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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만 아니라면,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
[우석훈의 초록공명] 어느 좌파 학자의 '차기 대선 생각'
 
우석훈   기사입력  2011/02/19 [18:24]
유시민의 정책기조와는 같이 할 수 없다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중심의 단일화가 정말로 이루어지고, 어떤 식으로든 연정체계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질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치 현실이 그래서인지, 막상 선거가 시작되면 치사빤쓰 난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합당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고, 이미 합치자고 한 사회당을 무시 또 개무시하는 국면이다. 진보 동네로 와도 약간만 힘이 쎄다 싶으면 약한 쪽은 그냥 무시하는 건, 기존 정치권과 별로 다른 것 같지는 않다.
 
하여간 내 입장은… 합당은 할 필요는 없고, 연정은 적극 검토해볼 수 있고.
 
조만간에 생태주의자들이 진보신당 입당할 때 같이 입당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합당한다고 다시 뭉치자고 하면 그 때는 탈당하고 안 간다… 이상한 통합당에 갈 생각은 없다, 그렇게 의사를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싫거나 적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지금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 녹색당이 생겨날 때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나는 ‘진보’신당처럼 어정쩡한 당명이 아니라 전격적으로 ‘좌파’를 선언하는 그런 당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다.
 
대통령 단일화에 대해서는, 유시민만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누구와도 대선 국면에서 협력할 수 있다… 는 입장도 밝혔다.
 
물론 유시민 개인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가 내건 정책 기조와는 같이 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 내 기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새만금 해수유통이다. 빈 말이라도 그걸 해보겠다고 약속하지 않은 정치인을 지지한 역사가 없다. 
 
민주당의 이계안이나 천정배에게 개인적인 후원과 지지를 보내는 것은 그들이 민주당에서는 처음 새만금 해수유통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진보신당에서 그걸 약속했던 첫 번째 정치인이 심상정이다. 그래서 내가 아직 그에 대한 지지를 접고 있지 않는 셈이다. 새만금에 골프장 100개 넣겠다는 정치인을 지지할 수는 없다. 그게 내가 유시민에 대한 기본 입장이다.
 
민주당의 누군가가 나서고, 진보신당 후보와의 연정 혹은 단일화 논의가 깨빡쳐지면? 그 때는 어떤 식으로 깨빡쳐지는지 보면서 결정할 생각이다.
 
한명숙 후보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호감도 많고 여전히 정치인으로서 지지하지만,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 때… 좀 황당했다. 그렇게 치사빤스 작전으로 나오면, 정치도의상 나는 도저히 지지하지 못한다.
 
덩치 큰 집단, '좌파 마음 사는 법' 고민해야
 
어차피 진보신당 표 2%, 많아야 3%이다. 그거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딴 거 필요 없다고 할 때의 전략이 좀 다를 것 같다. 그딴 거 필요없고 그냥 알아서 죽어라. 그게 한명숙 진영에서 했던 얘기인데, 작아도 이게 전통이 있는 세력인데 그렇게 그냥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현 시점에서는 민주당과는 조건부 협력인 셈이다. 노회찬이든, 심상정이든, 아니면 진보신당 일각에서 얘기하는 제3의 후보든 어쨌든 선출 과정에 내가 나설 생각은 없고. 아주 이상한 패싸움이나 박스 떼기 같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양태로 후보가 선출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나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결정하는 후보와 다음 대선을 같이 갈 생각이다.
 
그리고 그가 단일화한다면 단일 후보, 독자 후보라면 독자 후보, 그렇게 한 배를 타고 갈 생각이다.
 
원래 좌파들이 현실적으로 가진 게 별로 없고, 지금도 그렇지만 원래도 극한적 상황에 몰려서 겨우겨우 버티는 집단이다. 그들의 마음을 사는 법, 그런 걸 좀 덩치 큰 데에서 고민을 하면 참 고맙겠다.
 
하여간 조만간 일정이 잡히면, 미루고 미루었던 – 사실 후환(!)이 두렵기도 하고 – 입당을 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이번 대선은 나는 진보신당이라는 배 타고 갈 생각이다. 슬픔도, 괴로움도, 기쁨도, 이번에는 같이 나누려고 한다. 아, 영광을 같이 나눌 날이 오면 좋겠는데, 아마 당분간 그런 날은 오지 않겠지만.
 
그게 구좌파든, 신좌파든, 한국의 좌파들도 환하게 웃는 날을 살아서 보고 싶다. 큰 영광은 아니더라도, 그들 입에서 웃음이라도 절로 나오는 그런 날을 보고 싶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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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2/19 [18: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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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민 2011/02/21 [13:18] 수정 | 삭제
  • 평소에도 우석훈님의 견해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 사람입니다마는
    특히 유시민에 대해서는 그의 정책적인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그의 지금까지의 정치행태에서 보여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신뢰'라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실 정치의 세계에서 약속과 신뢰라는 문제가 가벼이 여겨지고는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현상이 아닐까요
    말바꾸기나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인과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인간이하의 정치인은
    보수든 진보든 정치계에서 발을 못 붙이게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