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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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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등 영남후보론, 구제불능 인종주의
[김용민-공희준 방담③] 유시민·문재인·김두관 대안론은 막장정치·휴거
 
공희준
아래는 김용민 시사평론가와의 방담 내용이다. 이번 방담은 한국 사회의 내로라하는 '신진기예(新進氣銳)'들을 만나 대단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치를 비롯한 세상사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자는 기획시리즈의 일환이다. 방담은 3월 21일 월요일 오후 원효로 3가에 위치한 '제국기획'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영남은 모태진보인가
 
- 김용민(이하 김) : 예전에 ‘5공 노빠’라는 말을 형님께서 하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 공희준(이하 공) : 제가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죠. ‘민정계 노빠’라고. 노빠들 가운데 생각이나 행동이 민정당스러운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 김 : 제가 유시민 참여당 대표한테 의아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고 영천에서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자가 5공 때 전두환하고 관계가 좀 있었던 사람인데 그분 선거운동을 하더라고요. 그게 가능하다고 보세요?
 
= 공 : 그럴 수도 있죠. 나는 거기까지는 이해합니다. 이해는 하는데…. (물 한 잔을 마시고) 선거운동 차원에서 한 거라 이해는 하는데 지금의 유시민 씨는 선거운동 할 때나 꺼낼 수 있는 얘기들이 철학이 돼버렸어요. 철학이!
 
- 김 : 구체적으로?
 
= 공 : 지금 유시민 씨가 내세우는 철학은 딱 하나에요. 닥치고 영남후보! ‘닥치고 영남후보’란 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이념도 묻지 말고, 정책도 묻지 말고 무조건 영남 출신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건 지역패권주의가 아니에요. 인종주의야, 인종주의!
 
- 김 : 지역패권주의 정도가 아니라 인종주의다?
 
= 공 : 비유하면 자기네는 모태진보라는 거야. 엄마 뱃속에서부터 진보래. 제가 예전에 어느 선배와 얘기를 나누다가 충격을 받았던 게 그 선배 견해로는 김두관은 괜찮은 후보라는 거야. 내가 그 이유를 물으니까 영남 출신이라는 게 얼마나 커다란 프리미엄이냐고 나한테 되묻더라고. 인물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없는 거예요. 그 사람의 철학이 뭐고, 노선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야. 대신에 인간의 주관적 의사와는 무관한 선천적 요소, 생득적 요인만 가지고 유ㆍ불리를 따지는 거지. 우리가 만약에 그와 같은 사고를 인정하게 되면, 그리고 그와 같은 생각에 굴복하게 되면 북한의 권력 세습도, 삼성의 경영권 대물림도 비판할 수가 없는 겁니다. 자기들이 가지고 태어난 복인데 그게 어떻게 문제가 되겠어요? 어차피 복불복인데. 복불복. 복불복에 무릎 꿇는 진보가 무슨 진보에요? 어디 가서 까나리액젓이나 팔아야지.
 
현재의 한국에서야 진보가 사회적 약자들 돌보는 자선사업처럼 인식돼 있지만 원래 진보란 굉장히 남성적이고 진취적 개념입니다. 주어진 조건이 아무리 강하고 지배적이더라도 그것이 합리적 상식과 보편타당한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면 적극적으로 뜯어고치는 것, 그게 참다운 진보입니다. 그렇지만 유시민 씨는 그게 아니거든요. 영남이 만끽하고 있는 부당한 기득권을 인정해. 그걸 왜 인정하느냐면 그냥 태어날 때부터 그렇다는 거야. 그게 조선시대에 양반하고 상놈 구분하던 것과 무슨 차이가 나요? 나는 유시민 씨와 그 주변세력들이 조선시대에 태어나지 않을 걸 참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이 만일 그때 태어났으면 양반이랍시고 얼마나 횡포가 심했겠습니까?
 
- 김 : ‘영남후보론’의 요체는 이런 게 아닐까요? 호남은 반한나라당 성향이면 몰표를 줄 것이고, 영남 같은 경우에는 표가 분산될 거라는?
 
