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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고?
김문수 경기도지사 발언에 남원 시민들 분노 폭발, 사퇴 요구 빗발
 
김영조   기사입력  2011/06/27 [20:35]
《춘향전》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고전 문학작품이다. 소설과 함께 판소리 12마당의 하나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한국인의 정서가 흠씬 묻어나는 작품으로 영화ㆍ연극ㆍ뮤지컬ㆍ오페라 등으로 발전해 왔다.

절개의 대명사로 불리는 《춘향전》의 주인공 성춘향은 임진왜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 게야무라 로구스케를 끌어안고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 열사나 조선시대 시ㆍ서화에 뛰어난 황진이 등과 함께 비록 신분이 높진 않지만 오랫동안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아 온 인물이다.    




그런데 이 《춘향전》을 한낮 변사또의 노리개로 전락시킨 발언을 한 사람이 있어 요즘 시 시끄럽다. "청백리 따지지 마라! 지금 대한민국 공무원이 얼마나 청백리냐, 역사를 봐라.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는 것 아니냐'라는 말은 경기도지사 김문수 씨가 지난 22일 오전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한 말로 이를 두고 춘향이 고장 남원을 비롯하여 고전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분개하고 있다.

특히 남원 시민은 김문수 씨의 망발 이후 곧바로 펼침막을 내걸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남원여성발전연대” 양경님 대표는 “춘향의 숭고한 정절과 부도 곧 여자가 마땅히 지켜야 할 정신은 현재 많은 사회문제가 난무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 여인들의 귀감으로 우리 겨레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런데 춘향을 성적 노리개로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도지사로 있다는 게 분통이 터진다. 그는 당장 도지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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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수 지사 망발과 관련한 인터넷포털 “남원포유”의 보도     © 김영조
 또 인터넷포털 “남원포유”와 “남원문화대학”은 성명서를 내어 ‘김문수 도지사의 천박하고 왜곡된 역사인식은 춘향이 비하 발언에 그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미 소녀시대를 보고 “쭉쭉빵빵”이라는 성적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을 뿐 아니라 파주시 임직각 평화의 광장에 친일 민족반역자 백선엽 부조물 세우는 일에 파주시장과 함께 앞장서는 등 단체장으로서의 기본적인 철학과 최소한의 양심도 지니지 못한 부도덕한 사람이다.’라면서 즉각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남원시여성자원봉사회>와 <춘향문화선양회>는 성명서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인기영합의 임기응변적 발언으로 민족이 지키고 계승하고자 했던 정절의 춘향 사랑을 단순히 노리갯감으로 모독하였다. 이에 춘향 사랑의 고장 남원 시민은 온몸이 발가벗겨져 내동댕이치는 수모를 느낀다. 김문수는 춘향의 영전에 석고대죄하라.”라면서 도지사 자리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정치인들은 경박한 말실수로 홍역을 치른 경우가 많다. 지난해는 강용석 전 의원이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보온병 포탄”과 “자연산” 발언으로 시끄러웠다. 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현재 민주당) 의장은 노인 폄하성 발언을 했다가 여론의 화살을 받았다. 정치인들은 공인이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공식 석상에서 그 파급 효과를 가늠치 않고 발설하는 것은 생각이 짧은 행동이라고 모두 지적한다.

  
▲ 김문수 지사의 말에 펼침막으로 항의하는 남원 시민단체들 (1)     © 김영조

어찌 보면 김문수 지사는  춘향전을 끝까지 안 읽은 것 같다. 춘향전을 보면 변사또가 춘향을 따먹는 게 아니라 춘향이가 시종일관 변사또에게 당당한 태도였음은 세 살 어린 애도 안다. 춘향을 우습게 여기다가 봉고파직을 당하는 게 춘향전의 결말이다. 요컨대 정조와 절개를 지키는 여성의 표상인 춘향이를 건드리면 신세를 망치는 것은 변사또 시절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김문수 지사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4일 포털사이트 야후에서 실시한 '역대 정치인 최고의 망언'이라는 주제의 설문조사(kr.news.yahoo.com)에서 김문수 지사의 망언은 22%의 지지율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모두 3만 1,584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1위는 1만 2,158명이 투표한 이명박 대통령의 "외국 마사지걸, 얼굴 별로인 여자를 골라라"가 38.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으며, 김 지사의 망언에 뒤이어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의 "룸살롱에서 자연산 찾아"라는 말이 4,878명(15.4%)의 지지를 얻었다.

김문수 지사는 망언 정치인 2위라는 오명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실수 또는 망언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말을 한 사람의 교양과 도덕 수준에서 우러나온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남원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그런 정치인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으며 그래서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다.

▲ 김문수 지사의 말에 펼침막으로 항의하는 남원 시민단체들 (2)     ©김영조

예부터 남원사람들은 문화와 전통을 사랑하는 점잖은 성품을 지닌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번 김문수 지사의 망언을 두고 좌시할 수 없다면서 김문수 지사의 향후 태도 여하에 따라 경기도청 앞 진출 투쟁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모름지기 오늘날은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이다. 스스로 자신의 문화에 높은 자부심을 가졌던들 이번 춘향이 비하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 전국여성과 남원 시민에게 큰 상처를 준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 먹는 이야기”라고 한 말은 실수 차원을 떠나 봉고파직 감이라고 남원 시민들은 혀를 찬다. 지금 그들은 김문수 지사의 사퇴를 위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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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27 [20: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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