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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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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영남 중시론'은 강남정권 재창출
[김용민-공희준 방담⑥·끝] 강남 껴안으면 서민들 소외‥'악순환 틀' 이제라도 깨야
 
공희준
아래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전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와의 방담 내용이다. 이번 방담은 한국 사회의 내로라하는 '신진기예(新進氣銳)'들을 만나 대단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치를 비롯한 세상사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자는 기획시리즈의 일환이다. 방담은 3월 21일 월요일 오후 원효로 3가에 위치한 '제국기획'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영남 포용은 강남 퍼주기로 직결되기 마련
 
김용민(이하 김) - 정당정치의 복원, 이 부분은 우리가 놓친 부분이 너무나 많네요. 그럼 진보세력이 지향해야 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反한나라당 진영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2012년 대선에서의 희망이 전무하다고 보시는지요?
 
공희준(이하 공) = 이번 방담의 도입부에서 제가 이미 천기를 누설하지 않았습니까? 非영남-反강남을 하자고!
 
김 - 비영남-반강남?
 
공 = 비영남-반강남의 가치와 노선에 어울리는 정상적인 정당정치를 실행하자는 겁니다. 돌이켜보면 김대중 정부 당시의 민주당이 비영남-반강남의 기조에 가장 가까운 정치를 보여줬습니다. 그때의 새천년민주당이야말로 우리나라 역대 정당들 가운데 비영남-반강남에 제일로 근접했던 당이에요.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민주당 분당으로 인해 비영남이 그만 무너졌습니다. 영남포용 정책은 친강남으로 필연적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주민들의 대대수가 원적이 경상도입니다. 영남을 포용하자는 것은 단순히 영남의 민중, 곧 영남의 평범한 서민층에게 다가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속내를 뜯어보면 서울, 정확히는 강남벨트에 거주하는 출세한 영남 엘리트들의 환심을 사자는 겁니다. 어차피 세상의 이치란 건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법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영남 퍼주기가 무엇으로 귀결됐습니까? 순혈 강남 정권인 이명박 정권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친노그룹이 제창하고 민주당 일각에서 화음을 넣고 있는 영남 중시론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종국에는 강남 정권 재창출의 도우미로 타락하고 말 겁니다. 영남과 강남이냐? 호남과 강북이냐? 더는 대답을 회피하지 말아야 할 질문입니다. 그 정답은 노무현 정권이 반면교사가 되어 일찌감치 확연하게 알려줬고요.
 
인터뷰 말미니까 제가 예화를 하나 들게요. 김욱 교수가 지은 ‘영남민국 잔혹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보면 노무현 정권 말기에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출신지역 분포도가 나옵니다. 제가 ‘영남민국 잔혹사’를 읽은 지가 꽤 오래된 탓에 정확한 숫자까지 기억은 못합니다만 거기에 보니까 수석비서관급 이상 되는 청와대 보좌진 중 호남 태생은 딱 두 명뿐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아닌 노무현 정부 때. 특히 ‘참여정부는 부산정권’이라는 망언을 서슴없이 해댄 문재인 씨가 완전히 청와대를 쥐고 흔들 때. 그래서 어떤 우스운 일이 생겼느냐면 정세균 씨가 당대표였을 적에 민주당에서 이명박 정부의 영남편중 인사정책을 규탄한다면서 정부에 그에 관련된 자료를 요구했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민주당이 요구한 청와대와 정부의 요직에 임명된 사람들에 관한 인사자료를 내놓았거든요. 아마 참여정부와 MB 정부를 비교한 자료였을 겁니다. 그런데 허걱! 참여정부 때 영남출신 비율이 오히려 더 높았던 거야. 그러니까 민주당이 할 말이 없어. 정세균이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흐흐흐
 
영남을 먹기 위해서는 강남을 안아야 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이건 절대로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딜레마에요. 강남을 안는 게 왜 문제냐? 강남을 안으려면 서민들을 소외시켜야 하거든요. 그 악순환의 틀을 이제라도 깨야죠. 나는 조국 씨 같은 사람들이 진보 안 해줘도 된다고 생각해. 서민대중을 배신해가면서 조국 같은 사람들을 포용하느니, 그런 사람들을 차라리 철천지원수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많은 서민들을 감싸안아주는 것이 저의 정치적 지향점이고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민주당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요. 왜 그러냐? 한국정치에서는 한 명의 조국을 안기 위해서, 바꿔 말하면 한 명의 강남좌파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천 명, 만 명의 강북서민을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 - 2003년의 민주당-열린우리당 분당사태가 다시금 떠오를 수밖에 없네요.
 