= 공 : 정치공학을 논하기에 앞서서 나는 정의와 관련된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을 제기하고 싶어요. 사람도 안 보고 단지 영남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호남 유권자들이 그 사람을 왜 찍어줘야 하죠? 영남후보론이란 게 본질은 뭐냐? 호남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영남에 빚이 있다는 소리에요. 오히려 반대죠. 갚아야 할 쪽은 영남입니다. 호남이 무슨 모르모트입니까? 왜 영남 후보면 무조건 찍어줘야 해? 허허허….
 
- 김 : 호남 후보로서는 대선에서 과연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의문시하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건 사실 아닌가요?
 
= 공 : 그 프레임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그리고 누가 유포했습니까?
 
- 김 : 영남에서 그랬겠죠.
 
= 공 : 과거에는 그 프레임을 조선일보가 주도적으로 퍼뜨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겨레신문, 오마이뉴스, 심지어 딴지일보마저 그 프레임을 열심히 확대 재생산하고 있어요. 그 프레임이 어떤 결과를 낳았느냐 냉정히 따져보자고요. 한겨레신문이 진보라고 하죠? 그 한겨레가 정치적 우열을 판단하는 잣대는 정책과 이념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의 스탠스를 보면 정동영 씨가 유시민 씨보다는 훨씬 좌로 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겨레는 매일 유시민에 대해서만 우호적이야. 정동영한테 우호적인 게 아니라.
 
문재인 대망론은 정치의 부정을 지나 정치의 휴거
 
- 김 : 유시민 씨는 그 부분과 관련해서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정동영 전 장관이 선택적으로, 또는 전략적으로 좌로 것 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공 : 밤낮이 왜 바뀌겠습니까? 나는 가만있는데 지구가 돌잖아. 지구가 자전한 결과잖아요? 낮이 밤 되고, 밤이 낮 된다고 괜히 엄한 지구를 탓하면 곤란하지. 나는 유시민 씨를 보면 코페르니쿠스는 코페르니쿠스인데 역(逆) 코페르니쿠스 같아요. 한마디로 유페르니쿠스랄까?
 
- 김 : 유페르니쿠스, 하하하!
 
= 공 : 우리가 영남에서 표를 더 얻으려면 어떠한 한계와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냐면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우회전을 해야 해요.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야 돼.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듯이 박수를 세 번 치고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정국 때를 빼놓고 영남에서 국정지지도가 정점을 찍었던 시점이 있습니다. 그게 언제인 줄 아십니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타결시켰을 때에요. 그때 영남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등했습니다. 누구한테서 인기 폭발했냐? 영남 50대한테서.
 
- 김 : 절대 표 못 얻을 사람들한테서 지지율 오른 거네요.
 
= 공 : 그 덕분에 지지율 또 쫙 빠졌잖아요. 호남에서, 수도권에서, 그리고 서민층에서. 영남에서 표를 얻는 게 중요하다는 유시민 씨의 이야기가 왜 어폐가 있냐면 전방을 향해 움직이는 세상에서 혼자 뒤처진 사실을 마치 자기가 가만히 제자리를 지킨 것처럼 교묘하게 분칠하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씨를 볼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납니다. “저 양반은 인간이 아니다. 메칸더브이다.” 왜? 두껍잖아. 저건 강철 정도가 아냐. 초강력 합금이야. 합금!
 
- 김 : 유시민 씨는 자신이 왜 대권주자들 중에서 지지율이 2위나 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공 : (천연덕스러운 말투로) 유시민 씨가 2위가 맞습니까? 한국사회에서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보수언론이 힘을 합쳐서 뽑아낼 수 있는 여론 지배력이 30프로입니다. 박근혜 지지율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리고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로 표상되는 진보매체들이 행사할 수 있는 여론 장악력이 15퍼센트입니다. 진보언론이 대중에게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의 범위가 딱 유시민 지지도인 겁니다. 만약 한겨레와 오마이가 유시민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금처럼 밀어주고 있다고 상정해보세요. 그럼 정확히 유시민 지지율 나옵니다.
 
