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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9.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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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이 진보인가? 벼락맞을 진보진영
[김용민-공희준 방담①] 강남좌파와 영남정치인의 실체를 까발리다
 
공희준
아래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전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와의 방담 내용이다. 이번 방담은 한국 사회의 내로라하는 '신진기예(新進氣銳)'들을 만나 대단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치를 비롯한 세상사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자는 기획시리즈의 일환이다. 방담은 3월 21일 월요일 오후 원효로 3가에 위치한 '제국기획'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비영남-반강남은 미래의 물결 

- 김용민(이하 김) : 국내 최고의 정치 석학, 아니 석학을 넘어 박학으로 활동하고 계신 공희준 선생을 모시고 오늘 이렇게 이야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공희준(이하 공) : 국내 최고라니요? 저는 그 말이 못마땅합니다. 세계 최고라고 불러주세요. 흐흐흐….

- 김 : 하하하! 세계 최고 맞습니다. 무엇보다도 ‘강남좌파’란 개념,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가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아니, 더 됐네. 2005년인가, 형님이 나한테 그랬어. 강남-비강남, 이 프레임이 생길 것이라고 나한테 말했던 게 기억이 나요. 

= 공 :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의 소신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사회가 가야 할 방향은 비영남-반강남이라고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여기서의 비영남은 탈냉전을 말합니다. 반강남은 요즘 유행하는 공식 용어로는 신자유주의, 하지만 적확하게 표현하면 돈 놓고 돈 먹기의 배금주의, 그야말로 돈이 최고라고 믿는 더러운 배금주의를 배격하자는 뜻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비영남-반강남을 본격적으로 내세워도 모자랄 판인데 ‘닥치고 영남후보’의 연장선상에서 튀어나온 유시민 씨가 으스대고 있다는 거지요. 비영남-반강남 구도에서 바라보면 그는 파묻어야, 파묻혀야 할 사람이거든요. 한마디로 정치적 살처분 대상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침출수처럼 흘러나와서 한국정치를 오염시키고 있어요.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반강남을 해야 할 상황임에도 “강남 사는 게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강남좌파, 까놓고 말해서 강남 버러지들까지 득세하고 있습니다. 

- 김 : 강남좌파들의 경우는 한나라당 식의 극한적 색깔론과는 거리가 말고, 좌파노선에 입각한 시각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냉전주의자라고나 배금주의자들이라고 몰아붙이기에는 조금은 곤란하지 않을까요? 

= 공 :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는 철저하게 결과만 놓고 봐야 합니다. 동기를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이미 마키아벨리가 오백 년 전에 통찰한 진리입니다. 우리가 충분히 경험했듯이 말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주사파들이 한국사회에서 퇴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언제냐면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에 빠지기 전의 일입니다. 동구권의 붕괴와도 무관합니다. 즉 사회주의 체제의 실상이 폭로되어 주사파가 몰락하기 시작한 게 아니라 왕년에 반미를 부르짖던 386 운동권 스타들이 미국에 본격적으로 유학을 가는 시점부터 주사파가 퇴조했습니다. 자기들이 미국물 먹고 왔을 때, 곧 남이 미국물 먹었을 때는 반미를 외쳤지만 자기가 미국을 먹고 난 다음부터는 반미를 안 외쳤다는 거죠. 

마찬가지입지다. 강남좌파란 거, 사실 이건 말이 안 되는 소리입니다. 예컨대 강남좌파란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표현이냐면 이 세상에 ‘여성친화적 성폭행’이란 게 있을 수 있습니까? ‘여성친화’건 ‘여성안친화’건 간에 성폭행은 성폭행인 거예요. 

- 김 : ‘환경친화적 4대강사업’처럼요? 

= 공 : 그렇죠. 좌파를 표방하건 우파를 표방하건 간에 강남 사는 것들은 한마디로 ‘민나 도로보데스’, 즉 전부 도둑놈들이에요. 흐흐흐…. 요즘 유행하는 강남좌파란 것은 단지 집이 강남에 있기 때문에 강남좌파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강남이 상징하는 어떠한 사회적 토대, 강남이 상징하는 어떠한 구조적 틀을 인정한 다음에 뭔가 하자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분명 근본적인 사회적 모순이 존재합니다. 모름지기 명색이 좌파라면 근본적인 모순의 근원을 뿌리 뽑아야 한다, 개혁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강남좌파들은 그걸 건너뛰고 진보하자는 소리거든요. 