공 = 그 대목이야말로 제가 평생 동안, 두고두고 반성해야 할 과오입니다. 그때 민주당 분당에 찬성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니까.
 
김 - 그렇지만 2002년 대선정국에서 나중에 ‘후단협’으로 이어진 반노세력이 민주당 내부에 엄연히 존재하지 않았습니까? 그 와중에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안에서는 더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따로 여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진 건 아닐까요?
 
공 = 그 과정을 복기하면 후보 시절의 노무현과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의 노무현은 그 위상과 영향력이 원천적으로 다릅니다. (버럭 하는 소리로) 한마디면 다 평정돼요! 당시에 노 전 대통령한테 가장 드세게 저항했던 사람이 정균환 씨와 박상천 씨였습니다. 그런데 후문을 들어보니까 그 양반들 모두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백기 들고 왔다고 하더라고. “앞으로 말 잘 듣겠습니다.” 하면서. 
 
김 - 박상천 씨가?
 
공 = 취임 초의 현직 대통령의 위세면 여당쯤은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다 평정할 수 있습니다. 제일 끗발 좋을 시절인 정권출범 직후잖아요. 두려울 게 어디 있고, 거칠 것이 어디 있어? 후보 시절에는 대통령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정을 못했던 겁니다.
 
김 - 그렇다면 ‘호남당’이란 이미지가 싫어서 떨어져 나왔다?
 
공 = 결국에는 그런 셈이죠. 민주당 내부의 소요와 혼란이 충분히 평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당을 결행했으니까. 그리고 노 전 대통령 못지않게 책임이 큰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세간에서 ‘천신정’으로 불렀던 사람들이죠. 천신정 트리오의 오판 역시 사태의 악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의 지원이 뒷받침됐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 씨가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분당을 밀어붙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분당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항거했던 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였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그 동교동계를 대북송금 특검을 활용해 철저히 무력화시켰죠. 그 결과 노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호남당의 굴레를 벗어나 자기 맘대로 새롭게 정계개편을 도모할 수 있는 주변 여건이 완벽하게 조성됐던 거죠. 최후의 저항거점이었을 수도 있었을 동교동마저 특검으로 확실하게 무력화시켰으니까. 쑥대밭을 만들어놨잖아.
 
이병철이 제일모직 저주하며 반도체 했나
 
김 - 김경재, 조순형, 추미애, 세 명 다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에 에 큰 역할을 했던 인물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왜 민주당 분당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졌다고 보시나요?
 
공 = 그 사람들은 구태여 분당을 감행하지 않고도 충분히 평정이 가능했다고 생각했던 거죠.
 
김 - 그런데 조순형 씨 같은 경우는 대통령 선거 끝나자마자 “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던 정치인이 아닙니까?
 
공 = 조순형 씨의 신당론은 신장개업을 가리켰던 겁니다. 국민회의가 새천년민주당으로 옷을 바꿔 입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어요. 제가 기업인 출신인 어느 정치인과 예전에 잠깐 언쟁 아닌 언쟁을 벌였던 적이 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병철 전 삼성회장에 견주게 됐었거든요. 그 분 의견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병철 씨가 의류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 분야로 진출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석해줄 여지도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나도 거기에 일정 정도 동의할 수도 있다고 일단 대꾸해줬어요. 그리고 거기에 한마디 더 보태서 반문했지. 그러나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 사업 일으키려고 지금까지 삼성그룹 키워준 제일모직 임직원들 일부러 저주하고 원망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이야. 더군다나 이병철이 “너희들 때문에 내가 반도체 못하고 있잖아?”, 또는 “너희들이 나 좋아서 삼성 들어왔냐? 현대의 정주영 미워서 입사한 거지!” 하는 황당무계한 푸념과 불평을 공공연히 털어놨다는 얘기도 금시초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이병철 씨가 회사 발전에 이바지해온 기존의 부하직원들을 모욕하고 창피 주면서 반도체를 개발하지는 않았잖아요?
 
노무현 청와대 '영남 참모'들이 '정동영 음해'
 
김 - 궁금한 게 있는데, 노 전 대통령은 정동영 씨를 왜 그렇게 싫어한 거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얘기로는 2007년 대선 때 자신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다음에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서 지지를 부탁했더니 “당신을 인정할 수 없다.”는 투로 냉랭한 반응이 돌아왔다는 겁니다. 정확한 ‘워딩’은 제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요.
 
