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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쫄지마! 경제는 속지마!
[오용석의 경제민주화 대장정] 가난은 ‘범죄의 온상’ 아니라 ‘생계형 범죄’의 원인
 
오용석
 
우리가 재벌을 배부르게 만들어주는 거지, 그 반대는 아니야

① 인간세상의 먹이사슬 모습 
 
대다수 사람들은, 소수 부자들이 차지하고 얼마 남지도 않은 먹잇감을 놓고 자기들끼리 좀 더 차지하고자 치열하게 싸우는 상황입니다. 오늘의 신자유주의 시대처럼 남겨진 몫이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대다수 인민들의 먹이 쟁탈전은 이전투구의 모습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전 세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경제 생태계의 대략적인 모습입니다. 한 나라의 상위 1퍼센트가 통상 자국이 보유하는 부의 37% 정도를 차지하고 차상위 9%는 38퍼센트를 차지하는 등 상위 10%가 우선 75%의 먹이를 선점합니다. 겨우 남은 먹잇감 25%를 놓고서 대다수 90% 인민들이 아비규환의 상호 쟁탈전에 나서는 것입니다.

토지 등 부동산을 중심으로 부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한 양상입니다. 상위 1%의 부자가 개인소유 토지면적의 57%를 소유하고. 상위 5%로 치면 82.7%, 10%로 하면 95%를 훌쩍 넘어섭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지독한 부의 편재 상황입니다. 결국 5% 미만의 찌꺼기를 놓고서 대다수 국민들은 서로 적대하면서 험악한 쟁탈전을 벌이는 것입니다.

② 통념대로, 과연 ‘가난이 범죄의 온상’일까?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통계적 허상’일 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세상에서는 더욱 그러함을 간파해야 합니다. 종래의 범죄 연구들은 대부분 화이트칼라 범죄는 제외시킨 상태에서 절도, 강도, 살인강도 등의 경제범들만 편파적인 연구표본들로 삼아왔습니다. 간혹 이를 포함시켜도 연구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나라를 불문하고 최고의 화이트컬라인 CEO 범죄 등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일쑤입니다. 우리나라 재벌총수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1990년 이후 국내 10대 재벌 총수들이 받은 징역형은 모두 23년에 달하지만 실제로 실형을 산 경우는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형이 확정된 후 형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사면부터 받는 일이 반복됩니다.
 
☞ 재벌총수들, 아무도 감옥가지 않았다 (경향, 2.14)

우리보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매우 엄중한 처벌을 내리는 미국의 경우라고 해도 실은 50보, 100보 차이에 불과합니다. 미국의 한 연구는, 화이트 칼라 범죄로 부정하게 흘러나가는 돈을 일상적인 범죄의 평균 100배 이상으로 추산합니다. 반면에 화이트칼라 범죄가 기소될 확률은 보통 범죄에 비하면 실제 발생건수의 1백분의 1 미만입니다. 어느 나라에서건 소위 “가난이 범죄의 온상”이라는 상식과 통념은 실제 전개되는 현실과 전혀 부합되지 않는 통계적 착시현상입니다. 
 
③ 가난은 그저 ‘생계형 범죄’의 원인일 뿐
 
가난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경찰과 검찰이 빠짐없이 수사하고 거의 전부를 기소하게 됩니다. 법원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부분 실형을 선고합니다. 하지만, 상류층 범죄의 경우 대부분 형사 이전에 민사소송으로 진행됩니다. 설혹 검찰이 이를 기소하더라도 법원의 실형 선고에는 이르지 않는 게 보통의 경우입니다.

미국의 경우 한 연구는, 가난한 사람들의 범죄로 불리는 강도 및 자동차 절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60%가 실형이었고, 강도죄(자동차절도죄)의 평균 형기는 33개월(18개월)이라고 합니다. 반면, 화이트칼라 범죄는 범죄로 인한 부당이득 규모가 강도죄보다 건당 평균 200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고작 20%만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평균 형기도 7개월에 불과함을 보여줍니다.

가난이 '범죄의 온상'은 아니며, ‘생계형 범죄’의 직접 원인일 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최고의 생계형 자살국가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어디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까? 삶의 시작이 더 이상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어버린 나라! 오늘의 일부 젊은이들은 처음부터 연애를 포기하거나, 설혹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은 포기하거나, 만약 결혼할 경우에도 미리 출산을 포기한다고 해서 이른바 ‘3포'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마침 경향신문의 오늘 1면 톱기사는 이웃나라 일본의 소식입니다. 일본의 차세대 총리후보 1순위로 꼽히는 보수정치인 하시모토(42) 오사카 시장은 보편적 복지의 핵심제도인 ‘기본소득제’(Basic Income System - 일해야 먹고살 자격 있다는 주장은 잘못.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먹고 자고 배울 기본권을 누려야 한다는 것) 공약을 내겁니다. 일본이나 서구국가들은 누구 하나도 미국을 상대로 한미FTA 따위의 쌍무협정은 하려고도 않습니다. 그런 반역사적, 반민주적 범죄 행각을 벌였던 자들이 여야 공히 잔뜩 모여 있는 우리나라 정치판에서는 언제쯤 저런 정치인이 등장할까요.
 