- 김 : 무엇을 건너뛴다는 것인지? 

= 공 : 사회의 근본적 모순을 건너뛰자는 거지요. 말하자면 이래요. 강남좌파라는 것은 철저하게 미국식 패러다임의 소산입니다. 매니지먼트인 거죠. 정치(Politics)와 행정(Administration)의 가장 큰 차이는 이겁니다. 정치는 기존의 질서를 새롭게 뜯어고치고, 이와 동시에 새롭고 창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정치입니다. 반면 행정은 기존의 것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잘 유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행정의 역할은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일입니다. 발명과 창조는 아니거든요. 

그러나 정치는 R&D에요. 연구와 개발이 주된 임무입니다. 새로운 것을 연구, 개발, 발명, 창조하는 것이 정치고, 행정은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것인데 강남좌파들은 기본적으로 행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사람들입니다. 

- 김 : 제가 얼마 전에 지금은 국민참여당 당대표가 된 유시민 전 장관이 중앙선데이에서 한 인터뷰를 봤는데 지금 그 말씀을 들으면서 갑자기 그 인터뷰가 생각났습니다. 

= 공 : 인내심 참 강하시네. 흐흐흐…. 저는 김용민 교수님이 굉장히 존경스러워진 게 우리 사회에서 유시민 씨 인터뷰를 통독할 수 있다는 것은 득도의 경지에 올랐다는 증거입니다. 성불하신 거예요. 참, 기독교 신자시니까 성불은 아니시구나. 

- 김 : 교회에서는 거듭났다고 합니다. 하하하! 

= 공 : 나중에 분명히 휴거하실, 아니 휴거되실 겁니다. 흐흐흐…. 

- 김 : 유시민 전 장관이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여러 복지 방안들, 즉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대학등록금의 3무 1반에 대해서 허무맹랑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린 적이 있는데 이거야말로 Administration에 치우친 개념 아닐까요? 

= 공 : 이게 좌담이 아니고 방담이잖아요. 방담이 뭡니까? 웃고 떠드는 거잖아요. 김어준 씨가 정말 나쁜 짓을 한 게 있어. 대한민국에서 웃고 떠드는 식의 인터뷰는 유일하게 김어준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사람들, 특히 네티즌들 사이에 심어준 거지. 그게 아니지. 오늘 우리 한번 횡설수설, 좌삼삼 우삼삼으로 막 나가봅시다. 어디 총수만 막 나가란 법 있나? 흐흐흐…. 

- 김 : 저는 무상복지에 관련된 유시민 전 장관의 얘기가 좀 황당하게 들렸거든요. 

= 공 : (정색하고서) 그런데 그게 유시민 씨의 말이 맞아요. 제가 며칠 전에 어느 신문에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보통 말하는 수구꼴통들이 어깃장 놓는 거라고만 해석해서는 곤란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복지담론 식으로 가다보면 대부분의 국가예산과 사회적 에너지가 80 되신 어르신들을 90살까지 장수하시도록 하는 데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자세히 보면 우리가 애들한테 지출하는 교육비보다도 노인들을 위해 쓰이는 병원비가 나중에는 더 커질 수 있어요. 

사실 우리가 잘 말은 안 하지만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는 사회적 에너지가 새롭게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 쓰이는 게 아니라 노인들을 보살피는 일에 소모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든 되신 어르신 아흔까지 사시게 하려면 거의 두 가지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기계야 약물이 그것입니다. 기계와 약물의 힘에 결국은 의지해야 한다는 건데 그 비용이 엄청납니다. 그 비용을 의료(보험) 개혁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핵심은 그거에요. 유시민 씨가 그렇게 정말 불편한 진실까지 국민들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면서 민주당이 제시하는 복지정책의 비합리성을 지적해야 하는데 그 양반은 그런 얘기는 안 하고 민주당이 시쳇말로 자기의 ‘나와바리’를 침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견제구부터 허겁지겁 던져버린 거죠. 나는 유시민 씨가 그런 면에서 굉장히 비겁하다고 봅니다. 

