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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 진보 정당 얼마나 아십니까?
[윤희용의 진보편지] 진보 양당 ‘감정 있겠지만 접어라’는 조국 교수에게
 
윤희용   기사입력  2011/03/17 [05:13]
민주노동당의 분당은 패권주의가 만든 내부 폭력

요즘 진보 정당을 향해 쓴 소리를 아까지 않는 조국 교수의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페이스북의 친구인 조국 교수가 한 ‘진보 양당 감정 있겠지만 접을 때가 되었다’고 한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를 네 번 넘게 봤습니다. 신문 기사는 보고 넘어가는데 이 기사는 유심히 읽었습니다. 신문에 기고를 하려면 책 서너 권을 읽는다는 리영희 선생님의 철저함을 떠 올리며, 비록 산골에 있지만 반박문을 쓰면서도 자료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게으른 저를 반성합니다.

통합하면 식구들이 늘어나고 살림살이가 펴이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통합이 가져 올 후유증은 더 크고 무섭기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걱정이지요. 폭력 중 가장 상처가 깊은 게 가정폭력과 조직 내부의 폭력이란 게 제가 가진 성인지적 관점입니다. 남이 아닌 같은 구성원으로 부터 받은 상처이기에 더욱 깊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기에 치유 기간이 길기 마련이고, 서로가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습니다.

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을 조직 내부 폭력으로 봅니다. 쪽수 좀 많은 정파가 싹쓸이 한 짓을 패권주의라 부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으로 승자독식은 폭력임에 분명합니다. 사람을 때리고 언어폭력을 휘둘러야만 폭력이 아니라 구조화된 폭력이 얼마나 무섭다는 건 국가인권위원을 지낸 조국 교수님이 누구보다 잘 아실 줄 압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애당초 동거가 불가능했던 사람들이 살면서 일어난 매우 골이 깊은 상처임을 모르시지 않을 겁니다.

승자독식의 위험도 모르는 윗선의 어깨들

승자독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자본은 잘 알기에 큰 공사가 있으면 직접 만나 거래를 통해 상처를 덜 주면서 자신의 지분을 챙깁니다. 그런데 명색이 집권을 목표로 한다는 자들이 싹쓸이를 한 것은 폭력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무지의 극치지요. 독식에 밀린 진보신당의 무능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달게 받겠으나 혼자 다 먹으려는 놈에게 다른 대처 방법이 없는 게 사실 아니었던가요? 독식하려고 저지른 일은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내용을 잘 아시기에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싹쓸이란 폭력의 실질적인 배후이자 주범인 3대 어깨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어떻게 화해를 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조직은 없으나 엄연히 존재하는 그들을 건드리지 않고는 민주노동당 내부는 물론이요, 진보정당 통합의 핵심에 결코 접근할 수 없는 게 사실 아닌가요?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조국 교수가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 에둘러 표현만 하는 것은 오진으로 인해 의료사고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파업 중이거나 농업 문제를 말하다가도 통일이란 말만 나오면 모든 걸 접고 거품 무는 이상한 사람들, 모든 문제를 미 제국주의 탓으로만 돌리는 괴상한 집단, 다수를 차지한 자신들이 결정한 당 내부의 합의조차 엎어 버리는 경기동부연합ㆍ광주전남연합ㆍ울산연합이라는 거대 주주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해골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하다’고 저를 비롯한 진보신당의 이른바 독자론자들은 말합니다. 윗선의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달라지는 그 집단의 습관은 광신도나 다름없습니다.

실제 주주들을 향해 쓴 소리부터 하라.

“당신들, 그렇게 과거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라. 그래야 원내 교섭단체라도 구성할 것 아니냐”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던가요? 작년 ‘지방선거’ 때는 케케묵은 민주대연합이란 망령으로 채우려 안달을 부린 자리를 ‘진보정당 통합’이란 구체적인 실체도 없는 논리가 차지하려는 것 아닌가요? 본사의 지침에 따라 중요 사안이 결정되는 자주파의 실체를 모르지 않는 분이 ‘이해하지만 이제 접고 통합하라’고만 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 것입니다.