한겨레건 오마이건 전부 다 영남패권주의에 심각하게 오염됐습니다. 손학규  씨가 작년 가을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을 때 한겨레신문의 첫 번째 반응이 뭐였습니까? 손학규의 승인, 곧 이긴 원인은 처신을 잘해서래요. 내가 당시에 한겨레의 반응을 그려본 시나리오가 있었습니다. 정동영이 당대표가 됐을 때는 ‘지역주의 부활’로 매몰차게 깎아내리고, 경상도에 통 크게 퍼주기 하는 정세균 씨가 당대표에 당선됐을 경우에는 ‘참여정부 계승을 염원하는 민심의 표출’ 운운하면서 보나마나 엄청나게 빨아줄 거라고 예상했지요. 손학규가 이기니까 한겨레신문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딱 중간에 서더라고. 유시민의 지지율은 유시민의 것이 아닙니다. 한겨레와 오마이가 여론에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의 크기를 반영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바라볼 때 최근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가 조국 씨를 밀어주는 것에 대해서 가장 찜찜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유시민 씨인 게 충분히 설명되는 거죠. 왜? 한겨레나 오마이는 자기 밀어줘야 되는데.
 
영남패권주의에 오염된 한겨레·오마이뉴스
영남출신만 우호적, 진보 변신 정동영 무시
 
- 김 : ‘문재인 대안론’에 대해서는 유시민 씨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 공 : 유시민 씨 입장이야 당연히 떨떠름할 테고, 제 입장에서는 그에 관해 이참에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유시민 씨가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부각된 상황은 막장정치입니다. 막장정치. 거기에 비교해서 문재인 씨가 대안으로 손꼽히는 현실, 이건 막장을 넘어 파장입니다. 정치 걷어치우자는 얘기입니다. 우리 모두 이건희 말대로 정치가 무슨 필요 있느냐, 다 경제나 열심히 하자, 바로 이런 소리죠. 문재인 씨 이름마저 오르내릴 지경이면 정치의 부정을 넘어서 정치의 파괴나 다름없죠. 아니, 파괴보다 더 심한 단어가 뭐였더라?
 
- 김 : 파멸?
 
= 공 : (어울리는 어휘를 찾느라 잠시 고민하다가) 그렇지. 이건 정치를 휴거시키자는 소리지. 요즘 문재인 씨가 조명발 받는 까닭이 뭐겠어요? 단지 하나에요. 노무현의 후계자라는 거지요. 요새 제 홈페이지에 김경재 씨를 찬양하는 글이 가끔씩 올라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제가 김경재를 그리 좋게 보는 사람은 아닙니다. 요번 순천 보궐선거와 관련해서 저는 조순용 씨한테 우호적인 편이지요.
 
- 김 : 조순용 씨에 대해선 제가 잘 아는데….
 
= 공 : 김경재 씨나 조순용 씨나 그 사람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 보필 잘해서 정권 재창출을 성공시킨 인물들에요. 문재인보다는 백배는 나은 사람들입니다. 문재인이 한 게 뭐가 있어요? 결국에는 자기 주군 자살하는 사태 못 막은 사람이잖아요. 주군의 생명조차 지키지 못한 사람을 어떻게 대권후보로 밀어? 정신병자들이나 할 수 있는 짓이지. 문재인을 대권후보로 옹립하려는 사람들, 이번에는 제가 김 교수님한테 물어봅시다. 다 경상도죠?
 
- 김 : 음….
 
= 공 : 그 인간들은 구제불능의 인종주의자들에요. 비유적 의미의, 정치적 의미의, 상대방을 성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동원되는 단순한 수사적 차원의 인종주의자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인종주의자입니다. 문재인 대안론 펴는 경상도 것들은…. 그 사람들은 ‘우리가 남이가?’도 모자라 ‘닥치고 우리가 남이가?’인 거예요.
 
- 김 : 닥치고? 허허허. ‘우가’를 넘어서 ‘닥우가’….
 
= 공 : 닥치고 우리가 남이가!
 
- 김 : 문재인 전 실장이 과연 정치를 하리라고 예상하십니까?
 
= 공 : 그 양반은 정치를 하기가 불가능하죠. 왜냐?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 대통령 사이에서 지난 대선정국에서 오간 메시지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문재인 씨도 그 중 하나일 겁니다. 정치를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너무한 많을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정치를 하면 다칩니다. 다쳐요.
 