왜냐? 그 양반이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 아닙니까? 그럼 분명 그와 관련된 진실들을 잘 알 겁니다. 아이들한테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보다도 80살 먹은 노인들을 90살까지 살게 하는 데 더 많은 돈이 쓰일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정확히 얘기해줘야죠. 욕먹을 각오하고. 그럼 100프로 욕먹을 테니까. 저런 패륜아가 있냐고. 저런 몹쓸 놈이 있냐고. 하지만 정치가 뭡니까? 때로는 대중, 바꿔 말하면 국민이 직면하기 싫어하는 불편한 진실을 얘기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일입니다. 유시민 씨는 그 얘기는 철저하게 안 하고 있지요.

- 김 : 그러니까 불편한 진실이 아니라 비겁한 진실만 얘기했다? 

= 공 : 비겁한 진실도 아니고 비겁한 짜깁기죠. 짜깁기! 

스타벅스에서 ‘체 게바라 평전 읽는’ 그들 

- 김 : 저는 아쉬웠던 게 뭐였냐면 정치인이라면 당장은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도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천해 나가겠다는 가능성을 열어줘야 하는 건데, 그러한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 자체는 행정의 연장이지 정치라고 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 공 : 물론 저도 정치를 그렇게 규정은 합니다. ‘정치는 국민과 함께 하는 위대한 도전과 모험’이라고 정의하는 사람입니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현실로 만들어내자는 주의(主義)이지요. 단 거기에는 선행하는 전제가 있습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현실진단이 필요한 거지요. 문제는 우리 정치에서는 이러한 현실진단이 없다는 겁니다. 

오늘은 주제가 ‘강남좌파’입니다. 강남좌파가 왜 나쁘냐면 정확하고 객관적인 현실진단이 결핍돼 있기 때문입니다. 아까 질문하신 것처럼 ‘강남좌파’란 용어를 제가 처음으로 만들었는지 안 만들었는지는 사실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래도 이건 제가 확실한 사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습니다. 강남좌파의 스테레오타입 만들어낸 건 제가 맞아요. 제가 갑자기 신기가 들렸었는지 알 수 없지만 강남좌파의 전형적 이미지가 머리에 딱 떠오르는 게 있더라고요. “스타벅스에서 체 게바라 평전 읽는.” 

- 김 : 하하하하! 스타벅스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읽는! 

= 공 : 옛날에 스타벅스에서 체 게바라 마케팅을 벌인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스타박스 회사 측 얘기잖아요. 또 있구나. 하나 더 덧붙이자면 스타벅스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읽는 자기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사이월드에 올려. 그리고 이렇게 자랑해. 나 이만큼 진보적이라고. 

- 김 : 그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엘리트주의가 숨어 있지 않을까요? 

= 공 : 엘리트주의라기보다는 선민의식이죠. 강남좌파들이 욕하는 정당은 한국정치에서 봤을 때는 한나라당이 아닙니다. 민주당입니다. 

- 김 : 한나라당은 많이 욕하는 대상이라고 전제해놓고 얘기들은 하는데 실은 한나라당 욕을 안 한다?

= 공 : 강남좌파들 같은 경우에는 한나라당의 실체를 인정은 해요. 같은 욕을 하더라도 실체를 인정하고서 하는 욕이 있고, 실체조차 부정하면서 하는 욕이 있는데 강남좌파들이 한나라당을 욕할 때는 한나라당이란 실체를 인정하고 욕을 해요. 그러나 민주당은 실체를 인정하지 않아. 여기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는 걸 없다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있다는 존재 자체를 죄악시한다는 의미에서 부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남한에 반북주의가 팽배했을 적에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똑같은 심리적 메커니즘입니다. 

강남좌파를 상징하고 대변하는 정치집단들이 있습니다. 진보신당이 대표적이고, 유시민 세력도 역시 여기에 포함됩니다. 저는 강남좌파에 관련해서 가장 한심하게 여기는 정당이 진보신당입니다. 강남좌파 근성에 찌들대로 찌들어 있어요. 요새 입에 오르내리는 조국 씨의 경우에도 정당을 기준으로 삼자면 진보신당에 가장 우호적인 스탠스를 공개적으로 취하고 있고요. 제가 그 사람들을 왜 한심하고 형편없다고 생각하느냐면 강남좌파들이 민주당을 비판할 때는 민주당의 보수성을 비판했던 겁니다. 민주당의 보수성 내지 우편향성을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판해왔던 거죠. 

강남좌파의 타도 대상은 촌티와 빈티

- 김 : 요즘 전주 시내버스 파업 사태에서 보이는 것처럼? 