공 = 아마도 노 전 대통령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끝까지 자기와 같은 배를 타고 가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리고 결국에 인간이란 존재는 인의 장막에 둘러싸이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참여정부 후반기를 보세요. 50명이 넘는 청와대 고위 참모진 중에서 호남 태생은 2명밖에 없을 지경으로 영남 편중, 영남 독식, 영남 싹쓸이가 심화된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구성된 참모진에서 노 전 대통령한테 매일 어떻게 보고가 올라갔겠어요? 정동영에 관한 온갖 험담과 음해가 내내 판을 쳤겠죠. 그러니 노 전 대통령이 어떻게 합리적이고 올바른 상황판단을 내리겠어요. 정동영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질 나쁜 정치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문제는 궁극적인 최종 인사권자가 노 전 대통령인 까닭에 참모들한테만 책임을 돌릴 수도 없다는 겁니다. 참모들이야 언제나 임명권자의 입맛에 맞는 보고를 윗선으로 알아서 올리기 마련이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본인 생각으로야 현실정치와는 무관한 순전히 기술적인 이유들 때문에 영남 출신 인사들로 중요한 보직을 거의 다 채웠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참여정부는 호남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태어난 정권입니다. 청와대 참모 50명 가운데 호남 출신이 둘밖에 없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정권 말기의 청와대에서 어떤 내용과 방향의 보고가 대통령한테 올라갔을지 뻔하지 않습니까? 별의별 장난질이 횡행했을 가능성이 크지요. 누가 나를 민주당 당대표를 시켜준다면 나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 이상 지냈던 사람들은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합니다.
 
정동영, 천정배는 대선 불출마 선언해야
 
= 공 : 나는 현재 아무리 반노로 돌아섰어도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두 사람 다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봅니다. 유시민 씨야 워낙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니 그럴 리가 없지만, 본인들에게 진실로 양식과 상식이 있다면 둘 다 차기 대선 불출마를 발표해야 마땅하죠. 오해하지 마세요. 정계은퇴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대선 불출마지. 극회의원 선거 나오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니까.
 
- 김 : 총선은 나오되 대선은 나오지 말라?
 
= 공 : 그렇지. 대선 불출마. 대신에 내년도 총선 공천 작업에서는 참여정부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전원 배제하자는 거야. 참여정부에서 장차관 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그럼 이해찬이나 한명숙 같이 총리까지 해먹었던 인사들은 당연히 이런 범주에 포함되겠지.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내가 지금 정동영 씨와 천정배 씨한테만 무지하게 우호적인 태도로 대해주는 거예요. 해줄 수 있는 데까지 정상참작을 해준 셈입니다.
 
- 김 : 그럼 누가 남죠? 그 양반들을 특별히 지지해서는 아니지만 그렇게 뺄셈 위주의 결정을 하다 보면 아무런 대안이 남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거든요. 그 대안들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 공 : 김 교수님과 인연 깊은 주님께서 성경에서 그런 뉘앙스의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요? “비우면 알아서 채워주시리라!”라고. 나도 그렇더라고. 이제껏 살아오면서 보니까 “이거 없어지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혼자 끙끙대면서 고민하고 있으면 어떻게 용케도 채워지더라고요. 그 말뜻은 뭐냐? 예를 들면 한명숙, 이해찬, 정동영, 천정배, 유시민, 손학규…. 이런 사람들 없어지면 당장 안 될 것 같지마는, 방금 언급한 인물들 모두가 대통령 선거 불출마를 선포해도 그 공백은 알아서 스스로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메워집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했을 당시에 동교동계 인사들 상당수가 행정부에 입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김대중 정부는 국정운영을 훌륭히 잘해냈습니다.
 
- 김 : 임명직에는 안 나가겠다고 발표했던 이석현 의원이 생각납니다.
 