진실을 외면하는 진보는 사이비다
 
- 김 : 말씀하신 것은 이른바 ‘노명박 밀약설’로 축약될 수가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있나요?
 
= 공 : 그럼 제가 반문할게요. 저더러 그걸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있냐고 하는데 역으로 그걸 부정할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까? 없잖아요.
 
- 김 : 노무현과 이명박, 이명박과 노무현 사이에 정서적으로 통할 수 있는, 이를테면 영남이라든가, 자수성가라든가 하는 것들이 조금은 약하게 보인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저 말고도 많이 있거든요.
 
= 공 : 청계천 통수식 행사 기억하시죠? 당시 서울시 시장이던 이명박 씨가 곤룡포 비슷한 옷 입고 나타나 생쇼한 날 말에요. 나는 그때 앙 선생님 나오신 줄 알았어. 앙드레 博 선생님! 흐흐흐.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소에 굉장히 칭찬에 인색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나는 노 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그렇게 사람 칭찬하는 걸 그날 처음 봤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데 이명박 시장은 정말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극찬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과거에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이명박 서울시장을 치하했던 적이 아마 또 있을 겁니다. 모든 공무원들은 이명박 시장처럼 해보라고. 통수식장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칭찬을 들은 이명박 서울시장이 유시민 씨는 필적도 안 되게 황송해하며 노 전 대통령을 칭송했죠. 그러다가 일반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하던 비화 한 가지를 흥에 겨워서 신나게 소개하더라고. 자기가 청계천 고가도로를 철거하려고 하니까 다른 국무위원들은 다 반대하더라,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감사하게도 결재도장을 찍어주셨다, 그래서 내가 이 역사적인 청계천 복원공사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다, 이러면서 노 전 대통령한테 모든 공을 돌리는 거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현 대통령의 관계를 둘러싼 미스터리는 차기 정권에서 그 윤곽과 전모가 밝혀질 겁니다. BBK 의혹까지 포함해서요. 17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청와대와 이명박 캠프 사이에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드러나겠죠. 그 가운데는 청계천 공사가 완결되던 무렵부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던 때까지 양측 간에 오고간 메시지도 들어 있을 거예요. 문제는 그 진실이 밝혀지는 걸 진보 쪽에서도 원하지 않는다는 거지. 그러니까 우리나라 진보가 막장이란 겁니다. 진실을 원하지 않는 진보니까. 우리나라 진보가 왜 사이비 진보냐? 진실을 외면하는 진보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진보가 왜 진짜 진보겠습니까? 옛날 ‘드레퓌스 사건’에서 에밀 졸라가 보여줬듯이 프랑스의 진보는 진실을 사랑하는 진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진보는 진실을 회피하는, 진실을 외면하는 진보죠. 그러니 한국에서는 진보가 하나의 폼이자 출세의 도구가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정확히 말하면 진보가 스펙인 거야. 입시와 취업에 요구되는 하나의 중간단계로서 학생들이 외국으로 어학연수 떠나듯이 한 번쯤 거쳐야 하는 스펙이 되고 만 거지.
 
- 김 :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이어지는 흐름은 양측의 밀약이 깨졌다고 봐야 하나요?
 
= 공 : 결과적으로는 거래가 깨진 셈이라고 할 수 있죠.
 
- 김 : 염두에 계신 그림이 있다면 한번 말씀해주세요.
 
= 공 : 진실의 열쇠는 이상득 씨, 노건평 씨 등이 쥐고 있다고 봐요. 그리고 누가 또 중간에서 다리 노릇을 했냐 하면….
 
이 주제와 관련하여 몇몇 사람의 구체적인 실명이 오갔고, 그 구체적인 실명들을 부득이하게 모자이크 처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구체적인 실명을 부득이하게 모자이크로 익명 처리하면 방담 자체가 이른바 외계어로 시종한 허경영 총재와 빵상 아줌마 사이의 전화통화와 같이 들리고 마는 터라 아쉽지만 글로는 옮기지 않았다.
 
- 김 : 양쪽이 서로 약속했을 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의 예우나 신변안전 보장 등이 막상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이후에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말씀이시죠?
 