= 공 : 그렇죠. 그런데 문제는 뭐냐면 그렇게 민주당의 보수성을 비판하면서도 그 사람들이 손을 잡고 싶어 하는 정당은 국민참여당이라는 거예요. 국참당에요.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진보신당에 가까운 강남좌파들도. 왜 그러냐?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결국 그 사람들이 민주당의 보수성 내지 우편향성을 비판해온 것은 일종에 페이크 모션에 불과합니다. 전성기 때의 지단이나 현재의 호나우두가 상대방 선수를 기만하기 위해 잘 구사한 헛다리짚기 기술에 지나지 않죠. 그 사람들이 공을 차 넣고 싶은 데는 다른 곳에 있어요. 결국 그 사람들은 민주당의 보수성이나 우편향성이 싫은 게 아니라 민주당의 촌티가 싫은 겁니다. 

- 김 : 촌티가 싫다? 

= 공 : 민주당의 촌티가 싫고, 빈티가 싫은 거죠. 비유하면 강남좌파란 거는 스타벅스에서 우아하게 체 게바라에 관한 얘기는 하고 싶어도, 저기 종로5가의 광장시장이나 동대문 지나 황학동 가가지고 곱창은 절대 먹고 싶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한테 좌파는 하나의 훈장입니다. 강남좌파의 본질은 강남에 있습니다. 좌파에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그 사람들한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고 가정해봅시다. 강남과 좌파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보라고요. 그럼 그 사람들 속내는 정확히 뭔지 아십니까? “우리가 좌파는 안 할망정 강남에는 계속 살 거야!” 바로 이겁니다. 

그 사람들이 정확히 싫어하는 지점은 민주당의 촌티와 빈티입니다. 잘 보세요. 무릇 국민이란 촌티 나고 빈티가 흐르기 마련입니다. 왜? 도대체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서 과연 몇 퍼센트가 아르마니 양복 입고 다니겠습니까? 김 교수님, 아르마니 양복 입고 다닌 적 있으세요. 나는 아르마니 양복이 어떻게 생긴 줄도 몰라. 흐흐흐….

이를테면 미국 같은 경우도 리무진 좌파란 부류들이 있습니다. 리무진 좌파들이 얼굴 맞대고 싸우고 싶은 대상은, 정확히는 어울리고 싶어 하는 상대방은 그들처럼 리무진 타고 다니는 미국의 소위 네오콘들입니다. 한마디로 전쟁이든 평화든 동급들과 하고 싶은 거지요. 제가 알기로는 과거에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싸구려로 통용됐던 차량이 아마 옛날 유고슬라비아에서 수입된 차들일 겁니다. 미국의 리무진 좌파가 어울리고픈 대상은 동유럽에서 생산된 고물차들 몰고 올 미국의 노동자 계급은 아닌 셈이죠. 

제가 예전에 빌 클린턴 회고록을 봤는데 클린턴이 정말 난 놈은 난 놈에요. 미국에서도 강남좌파적인 사조가 한때 유행했었습니다. 이른바 히피죠. 우드스탁에서 마약 먹고 그런 애들. 

- 김 : 60년대를 풍미했던 반전운동에서 비롯된 흐름들? 

= 공 : 자세히 보세요. 미국의 히피들이 어떤 특징이 있냐면 다들 백인들입니다. 히피들의 대개의 특징이 또 뭐냐면, 특히나 히피문화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 젊은 친구들은 미국 동부의 먹고살만한 집안 출신들이란 점입니다. 요컨대 아버지가 디트로이트에 있는 제너럴 모터스 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하는 그런 사람들은 없었어요. 그리고 히피들이 이후에 뭐가 됐냐면 그들 중 대다수가 나중에 월가로 갔습니다. 월스트리트 말입니다. 2008년에 세계적 규모의 미국 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월가에서 사태를 촉발시킨 인간들 중에 왕년에 히피 아니었던 놈이 없는 거예요. 히피고 나발이고 결국은 한철의 유행이고 한때의 트렌드였을 뿐입니다. 