= 공 : 그런 불리한 장애를 안고서도 김 전 대통령이 이끈 ‘국민의 정부’가 대한민국 건국 이래로 역대 정부들 중에서 최고로 성공적인 정부가 됐잖아요. 그 비결이 뭐였겠어요? 장강의 앞 물결들이 뒤에 오는 물결들의 진로를 인위적으로 가로막고 있지는 않았잖아요? 우리가 이명박더러 강에다가 보를 쌓지 말라고 촉구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보 대신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적 보를 쌓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해찬 보, 한명숙 보, 유시민 보, 정동영 보, 천정배 보, 손학규 보. 일일이 거명하기조차 귀찮을 지경입니다. 그 보들을 빨리 허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시대의 물결이, 역사의 물결이, 진보의 물결이 시원하게 트이죠. 한나라당의 장점이 뭐냐면 그들은 보는 쌓지 않는다는 겁니다. 강물에다가 진짜 보는 쌓지마는 정치적 보는 만들지 않아요.
 
김 - 자기들이 알아서 쓸려나간다는 거겠죠? 하하하.
 
공 =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흐흐흐
 
강남좌파는 위에서부터 채워주고 챙겨줘
 
김 - 실제 김규항 씨의 지적처럼 언론, NGO(비정부기구), 정당, 이런 기득권이 아쉬운 게 이쪽에도 많은 것 같아요.
 
공 = 그게 전형적인 ‘진보 기득권’입니다. 행태와 사고 양면 모두에서 ‘수구 기득권’의 판박이고 도플갱어라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이 선호하는 메커니즘은 그 구조와 역학에서 삼성이나 전경련의 그것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요. 요약하면 이렇거든요. 진보진영의 상층부에 포진한 인자들의 삶이 풍요로워져야만 일반서민들의 생활 또한 윤택해진다는 거죠. 그게 뭐야? 자기들이 허구한 날 손가락질하는 바로 신자유주의지. 단적인 예로 조국 씨가 법무장관하고, 검찰총장하고, 대법원장하는 것과, 지금 신림동의 싸구려 고시원에서 뭐 빠지게 고시공부 하고 있을 대학교 청소부 아주머니의 아들이 장래에 성공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인 겁니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 된다고 해서 김앤장이 문들 닫겠어요? 전관예우가 사라지겠어요? 우리 강금실과 천정배 밑에서 이미 신물 나게 경험했잖아?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보수가 뭐겠어요? 정치든, 경제든, 언론이든, 문화예술이든, 시민사회운동이든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채워주고 챙겨주는 게 보수입니다. 진보는 그 정반대로 실행하는 겁니다. 밑에서부터 채워주고 챙겨주는 것이 진보인 거예요. 약간 어려운 단어로 하후상박(下厚上薄). ‘교수신문’이라고 유한계급들 대변하는 매체에서 몇 년 전인가 ‘상화하택(上火下澤)’이란 요상한 말을 올해의 한자성어로 채택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는 항상 중문학과 교수가 편집장 하나봐. 흐흐흐. 지금의 진보진영이 딱 그런 꼬락서니라니까. 윗목은 언제나 설설 끓는데 아랫목은 늘 시베리아잖아. 불일치와 부조화와 불균형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거지. 조국과 오연호의 팔자가 아무리 좋아져도 보통의 서민들과는 완전히 딴 세상 얘기입니다. 김규항 말이 맞습니다. 저들과 우리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인 겁니다.

- 김 : 형님 말들을 듣다 보니까 진보의 주류가 흔히 주장하는 재집권과 정권탈환이 그들의 생계와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공 :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죠. 요즘에는 한겨레신문이 제일 다급하고 절절하게 정권탈환에 목을 매고 있지 않습니다. 이유야 명백하죠. 정권이 이쪽으로 다시 넘어오게 되면 한겨레가 혜택 1순위입니다. 내가 요새 한겨레신문의 위선과 부조리를 비판하는 데 활동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이행된다면 영남패권주의에 굴복한 한겨레의 비겁함을 까발리는 일을 즉각 멈출 용의가 있습니다. 그 전제조건이 뭐냐? 한겨레신문이 사설이나 사고 형식으로 내외에 천명하라는 겁니다. “우리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부에서 발주하는 광고를 수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진보 기득권’ 행태, 삼성·전경련과 다를 바 없어
 
- 김 : 정부로부터 광고를 받지 않겠다, 거 색다른 아이디어인데요.
 
= 공 : 그럼 나 한겨레 팍팍 밀어줍니다. 또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사장도 그렇게 공식적으로 성명하는 거야. “진보정부가 들어서도 정부가 주는 광고는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그러면 오연호는 정말 난X 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럴 마음이 전혀 안 보이잖아요. 그러기에 조국 데리고 이상한 짓 하고 다니지.
 