= 공 : 그와 관련된 얘기들이야 지금은 거의 공공연하게 발설되는 수준이잖아요. (주제를 바꿔서) 대한민국 진보에는, 특히 진보의 주류집단에는 노무현의 신화에 기생해 사는 인간들이 너무 많아요. 헛된 신화를 뜯어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라면 이미 진보가 아닙니다. 진실에 의존하고 입각하는 게 진보죠.
 
- 김 : 훌륭한 정치가는 신화에 기대지 않는다는 말씀이신지?
 
= 공 : 정치는 리얼리티(Reality)에요. 물론 때때로 신화가 필요한 순간도 있을 수가 있겠죠.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봅시다. 신화가 깨졌을 때는 그 신화를 이용해 얻은 이득의 몇 배를 토해내야 합니다. 예컨대 미라를 만들어 성대하게 장시를 지낼 그 순간이야 좋겠지만, 수천 년 후에 시신이 발굴되어 뭇사람들 앞에 드러나는 경우를 생각하면 국왕 입장에서 그 얼마나 치욕이고 수모입니까? 차라리 깔끔하게 화장되는 게 낫지. 지금은 미라정치에요. 유훈정치조차 안 돼. 그런 격도 안 된다니까! 왜냐? 유훈을 남긴 적이 없으니까.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알쏭달쏭한 유언이 한 나라를 한때마나 다스렸던 최고 통치권자의 권위 있고 공식적인 유지일 수는 없잖아요. 현재 우리나라 정치판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면 예전에 강수연이 등장한 ‘씨받이’란 영화가 떠오릅니다. 그 영화의 오프닝 장면이 그거였을 거예요. ‘둥~’하는 징소리와 동시에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는 굵은 남자 목소리가 나와서 “이 영화는 산 자보다 죽은 자가 대접받는 시대를 다뤘다.”고 했을 겁니다. 지금의 한국정치가 완전 그 모양이에요. 살아 있는 국민보다도 죽은 대통령과 그 수하들이 더 대우받아요.
 
친노직계는 유시민에게 숙청당할 것
 
- 김 : 그럼 이제 구체적으로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얘기를 해보죠. 호남에서는 DJ 같이 카리스마가 넘치는, 즉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의 힘겨운 시련과 고통을 이겨낸 역사적 인물이 아니고서는 유력한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탁 까놓고 얘기해서 형님의 정치적 색깔은 뭡니까? 김대중 추종자입니까? 또는 호남 옹호론자입니까?
 
= 공 : (강하게 손사래를 치면서) 나야 언제나 비영남-반강남이었습니다.
 
- 김 : 그런데 그런 입장을 마지막까지 확고부동하게 지키면서 대선국면에 임하지는 않으셨던 것 같은데요?
 
= 공 : 정확히 가늠한다면 나는 2003년 초겨울부터 비영남-반강남 노선을 천명하기 시작했어요. 아, 벌써 8년째구나. 비영남이 뭐냐면 다른 게 아니에요. 정치의식 면에서 영남은 우리나라 평균 이하에요. 평균보다 나은 걸 지향해야지 왜 스스로 평균 아래로 찾아갑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보수 정치인들이 미래지향을 자주 언급하지만은 한국사회에서 진짜로 과거에 갇혀 사는 지역은 영남입니다. 나는 과거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주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대표적으로 유시민 씨, 영남 출신 정치인이잖아요. 유시민 씨가 설파하는 담론은 결론적으로는 항상 과거로 뿌리를 뻗쳐요. 그러니 매일 하는 얘기가 “노 대통령 때기 제일 좋았어요.” 하는 투의 후일담뿐인 거죠. 그런데 호남은 반대에요. 호남 쪽 유권자들은 DJ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거지, “김대중 대통령 때가 가장 좋았다.”는 식의 회고담에 매몰돼 있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여하튼 DJ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나오기를 바라지.
 
- 김 : 유시민 전 장관이 참여당 대표로 당선되고서 이런 말을 했답니다. 노무현 정부의 유산은 온 국민이 나눠 갖게 하고 부채는 우리가 지겠다.”
 