오연호 씨가 움직이는 걸 보면 ‘오마이뉴스의 기대주가 민주연합에서 진보정당 통합으로 대체’된 건 아닌지 의문을 갖습니다. 조국 교수님이 진보정당 통합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일은 배후에서 조종하는 민주노동당의 당권파들을 향해 “먼저 주먹 휘두른 당신들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실체를 공개하라”는 말부터 하고, “무능했던 진보신당도 반성하라”고 당당하게 나서야 합니다. 이왕 시작하신 일 작정하고 뛰어들지 않으면 생색내기로 끝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학생운동을 하지 않아 자주파들에게 직접 받은 상처가 없지만 민주노동당에 와서 상식 이하의 해악질이 판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 정말 진보정당의 통합을 원하신다면 짱돌 맞을 작정도 마다하지 않고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모든 일을 정파 간의 갈등으로 처리하고, 심지어는 맥주병을 깨든 채 여성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온갖 쌍욕을 퍼부으며 공포에 뜰게 한 폭력 사건조차 정파의 문제로 처리해 버리고 말았던 걸 모르시지 않을 겁니다.

운동권 사투리는 당장 버려야 할 악습

그리고, 운동권 사투리에 대한 지적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책 몇 권 읽고 먼저 세상을 좀 안답시고 자신들만 아는 말투만 퍼부어 대는 진보정당의 활동가를 비롯한 지식인들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우리말을 갈고 다듬는데 일생을 바친 이오덕 선생님이 ‘먹물들이 우리말을 망쳤다’고 한탄하신 걸 기억합니다. 그 먹물들 중 상당 수가 운동권이었다는 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죠. ‘난 너희들 보다 더 많이 안다’는 오만이 만든 악습임에 분명합니다.

대중이란 구체적인 물리력이 함께 하지 않으면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사람들이 한 때의 습성을 버리지 않는 것은 스스로 무덤 파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 오만한 습성을 고치지 않는 것은 소통을 거부하는 미련한 짓이죠. 가방 끈이 긴 먹물들의 책임이 많다는 것부터 먼저 반성하는 게 순서라고 봅니다. 진보진영의 문건이나 교수들의 논문을 중 우리말본에 맞지 않은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소통은 이미 물 건너 간 ‘운동권 사투리 박멸하자’고 나선지 제법 되었는데 고칠 게 너무 많아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이만저만 고민이 아닙니다. 이런 저를 ‘까칠하다’고 할 때는 정말 집권할 의지가 있긴 한 지 의혹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말은 얼’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말을 홀대하며 오만에 빠져 있는 자들이 판을 치는 한 진보진영이 고립무원을 헤매는 건 당연하겠지요. 제 경험의 한계를 다시 한 번 고백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성주 들판에서 윤 희 용

덧 글: 운동권 사투리의 악습 중 상당 수는 ‘구체적인 형상이 없는 추상명사에는 복수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우리말본의 기본만 지키면 어지간한 것은 고칠 수 있습니다. 이런 간단한 게 왜 안 되는지 정말 의아합니다. 다음에는 아직도 민족주의에 목숨을 걸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들을 주제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 글쓴이는 현재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위원입니다.
블로그 : http://blog.daum.net/bando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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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3/17 [05: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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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로 국밥 2011/03/20 [13:08] 수정 | 삭제
  •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지금 그대로 살아라. 합당해봐야 갈등과 분열은 피할수가 없다.
    80년대의 노동해방과 민족통일의 이념은 21세기 현재의 진보이념이 될수없다.

    80년대의 진보는 진작에 버렸어야할 낡은 이념에 불과하다.민노당과 진보신당, 한지붕 두가족은 아름다운 그림이 될수없으니.지금 이대로 사는것이 옳다.

    모두가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사회의 보다나은 삶을위하여 치열한 논쟁과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대중의 지지를 받을것이다.
    21세기 한국사회를 개혁하고 시대를 선도할수있는 진보이념을 현재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추구하고 있는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 2011/03/17 [16:21] 수정 | 삭제
  • 이 말은 주의해 보겠습니다. 다음에 써 보세요. 내가 반박을 할테니 재반박을 하세요. 못하거나 안하면 귀하가 혐오해 마지않는 입니다.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통합은 제3자가 보기에도 바라지 않으니, 조국 걸고 넘어지거나 남탓하지 말고 하고싶은 대로 하세요. 박노자도 회의적으로 보더만.

    난 진보신당이 정체성이나 있는지, 하고싶은 거나 제대로 있는지, 현실과 유리된 유토피아를 찾아야 성공하는 집단이 아닌지 잘 모르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