- 김 : 현재 참여연대가 정부의 지원을 전연 받지 않고서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 공 : 참여연대가 현명하게 선택 잘한 겁니다. 정부당국의 지원 없이 단체 꾸리는 것은 시련이 아닙니다. 훈련입니다. 한번 보자고요. 지금 세칭 인터넷 논객들 중에서 노빠 성향 글쟁이들은 다 맛이 가지 않았습니까? 노빠 논객들이 죄다 깡그리 망가진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 즉 떡고물이 끊어진 탓에 맛이 간 겁니다. 처음부터 초지일관 굶어온 사람은 별다른 타격과 지장이 없겠지만요.
 
- 김 : 나는 정부에서 주는 돈을 한 푼도 받아본 적이 없어요. 하하하.
 
= 공 : 남의 기득권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의 기득권부터 포기해야 합니다. 나는 만약에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가 “진보가 집권해도 우리는 정부에서 광고 받지 않겠습니다.”라고 공지하면 내가 매일 날밤을 까면서 두 매체에 무료로 기고할 거야. 그 얘기인즉슨 김규항 씨가 그 사람들의 뼈아픈 폐부를, 켕기는 구석을, 감추고 싶은 급소를 너무나 통렬하게 찔렀다는 겁니다. 터놓고 말해서 노무현 정권 아니었으면 진중권 종류의 인간들이 무슨 재주와 깜냥으로 라디오 프로그램 고정 진행자 자리를 따내. 그게 우리가 노상 욕하는 국물이 아니면 뒷물인가? 그런 영양가 듬뿍 있는 뒷물 남는 것 있으면 나도 좀 나눠주라고 그래. (진지하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행복했던 시절은 이제 잊어야 합니다. 진정한 진보라면 지금부터는 내 밥상에 젖과 꿀이 흐르게 하려고 애쓰지 말고, 남의 밥상, 곧 민초들의 밥상에 젖과 꿀이 넘쳐나도록 노력해야지.
 
- 김 : 맞습니다.
 
공 = 여자는 그래요. 이건 농담이고, 국민은 그래요. 아주 명확합니다. 박근혜가 되는 것보다는 이쪽 대권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국민들이 삶과 생활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으면 망설이지 않고 찍어줘요. 조국이 촘스키가 어쩌고저쩌고 그러는데 서울대 로스쿨은 고사하고 서울대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모르는 평범한 국민들 관점에서 촘스키가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조국 현상’은 인종주의와 선민의식 결합물
 
김 - 벌써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네요. 더 해야 하는데…. “조국 교수는 반드시 정치를 할 것이다.”라고 예견하셨습니다. 저는 놀란 게 있습니다. 저도 강남좌파들이라고 분류되는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데, 그분들 이야기들 중에서 아주 뚜렷하게 발견되는 특징이 ‘엘리트주의’가 강하다는 거였습니다. 사람들이 나쁘지는 않은데. 그럼에도 이 엘리트주의는 떨쳐버리기가 어려울 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식으로 자기들 스스로가 말을 하더라고요.
 
공 = 엘리트 의식으로 불릴 단계는 벌써 지났죠. 그건 ‘선민의식’입니다.
 
김 - 선민의식?
 
공 = 교회 나가시니까 잘 아실 것 아니에요? “우리는 선택받은 민족이다.”이라는 뿌리 깊은 믿음.
 
김 - 잘 알죠. ‘선택받은 백성’이라면서 거들먹거리고 행세하는 거.
 
공 = 그 소돔과 고모라의 후예들한테 누군가 불과 유황을 확 끼얹어야 하는데. 정의의 불벼락을. 흐흐흐
 
김 - 지금 취하시고 계신 정치적 태도가 ‘호남 예찬론자’로 보이기가 쉽거든요.
 
공 = 저는 다만 영남의 부도덕한 헤게모니를 인정하지 않을 뿐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내가 특별히 호남인들을 위해서만 멘트를 날려준 것도 없어요. 나는 특정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우수하고 진보적이라는 근거 없는 사이비 인종주의에 대해 양심상 승복할 수가 없을 따름입니다. 그러니 남들, 특히 경상도 사람들 눈에는 일방적으로 호남을 편드는 걸로 비칠 수밖에 없죠. 호남 사람들은 호남이 민주적이라는 말은 해도, 호남이 우월하다는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호남이 민주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호남이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과는 매우 차이가 큰 것입니다. 영남은 진보든 보수든 자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우월하대. 자기들이 히틀러가 통치하던 나치독일 시대의 아리안 민족인가? 유럽연합(EU)이 개발한 ‘아리안 로켓’이 인공위성 발사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하니까, 영남민주화세력들 눈에는 ‘아리안 진보’도 대한민국 정치시장에서 유망해 보이나봐.
 
