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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국제무대에서 미국 눈치를 보는가
[시론] MB정부의 자주성 결여 보여준 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기권 행위
 
이영일   기사입력  2011/11/01 [22:55]
지난 10월 31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네스코(UNESCO,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회원국 가입이 승인되었다. 유네스코 193개 회원국중 107개국이 찬성해 압도적인 투표 결과를 보여줬는데, 이 투표에서 성숙한 외교를 주장하던 우리나라는 기권했고 미국과 이스라엘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팔레스타인에 자주적인 독립국가에 준하는 지위를 인정하는 자리였지만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으로부터의 해방 경험이 있던 대한민국이 반대도 아닌 기권을 던짐으로서,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아주 ‘성숙하고’ 분명하게 드러내 보이는 수치스러움을 보였다.

사실 어떻게 보면 팔레스타인은 국제사회의 불공평하고 비균등한 정치적 이해관계의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다. 유대인들이 2천년만에 나타나 ‘원래 이땅이 우리땅’이라며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부터 촉발된 중동의 분쟁은 사실 팔레스타인으로서는 당연한 자위권 발동의 항전이었을 것이며, 이 배경에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 선진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차례의 중동전쟁과 이스라엘의 압도적 군사력에 따른 가자자구 공습등은 사실상 팔레스타인이 아닌 이스라엘에 더 분명한 원인과 배경이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은 그들의 논리와 상황속에서 독립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며 이런 팔레스타인을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미국의 엄포속에서 모른 척 일관해 오며 중동의 불안을 방치해 왔다. 이제 국제사회가 조금더 진일보한 전진속에서 화약고 중동의 평화를 고민하자는 것이 이번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의 진정한 의미다. 

중동의 평화는 팔레스타인의 UN가입이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세계의 초경찰강대국 미국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당장 유네스코에 지원하겠다던 6천만달러를 동결하겠다며 으름장으로 놓는 참으로 점잖치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자기네들 법에 그들이 인정하지 않는 국가가 국제기구에 가입할 경우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이 있기에 이런 엄포가 단지 구호에 끝나지 않고 실제 이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결국 국제사회에서 미국 스스로의 위치와 영향력을 상실하는 자충수에 빠질 위험이 상존한다. 미국이 진정 중동의 평화를 원한다면 이 법을 없애던가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것이 그 시발점임을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기 급급해 할 것인가. 일본이 100여년전 우리나라가 일본땅이었다며 침략할 경우 대한민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이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외교 방향과 국익을 해치는 일이었나.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 소신있게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성숙 외교이지, 미국의 입장을 쫒아다니며 말로는 혈맹 미국과의 돈독한 우정이라며 포장하는 그런 태도로 어디 창피해서 평화를 사랑하는 정부라고 논할 수 있을 것인가.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기자, 동아일보e포터 활동을 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을 출간했고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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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1/01 [22: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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