통정부'를 넘어서 '먹통정부'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검열하고 처벌한다고 해서 언로를 막을 수는 없다. 이명박정부의 방송장악 이후 '나꼼수' 등 대안매체 열풍이 밀어닥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독재정권 시대에도 국민은 이른바 '유비통신'을 믿었다. 유언비어를 단속한다며 국민의 입과 귀를 막으려 했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SNS를 통해 빛의 속도로 '괴담'이 순식간에 전세계로 전파되는 현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검열한다고 언로 막을 수는 없어

시인 김지하는 1972년 장시 '비어'(蜚語)를 통해 유언비어는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국민여론이라는 사실을 풍자했다. '에잇 개같은 세상'이라는 유언비어를 내뱉은 서민 '안도'(安道)를 구금하지만 안도는 몸을 감옥 벽에 부닥뜨리며 '쿵!' 소리를 낸다.

이 소리만 들으면 '사시같이 떨어대며 식은 땀을 줄줄 흘려 쌌는 사람들'은 '돈푼 깨나 있고 똥 깨나 뀌는 사람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번 쯤 읽어 봐야 할 대목이다.
언론광장 감사, <시민사회신문>(http://www.ingopress.com)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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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3/18 [03: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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