김 - 김두관 경남도지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조사한 결과로는 맹목적 친노는 아닌 거 같거든요.
 
공 = 대통령 하기에는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있는 사람이죠. 저는 김두관 씨를 판단할 때는 ‘영남 프리미엄’ 덕택에 끼었을 거품을 제거하고 보자는 겁니다.
 
김 - 영남 프리미엄을?
 
공 = 영남 프리미엄을 마이너스하고 난 다음에 견적을 산출하자면 김두관은 누구 급이냐? 전주시장과 동급입니다. 전주시장급.
 
김 - 김두관 씨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뭘까요?
 
공 = 실력! 그리고 똑똑한 주변 사람들. 그저 그렇게 어영부영 똑똑한 정도를 넘어서 ‘영남 선민의식’에 물들지 않은 정말로 똑똑한 주변 사람들.
 
김 - 김두관 씨한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공 = 본인 혼자 똘똘해질 가능성은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영남 선민의식에 물들지 않은, 정말로 똑똑한 주변 사람들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영 퍼센트지.
 
김 - 왜 그럴까요?
 
공 =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 동네 풍토가 원래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답이 안 나옵니다. 제가 웬만한 난제들에 대해서는 다 적합한 솔루션을 제시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 그 동네의 풍토병과 관련해서는 전연 답이 안 나와요.
 
김 - 영남에 대해 치유불능의 지역성을 지녔다고 진단을 내리시게 만든 어떠한 계기가 혹시 있었는지요?
 
공 =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고 하기보다는 일련의 객관적 사실들과 사건들을 꾸준히 접하고 결정한 결과죠. 2007년의 17대 대선정국을 회고해보세요. 그 사람들에게 ‘닥치고 영남 후보’ 이상의 다른 고상한 주의주장이 발견됐습니까? 나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분노를 느낍니다. 그러나 진보진영 내에 똬리를 튼 영남패권주의자들 내지 영남 인종주의자들에게는 분노가 아닌 역겨움을 느껴요. 분노는 안 올라와. 대신에 역겨워. 똑같은 이치에요. 제가 박근혜와 이명박을 향해서는 분노합니다. 그런데 유시민 씨를 비롯한 친노로 꼽히는 정치인들을 보면 속이 메스꺼워져요. 분노는 에너지가 될 수가 있습니다. 반면에, 역겨운 건 나중에 남는 게 없어. 화장실로 달려가서 그냥 깨끗하게 토해내야 해. 분노는 지혜롭게 승화시키면 미래의 발전을 낳는 동력이 되는데 이건 단지 역겨운 거예요. 자꾸만 토악질만 하게 된다니까.
 
김 - 위선?
 
공 = 인간들이 차라리 MB처럼 드러내놓고 악하기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이명박 씨 이마에는 “나는 나쁜 X입니다.”라고 아예 써 있잖아요. 그러니 피아를 구별하기가 얼마나 쉽고 간단해.
 
김 - 궁금한 게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이후에 심판을 받게 될까요?
 
공 = 당연히 심판받겠죠? 나는 근본적으로 정의는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명박 씨가 아무런 심판도 받지 않는다면 그때야말로 정말 신은 죽은 것입니다. (탁자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치면서) 간당간당해요. 나는 이재오 씨 정도까지는 감방에 입갤할 거라고 원래 예상을 했는데 지금 돌아가는 판세를 관찰해 종합하면 방통위원장 하는 최시중 씨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친형인 영일대군 이상득 씨까지 과천 구치소에 입갤해야만 할 분위기입니다.

김 - MB는?
 
공 = 역시나 간당간당해요. 일단은 검찰에서 조사(수사)는 받으실 전망입니다.
 
김 -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공 = 조사는 해야겠지.
 
김 - 조사를 못하게끔 막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공 = 누가 못하게 해? 검찰은 개도 아닙니다. 리모컨이지. 그나마 개는 개집에 누워 얌전히 잠이라도 자지. 검찰이 개라는 건 견공에 대한 모독입니다.
 
김 - 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끝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담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1/03/29 [22:2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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