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의 보험맹 탈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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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당하는 보험사기, 모르면 범죄자로 몰려
[연속기획 1] 숨어있는 보험 151종류, 보험증권 속 보험 종류를 찾자
 
김미숙   기사입력  2011/07/17 [02:51]
지난 3월 4일 모 언론사에서는수년간 전국의 크고 작은 병원을 찾아다니며,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타낸 부부 사기단이 붙잡혔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부부를 붙잡은 청주 흥덕 경찰서 소속 경찰은 C형 간염을 앓고 있는 이들 부부가 입원 보험금을 많이 주는 보험을 골라 가입하고서 부산시의 한 병원에 거짓으로 입원해 부부가 합쳐 하루 평균 80만원의 보험금을 챙기는 등 전국 10개의 병원을 옮겨 다니며 46차례에 걸쳐 3억여 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며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했다.

또 다른 언론사에서는 이 부부의 사건을 “병원 입원해 보험료 3억원 챙긴 부부 영장”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냈는데, 영장은 기각되었으나 후속 보도는 못 봤다.

통원치료 가능한 환자
입원치료하면 ‘사기?’


경찰의 주장은 “C형 간염은 통원치료가 가능함에도 입원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보장성 보험 10개를 가입한 것이다”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법조문에 ‘통원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입원치료를 받으면 사기로 처벌한다’는 내용은 없다.

게다가 이들 부부는 부부의 요구로 입원치료를 한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지시에 따라 C형 간염 약물 부작용으로 입원치료를 하였고, 지금까지도 병세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이 부부는 ‘허위로 입원한 일’이 없고, ‘진짜로 입원한 일’은 있는 것이다.

이 부부는 언론이 경찰의 말만 듣고 자신들에게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부부 사기단’으로 내몰아 억울하다며 보험소비자협회에 카페에 사연을 올렸다.

경찰에서 조사할 것이 있으니 경찰서로 나오라 해서 갔더니, 방송국 기자가 카메라를 대기시키고 있다가 보험가입자의 동의도 받지 않고 촬영하여 방송이 되었다는 제보였다.

보험가입사항 분석해 보험범죄 진실 가려야
한 보험사 주보험 한 건에 숨어있는 보험은 무려 151종류


경찰이 과연 ‘보험가입사항’을 제대로 이해나 했는지 궁금했다. 이들 부부가 가입한 보험 증권으로 보험가입사항을 분석해 보면, 보험사에게 유리한 조건은 아무 문제 삼지 않고, 보험사에게 불리한 조건만 ‘보험범죄’라며 보험회사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경찰은 이에 응하여 보험가입자를 범죄자로 내몰아 고의로 언론에 노출시킨 것임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들 부부가 보내온 보험 증권은 모두 8건이다. 이 중에 부인의 이름(피보험자)으로 가입한 삼성생명의 무배당리빙케어종신보험 한 건을 분석해 보았다. 보험증권번호가 하나인데도, 보험의 종류가 많아서 우선, 주보험의 ‘보험 종류’만을 분석했는데, 주보험 한건에 숨어있는 보험은 무려 151종류나 되었다.

이 중에서 기소의 원인이 된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는 조건은 단 한 건도 없다. 입원보험금을 지급받는 기간 동안에도 보험금 지급 사유가 없는 151종류의 보험에 대한 보험료는 보험사가 꼬박꼬박 챙겨갔다.

현재 이 사연은 청주지방검찰청에서 기소하여 형사 재판을 진행 중인데, 검사가 작성한 공소장 어디에도 ‘보험증권별 보험가입사항’을 분석한 자료는 첨부되어 있지 않았다. 공소장에 첨부된 부부의 범죄일람표에는 치료병원, 입원과 퇴원일자, 입원일수, 가입보험이름, 보험금 청구일과 지급일 그리고 지급금액만 기재되어 있다.

보험사가 ‘보험범죄 피해자?’

놀라운 사실은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보험사’가 ‘피해자’로 기재되어 있는 점이다. 즉, 이들 부부가 받아간 보험금 3억여 원은 보험사 주주가 가져야 하는데 못 가져갔기 때문에 ‘피해’라는 식이다. 3억여 원의 보험금을 보험사 주주가 가져가지 않아도 ‘피해’란 없다.(이유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언급할 예정이다)

보험증권 8건을 모두 분석해 보면, 이들 부부가 가입한 보험의 종류는 수천 종류가 넘을 것 같다. 수천 종류의 보험으로 수천 종류의 보험료를 내게 하면서도 고작 이 중에 한 두 종류의 보험으로 ‘입원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인데도, 입원과 퇴원을 여러 번 반복해 받은 보험금이 ‘사기’라니 이런 불공정한 ‘잣대’가 어디 있겠는가?

보험금 한 푼 주지 않는 조건에 대한 보험료를 받아가는 것은 보험사의 권리고, 보험금 받을 조건에 해당되는 보험금은 ‘사기’라며 보험가입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보험사 주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인데, 보험증권별로 보험가입사항을 분석해 보험범죄의 진실을 가리는데 보탬이 되고자 이 글을 쓴다.