☞ 일본 유력 총리후보 ‘기본소득제’ 공약 (경향, 2.14)

④ 비록 ‘의적’은 없는 시대이나, '희망버스'와 '희망텐트'는 있어
 
각 시대마다 윤리적 속성으로는 반사회적 행위이지만, 실정법상 특정 행위들을 범죄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서양 중세에 이자 받는 행위는 중범죄였으나 지금은 아닙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조용기나 김홍도 등의 목사들이 종교를 빙자하여 사실상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현행 실정법상 범죄행위가 아닐 뿐입니다. 나아가 세금부과 대상조차 아닙니다. 어느새 사각지대의 ‘독버섯’으로 커버린 상태입니다.

이 시대에 지난날의 홍길동이나 로빈후드 같은 의적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적은커녕 고작 희망버스에 동승했다는 사정 등으로 철창 속에 이 시대의 희망들을 가둬버리는 ‘야만적’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 자체가 지난날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일시적 형태에 불과합니다. 머지않아 다가올 새 시대의 모습이 더 이상 이런 식은 아닐 것임을 우리는 인류사의 긴 체험 속에서 익히 알고 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사회가 문명화된 정도는 그 곳의 감옥에 들어가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지난 시절 정치독재에 항거했던 민주화 인사들은 권력의 하수인 격이던 제도언론은 몰라도 결국 당대의 민심을 얻어냈습니다. 오늘의 재벌독재에 항거하다 붙잡혀간 더 많은 이 시대의 민주화인사들은 대부분의 제도언론은 물론 아직 인민들로부터 충분히 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앞선 자의 고독일까요? 하지만 지금 희망은 무럭무럭 커나가는 중입니다.

⑤ 우리가 재벌을 배부르게 해주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닐 것
 
매경 등 경제지와 조중동은 오랫동안 “재벌이 배터지게 먹어야 너희에게 콩고물이나마 떨어진다”는 소위 ‘낙수효과’ 논리를 중심으로 재벌들의 주장들만 일방적으로 전파합니다. “삼성이(실은 이건희가) 어려움에 처하면 대한민국은 무너진다“는 식의 협박논리까지 동원해서 혹세무민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1인독재’ 재벌체제를 옹호하기 위해 재벌들의 전근대적 불법세습이나 탐욕스런 문어발식 확장 등은 일체 외면합니다.

이런 선전선동에 세뇌된 탓일까요. 시대착오적으로 '무노조 경영' 운운하는 이건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부 재벌과 재벌사 정규직노조 간에 일종의 암묵적인 동맹 현상까지 나타나는 실정입니다. 이들 노동자들은 소위 ‘먹이찌꺼기’ 쟁탈전에서 승리한 걸로 여겨 안도한 탓인지, 자신들의 '노동자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스스로를 득의만만하게 ‘시민’(역사적 어원으로는 부르주아지, 곧 자본가란 뜻)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말이 바로 서야 세상이 바로 섭니다. 같은 현상을 두고서 윤락, 매춘, 매매춘, 성매매라고 각각 칭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각각 다릅니다. 한 사람이 선택하는 단어는 그 사람의 본질입니다. 지금 일각에서처럼 노동이나 노동자란 용어가 수치의 대명사로 기피돼서는 안 됩니다. 일부 정규직의 도착된 사고방식은, 한편으로 시대의 진실을 은폐하는 ‘언어의 사회성’(집단성)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오늘 노동이 처한 현주소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언어의 역사성’ 사례로 봅니다.

유난히 경제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만 포식자가 피식자를 먹여 살린다는 주장은, 다시 말해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의 먹잇감이 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입니다. 이런 거짓말들로 그간 도배해 온 매경 등 경제지나 조중동 논리에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됩니다. 공동체 전체의 견지에서 적절한 규제가 없는 한, 언제 어디서건 오로지 초식동물이 포식동물의 밥이 될 뿐입니다. 그 역은 전혀 성립할 수 없습니다.

⑥ 정치는 쫄지마! 경제는 속지마!
 
우리가 이 시대에 “민주주의가 선도하는 건강한 자본주의”를 절실히 그리고 강력히 요구하는 까닭입니다. 오늘의 지배계급이 ‘상식’이나 ‘통념’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끊임없이 세뇌시키는 거짓 이데올로기로부터 먼저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이건희 등 배후의 재벌독재 세력과 최후의 결전에 나서기 위하여 지금 당장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 도처에 포진해 있는 재벌 앞잡이들을 색출해내고 솎아내는 일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참고기사] '김진표 낙선운동'과 '정체성 정동영'의 운명
'김진표 OUT!' 지지 서명, 하루 만에 1만 명 돌파 파장 (오마이, 2.14)
  
  
정치적으로, 이명박 정권이 그간 퇴행시켰던 정치민주화와 남북공조의 위업을 복원시키기 위하여 함께 치열히 맞섭시다. 굳세게 다짐합시다. “정치는 쫄지마!”

경제적으로, 간접이건 직접이건 또는 과실이건 고의건 재벌들 앞잡이로 시종했던 전임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을 향해 큰 소리로 잘못을 꾸짖읍시다. 우리 함께 경제민주화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각오를 새롭게 다짐합시다. “경제는 속지마!”
 
* 글쓴이는 현재 개방과 통합 (연) 소장으로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울법대 졸업 후 미국 오리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한은, 금감원 등에서 근무하였습니다. https://www.facebook.com/fssoh
 
기사입력: 2012/02/16 [07:2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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