= 공 :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저 사람은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다.”라는. 유시민 씨한테는 나도 좀 배웠으면 싶은 특이한 재주가 있어요. 숨 쉬는 소리를 내면서도 막상 숨은 안 쉬어. 그리고 반대로 숨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용하게 숨을 쉬고. 유시민 씨는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할 정치인입니다. 방금 김 교수님이 들려준 유시민 씨의 얘기를 정확히 정반대로 해석하면 그 분의 본심이 파악될 겁니다. “참여정부의 부채는 국민 여러분께서 골고루 나눠지시고, 유산은 저 혼자 챙기겠습니다.”라고요.
 
- 김 : 뒤집어서 봐야 한다?
 
= 공 : 먹물들이 좋아할 법한 명제로 정리하자면 이렇겠죠. 참여정부가 물려준 유산의 사유화, 부채의 사회화.
 
- 김 : 열린우리당 시절에는 정청래 전 의원이 유시민 킬러로 통했었습니다.
 
= 공 : 정청래 전 의원의 영향력도 실은 정동영의 당권에서 비롯됐다고 봐야죠. 전동영 전 장관을 대신해서 유시민 전 장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정청래의 일거수일투족에 무게가 실렸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동영 씨의 존재감이 아주 미미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는 정청래 전 의원이 옛날처럼 화려하게 유시민 저격수 역할은 못할 겁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에는 소위 유빠들이 정동영 씨 욕을 좀처럼 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욕할 가치조차 없다는 거겠지.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가 되어, 힘 다 사라진 정동영을 굳이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을 한 거죠.
 
- 김 : 그럼 정동영 대신 누구를 표적으로 삼고 있던가요?
 
= 공 : 요새는 강금원 씨가 타깃이죠.
 
- 김 : 그럼 강금원 씨의 시사IN 발언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 공 : 나는 강금원 씨의 발언이 진실이라고 봅니다.
 
- 김 :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
 
= 공 : 하지만 정치는 리얼리티입니다. 제가 러시아 역사서를 대단히 즐겨 읽는데 레닌한테는 트로츠키나, 카메네프나, 지노비예프 같은 충성스러운 참모들이 여럿 있었어요. 그런데 레닌의 후계자가 된 건 그가 생전에 아끼고 총애했던 측근이 아니었어요. 엉뚱하게도 제일 힘센 놈이 후계자가 됐지요. 그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스탈린이었습니다.
 
- 김 :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계자가 권노갑이나 한화갑이 아닌 것처럼?
 
= 공 : 노무현이 제일 힘이 셌으니까 김대중 후계자가 된 거죠. 노무현의 정통성 있는 후계자가 원칙적으로는, 그리고 이론상으로는 친노직계인 것은 맞아요. 그런데 친노직계는 힘이 없지 않습니까? 민주당에 기생해야 할 정도로 기반이 취약합니다. 친노그룹 내부의 족보싸움에서는 최종적으로는 유시민이 승리할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아주 흥미진진한 광경이 연출될 겁니다.
 
- 김 : 어떻게?
 
= 공 : 레닌과 관계가 깊었던 인물들은 스탈린이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이후에 모조리 제거됐습니다. 왜? 레닌의 후계자는 오로지 ‘나 스탈린’뿐이어야 하니까! 생사를 분별할 살생부를 작성하는 기준은 유시민 씨 스스로가 되겠죠.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유시민보다도 좀 더 밀접했던 사람들은 친유세력에 의해서 전부 다 숙청될 겁니다. 왜냐? 그래야만 노무현의 상속자는 오직 유시민밖에는 남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과거의 소련 같이 숙청한다고 해서 총살을 시키거나 시베리아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지는 않겠죠. 그 대신에 유시민 지지자들이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면서 사회적 오명을 덮어씌우는 거죠. 저 인간은 뭐뭐한 녀석이라면서 흔히 말해는 딱지 붙이기를 해버리는 겁니다. 이걸 유식한 용어로 ‘낙인 효과’라고 하더라고. 그러기에 나는 지금 나름대로의 자립기반을 형성한 안희정, 이광재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친노직계들은 거의 전원이 유시민 씨에게, 정확히는 유시민 세력에 의해 매장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비참하게 살처분당하는 겁니다.
 
[계속 이어짐…]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1/03/25 [16:5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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