클린턴이 정치를 하면서 제일 먼저 싸웠던 사람들은 공화당이 아니었어요. 공화당원이나 KKK 단원과 싸운 게 아니라 미국 민주당 내에 숨어 있는 이른바 신좌파 내지 문화좌파와 싸운 겁니다. 당시에, 그러니까 클린턴이 아버지 부시로부터 정권을 찾아오기 전이지요. 미국정치에서는 그때를 ‘민주당의 암흑기’라고 부릅니다. 닉슨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중간에 카터 빼놓고는 공화당이 거의 20년 가까이 백악관을 차지했습니다.

공화당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 요소 중의 하나가 미국 민주당이 언제부터인가 미국 국민들의 평균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 히피 편드는 정당, 동성애자 옹호하는 정당, 마약쟁이 두둔하는 정당, 그리고 낙태 찬성하는 정당, 문자 그대로 어떠한 주변적인 문화적 이슈들, 비유하자면 개인의 취향과 관련된 문제들만을 중시하는 정당이 돼버렸다는 데 있었습니다. 취향과 관련된! 그런 영화 제목도 있어요. ‘타인의 취향’이라고. 예컨대 국민의 삶을 논하는 정당이 아닌, 타인의 취향을 논하는 정당이 돼버린 거죠. 동성애 옹호 정당, 낙태 찬성 정당. 미국의 평범한 일반시민이 봤을 때는 아무리 부자들을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공화당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주제를 얘기하는 정당이었던 거예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남좌파들이 뭡니까? 엊그제 동성애자인 모 영화감독이 같은 남자와 결혼했다고 대서특필하던데 난 동성애 관심 없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찬반을 떠나서 동성애 자체에 아예 관심 없어. 남자끼리 하던, 여자끼리 하던, 동성끼리 하던, 이성끼리 하던 지들끼리 밤에 바지춤 내리는 일이 나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나하고 아무 상관없어요. 나는 찬반조차 없는데 그게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래요. 솔직히 말해서 나도 밤에 못하는 처지인데 남이 밤에 어떻게 하든 그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나도 못하는 판인데. (일동 웃음) 

민주당과 국참당은 뿌리부터 다르다 

- 김 : 굉장히 강렬한 내용의 지적들이네요. 어떻습니까? 민주당에서 국민참여당으로 사실상 분화가 된 것인데. 

= 공 : 아니에요. 그것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민주당과 국참당은 뿌리부터가 다릅니다. 나는 두 당이 태생이 다르고, 근본이 다르다고 봅니다. 국참당의 뿌리는 오히려 한나라당과 맞닿아 있습니다. 국참당을 뒷받침하는 코드가 뭡니까? 영남입니다. 영남! 

- 김 :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참당의 대주주라라고 하면 유시민 대표인데 그 분이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은 적이 과연 있었나요? 또 국참당을 구성하는 주요 인물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친노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나요? 친노 역시도 한나라당과 썩 어울리지는 않는 느낌이고. 

= 공 : 말씀하딘 대로 그분들이 한나라당과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민주당과는 관계를 넘어 아예 인연조차 없는 사람들입니다. 열린우리당 때 잠시 동거한 걸 빼면 민주당과 무관한 인사들이에요. 가령 대한민국에서 유시민 전 장관만큼 김대중 전 대통령 씹은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노망났으니까 물러나야 한다고, 하야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하야해야 한다며? 물론 저도 김대중 전 대통령 많이 비판하긴 했지마는, 또 노무현 대통령과 등을 돌리기는 했지마는 김 전 대통령이나 노 전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라고 한 적은 없어요. 

- 김 : 생각해보니 유시민 전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더러 하야하라고 이야기한 적은 없네요. 

= 공 : 그런 적 없어요.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더러는 하야하라며? 참여정부가 그랬습니다. “모든 지역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그런데 뒤에 각주 한 개가 붙어 있으니 탈이었죠. “어떤 지역은 좀 더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요. 그 결과 제주도에서 치러져야 했을 APCE이 부산으로 갔지요. 