보험 가입 건수는 보험증권번호수가 아닌
‘보험금 지급 사유에 따른 보험금의 크기와 보험료’로 세야

상기 가입 조건은 2006. 12. 18일에 계약한 삼성생명 무배당리빙케어종신보험(피보험자 가입 나이 37세, 여자)으로 보험증권번호는 하나인데 1번의 주보험계약과 2번의 무배당신정기III특약보험, 3번의 무배당재해상해특약보험, 4번의 무배당상해치료특약보험, 5번의 무배당특정입원특약보험, 6번의 무배당입원특약보험, 7번의 무배당특정수술특약보험, 8번의 무배당리빙케어특약보험으로 7건의 특약보험을 가입하였다.

보험가입자가 삼성생명에 내야 할 보험료는 1번 주보험에서 111,000원, 2번 특약보험 21,700원, 3번 특약보험 2,000원, 4번 특약보험 2,200원, 5번 특약보험 2,600원, 6번 특약보험 4,800원, 7번 특약보험 2,300원, 8번 특약보험 600원으로 이를 모두 더하면 다달이 147,200원이다.

보험 몇 건 가입했느냐고 했을 때, 보험증권번호가 하나라고 한 건 가입한 것으로 대답했다면 그 동안 크게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보험료는 얼마나 내느냐고 했을 때, 다달이 통장에 찍히는 보험증권번호 하나당 합계 보험료로 대답했다면 이 또한 크게 잘못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에 따른 보험금의 크기와 이에 대한 각각의 보험료'를 알아야 할 일이다.

'보험증권번호'는 '하나'이므로 '한 건의 보험을 가입한 것'이라고 할 것이 아니다. 보험 가입 건수는 보험증권번호 수나 주보험이나 특약보험의 가입 건으로 보험 종류를 세는 것이 아닌 것이다.

보험 가입 건수는 보험금 지급 사유에 따른 보험금의 크기와 보험료로 세야 한다. 똑 같은 크기의 보험금이라도 보험금의 지급 사유가 다르면 각각 다른 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계산해야 한다.

또한,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내야 할 보험료는 보험금의 지급 사유에 따른 보험금의 크기별로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에게 알려야 하는데, 보험사는 주보험과 특약보험별로 각각의 보험료와 이를 합한 보험료만 알리고 있다.

보험증권번호가 하나인 상기 건으로 주보험과 특약보험 총 8종류의 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계산할 수도 있겠으나,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는 조건은 차차 분석하겠으며, 오늘은 주보험에 숨어 있는 보험의 종류를 찾아보았다.

보험증권번호 하나에 주보험에 숨어 있는
151종류의 ‘보험료’는 찾을 수 없어


보험종류별 보험 계약 항목은 ①보험가입건수번호, ②보험계약형태, ③보험금의 이름, ④보험금의 지급사유, ⑤보험금의 크기, ⑥보험료로 구성되어 있다.

"1번 보험, 2번 보험 식"으로 보험 가입 건수를 세 봤더니 주보험 한 건에서 보험금 지급 사유에 따른 보험금의 크기별 보험 가입 건수는 무려 151종류나 된다.
60종류의 사망보험금, 15종류의 리빙케어보험금, 16종류의 보험료납입면제보험금, 15종류의 60종류의 보험계약소멸조건의 보험가입건수는 총 151종류나 되는 것이다. 보험금의 이름이 같고, 보험금의 크기가 같아도 보험금의 지급사유가 다르면, 보험 건수는 각각 구분했기 때문이다.

보험사와 보험을 파는 모집인은 보험가입자에게 주보험에서 보험금이 지급되는 조건은 151 종류나 된다고 알리지 않는다. 또한, 151종류 각각의 '보험료의 크기'를 보험가입자에게 알려야 하는데, '주보험, 보험가입금액 5,000만원, 보험기간 종신, 보험료 납입기간 20년, 보험 가입 나이 여자 37세 월 보험료 111,000원'만 알리고 있을 뿐이다. 111,000원을 151종류의 보험으로 나눠 각각의 보험료를 계산해 보험가입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과연 어려운 일일까? 어렵다기 보다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기 때문에 궂이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본다.

즉, 보험가입자는 151종류의 보험에 대한 보험료를 각각 내고 있는데, '보험금을 받을 조건'은 달랑 한 종류 밖에 되지 않으며, 최악의 경우(보험계약체결 및 유지 의무 위반 또는 보험범죄라는 이유로) 못 받게 될 수도 있다.

보험가입자가 가입하고 있는 보험의 보험 증권을 펼쳐 보고 분석해 보아야 한다. 보험사와 모집인만 믿고 보험료만 꼬박꼬박 낸다고 보험금 지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건에서 얼마의 보험금이 지급되는지, 이에 대한 보험료는 얼마나 내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따지고, 모르면 보험사에 요구하여 받아내야 한다.

이들 부부처럼 보험을 가입하기 전에는 건강했는데, 보험을 가입한 후 1년 정도 지나서 갑자기 C형 간염 진단을 받고 3년 정도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그때마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다가 갑자기 ‘보험사기’라며 경찰 수사와 형사 법정에 세워지지 않으려면 보험가입자가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데, 보험증권으로 보험가입사항을 확인하고, 숨어있는 보험의 종류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글쓴이는 보험소비자협회 대표
http://cafe.daum.net/bosohub 운영자이며,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웅진윙스)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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