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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무노조'는 경영 철학이 아니라 '억압'이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국가기관의 도 넘어선 '삼성 비호' 반성해야
 
변상욱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최근 복수 노조 시대의 개막과 함께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이 삼성 그룹이다. 먼저 삼성의 무노조(無勞組) 경영 역사를 들춰보자.

흔히 이병철 전 회장의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노조 안 된다"는 발언 때문에 1977년 제일제당 김포공장 여성노동자 사건을 삼성 노동자 투쟁사의 시작으로 보지만 그 이전도 삼성 내에 노동자들의 권리 투쟁이 있었다.

◈ 삼성 내 노동 투쟁사 - 민주화 이전

-1950년대 제일제당 노동자 농성투쟁
-1960년 6월 제일모직 대구공장
-1973년 제일제당 김포공장 농성
-1977년 제일제당 김포공장 노조 결성 시도

이들 노동자 투쟁은 간단히 제압되어 끝났다. 이 '간단히'라는 말에 담긴 뜻은 결코 예사롭지 않다.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고 흔히 말하지만 삼성과 독재권력이라는 두 바윗돌 사이에서 으스러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 1987년 민주화 이후 - 다를 게 없다

1987년 8월, 삼성중공업 창원 2공장 노동자들, 구사대를 뚫고 창원시청에 노조실립 신고서 제출했으나 하루 전날 다른 노조가 이미 신고필증 받아갔다고 반려됐다.

1988년 4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들, 거제군청에 신고서 접수하러 가니 한발 앞서 접수된 게 있다고 반려됐다. 그 해 6월에 다시 신고서를 냈으나 역시 하루 먼저 도청과 시청에 다른 신고서가 접수 완료됐다. 1993년 10월 다시 시도하려 했으나 사전에 발각돼 차단되고 핵심인물은 징계조치 후 해고됐다.

1987년 8월 삼성전관 노동자들, 부산과 수원 공장에서 각각 노조 설립 계획하다 사전에 적발돼 핵심인물들은 강제 사직을 당했다. 1991년 수원 공장에서 다시 시도하다 가로 막혀 노사협의회를 강화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노조를 포기했다. 그러나 후에 핵심 인물들은 징계 당하고 구속까지 됐다.

1997, 1998 삼성 SDI 부산 사업장. 구조조정에 항의하다 노조 설립 쪽으로 옮겨 가던 중 핵심인물 1명은 해고, 1명은 부산에서 수원으로 발령 난 뒤 말레이시아로 발령났다. 1명은 중국 천진으로 발령 나 아무 하는 일 없이 2년을 지냈고, 2명은 중국 출장 3개월, 1명은 얻어맞은 뒤 한 달 간 말레이시아 강제출장을 떠나게 됐다.

적발되다, 징계당하다, 해고되다... 간단한 말로 표현했지만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의 증언에는 감시, 납치, 감금, 폭행, 협박, 회유 등 온갖 흉험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물론 삼성 측은 해고되어 마땅하고, 징계 받을만 했고, 특별히 배려해 외국에 보냈고, 감시가 아니라 면담을 꾸준히 했을 뿐이고, 현행법을 어겼으니 구속된 거라고 설명한다.

 
◈ 21세기 이후 - 역시 다를 게 없다

아주 최근 사건으로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 근무한 '박종태 대리 사건'도 있다. 사내 전신망에 노조 설립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던 박씨는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었는데 브라질과 러시아 출장 지시를 받았다. 텅 빈 사무실 근무 등을 겪다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고 유서도 써놓고 싸웠다 한다.

2010. 12. 26 업무지시 불이행, 회사 명예실추 등으로 해고당했다. 회사 측은 건강이 나쁘다며 출장 지시를 어겼고, 건강상의 이유를 제대로 대지 못했으며, 출장 안 가는 부서로 보내주려고 찾다보니 대기 기간이 길어진 것이지 절대 노조 때문은 아니라 한다. 과연 21세기의 삼성도 여전히 진짜 노조는 없는 삼성으로 가고자 하는 걸까?

지금도 삼성 내에 몇 개의 노조가 있다. 58개 계열사 가운데 7곳에 노조가 설립돼 있고 3곳 정도는 서류상 노조가 아닌 '진성 노조'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으로서는 우리도 몇 개 있다고 해봐야 다른 계열사 노동자들을 자극할 수 있고, 노동계도 '노조 없는 삼성'이라고 공격하다보니 삼성의 작은 노조들을 거론하지 않고 넘어간다.

◈ 복수노조 허용 이후 - 역시 달라질 게 없다?

왜 삼성만 갖고 그러느냐는 항의와 삼성 옹호의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삼성의 지위와 가치는 중요하니 그렇다. 또한 삼성이 바로 서고 바른 길을 가는 것이 한국 재계를 쇄신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관건이라고 여기니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은 곧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직결되는 것이다.

또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국가기관의 도를 넘어선 비호이다. 법원, 검찰, 경찰, 노동부가 제대로 공정한 역할을 해왔을까?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는 순간부터 불순분자로 취급하고 쟁의는 일단 불법이라고 규정짓지 않았나 반성해 보라.

사회적으로도 우리는 사회 안정, 수출 확대 등의 막연한 명분을 내세워 대기업의 노동3권이 유보되는 것을 그쯤이야 하며 관대히 보아 넘기는 통념을 갖고 있다. 또한 걸핏하면 좌경용공이나 좌파로 몰아가는 색깔론과 이념공격도 무노조 경영의 배경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이 함부로 유보되던 시절의 무노조 경영이 21세기에도 지속되어야 할 명분은 없다. 더구나 삼성은 경영철학의 핵심에 '인간존중'이 있다고 주창하지 않는가. 노동권을 보장하는 헌법 앞에서 <'무노조'는 경영철학이 될 수 없다, 그것은 가진 자의 비인간적 폭력일 뿐>이다.


대자보 제휴사 = 뉴스부문 최고히트싸이트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11/07/15 [17:2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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