이 방담을 읽을 누가 댓글 형식으로나마 수치로 뒷받침해주면 좋겠는데,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지역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편성된 예산의 거의 대부분이 영남으로 갔습니다. 호남이나 강원이나 제주나 충청도로 간 게 아니에요. 왜 그렇겠습니까? 동물농장 흉내 냈잖아요? 어느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좀 더 평등하듯이, 어느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좀 더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유시민을 진보로 분류하는 진보는 벼락 맞아 마땅하다 

- 김 : APEC 개최장소 변경을 계기로 친노논객이었던 형님이 반노 논객으로 변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 공 : 정치는 구호가 아니라 시행하는 정책을 높고 판단하는 겁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의 참다운 실체와 진면목은 참여정부가 권력의 가장 정점에 올랐을 때 했던 일이 말해준다고 봅니다. 그렇잖아요. 김용민 교수의 실체를 내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친하더라도 사실 나는 잘 몰라. 김용민의 진정한 면모는 김용민이 KBS 사장이 될 때 나타날 테니까. 만약에 KBS 사장이 되자마자 사람이 갑자기 확 변하면 이건 정말 몹쓸 인간인 거요. 흐흐흐…. 

노무현 정부의 힘이 최고조로 올랐을 때는 17대 총선에서 원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고, 노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에서 승리했을 때였습니다. 그때 노 대통령이 했던 게 뭐에요? 국가보안법을 개정한 것도 아니고, 부동산 안정을 위한 획기적 조치를 취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APEC이 부산으로 가고, 김혁규 씨가 총리 후보로 지명된 거였어요. 그게 바로 참여정부의 진정한 실체입니다. 동시에 그게 유시민의 실체이자 국참당의 실체일 수도 있겠죠. 

김대중 정부가 힘이 제일 좋았을 때 했던 일은 동교동 사람들 요직에 앉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광주나 전주에 공장 세우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김대중 정부는 권력이 가장 강했을 시절에 진정으로 국가의 전체적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채택하고 집행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이와는 전혀 딴판이었어요. 더욱이 APEC이 부산 간다고 나라에 크게 득 될 것도 없었어요. 그 당시에 어떤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제주도 분이셨어요. 그분이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 제주도는 지금 완전 민란 분이기라고, 민란! 근래 문성근이 하고 있는 사이비 민란이 아니고, 진짜 민란이었어요. 

왜 민란이냐? 그 당시에 제주도에 배정된 지역구 국회의석이 세 석 정도 됐을 겁니다. 전부 다 열린우리당을 찍어줬어요. 부산에서는 한나라당이 싹쓸이했고. 자기 당선시켜준 제주도 것 뺏어다가 자기 안 찍어준 부산에 문자 그대로 이거 한 거잖아? 봉헌! 나는 APEC 보고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정나미가 딱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참 웃기 사람들인 게 자세히 보세요. 제가 국참당을 왜 영남이라고 보냐면 2004년 당시에 유시민 주변에 뭉쳐 있던 사람들이 지금 대부분 국참당에 와 있습니다. 2004년에 노 대통령이 김혁규 씨를 총리로 앉히기 위해서 한나라당에서 끌어왔을 때 김혁규를 비판한 영남 쪽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도리어 노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칭송하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나라당에서 손학규가 날아오니까 그건 또 욕해. 한나라당에서 실컷 권력 누린 거는 손학규나 김혁규나 피장파장, 오십보백보, 피차일반입니다. 그럼에도 손학규는 비토해도 김혁규는 욕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아주 적나라하면서도 섬뜩합니다. “우리가 남이가?” 같은 영남이니까.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느냐면 강남좌파와 영남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입니다. 봅시다. 서울대 조국 교수의 고향이 어딥니까? 

- 김 : 부산. 

= 공 : Call! 조국이 만약에 광주나 전주 출신이었으면 그렇게 띄워주겠어요? 

- 김 : 영남이니까…. 

= 공 :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이른바 개혁언론을 보세요. 호남 네티즌들이 말하는 영남패권주의에 아주 철저하게 찌든 사람들 일색이에요. 왜? 영남에서의 1표는 호남에서의 10표의 가치가 있다고 그 사람들은 아직도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어요. 인간은 평등한 존재인 겁니다. 한 명 한 명이 다 존귀한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 얘기는 이건희 한 명에게는 평범한 노동자 1만 명의 가치가 있다는 소리와 똑같습니다. 그게 뭡니까? 북한이지. 삼성이고. 그게 무슨 진보야! 

유시민이 진보로 분류되는 이상에는 대한민국의 진보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그리고 유시민을 진보로 분류하는 진보라면 그런 진보는 천벌 받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벼락 맞아야 합니다. 나는 그렇게 헤드라인 뽑을 작정이야. ‘유시민을 진보로 분류하는 진보는 벼락 맞아 마땅하다!’라고.  

[계속 이어짐…]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1/03/23 [02:3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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