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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으로 절망하고 언론보도로 투신하고
수험생들을 ‘죽음의 춤’으로 내모는 언론보도는 끝나야
 
황진태

올해에도 어김없이 11월 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뤘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수험생들은 참고서와 고군분투하면서 수능을 치르는 이날만을 기다려왔을 텐데요. 그러나 그간 1년 동안 수고한 수험생들에게 팡파레를 울려주기는커녕 올해에도 장송곡(레퀴엠)만이 울려 퍼지는 것은 아닐는지 벌써부터 걱정됩니다.

▲수능보던 여고생 1교시 후 투신자살 기사    ©네이버
수능을 앞둔 지난 10월 7일과 20일에 수능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하여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여고생과 수능 점수가 오르지 않자 이를 비관한 재수생이 지하철 전동차로 뛰어 들은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수능으로 누적된 피로를 풀어줄 축제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죽음의 춤’의 행렬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행렬을 유혹하는 유령은 다름아닌 언론입니다. 올해만큼은 이들 유령들이 수험생들 앞에 현현하여 그들을 '죽음의 춤'으로 이끄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작년을 상기해봅시다. 그저 수능점수에 모든 시선이 쏠리고 긴장된 수험생과 부모들의 심리상태를 이용하여 그들에게서 신문 한 장 더 팔아먹으려는 언론의 물신주의 말입니다. 수능 당일, 사설입시기관의 어설픈 계산을 근거로 각 신문사들은 <수능 평균 10~15점 오를 듯>이라는 무책임한 1면 보도를 했었는데 이 점에 있어서 한겨레의 보도행태도 조중동과 대동소이했습니다.

<수능 평균 10~15점 오를 듯>이란 큼직한 글자를 읽은 한 재수생은 점수비관으로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학생이 수능을 보면서 오지선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죽음을 선택하게 된 심경을 신문사는 과연 얼마나 헤아리고 반성했을까요? <수능 평균 10~15점 오를 듯>이라는 집단 오보를 범한 각 신문사들은 낯짝 두껍게도 다음날 <수능점수 가채점 2~3점 하락>으로 1면 톱을 장식했다는 점에서 이들 언론사는 자신들의 오보에 의한 수험생의 죽음에 대하여 티끌만한 반성도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들 신문사들의 죄과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고작 "주의"를 받는 수준에서 일단락됐습니다. 대체 이게 뭡니까?

올해만큼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도합 12년을 단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악으로 공부한 수험생들을 입시의 재물로 목숨을 받치는 일이 재현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간곡히 바라는데 각 신문사는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대학원서를 마감하는 날까지 <수능 평균 10~15점 오를 듯> <수능점수 가채점 2~3점 하락> <고3교실 침통, 재수생은 미소> 등의 문구를 1면 톱으로 장식하지 않는 자제력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만일 이번에도 이러한 작태가 되풀이 된다면 당신들은 공교육을 논할 자격이 없으며 사교육의 폐해를 강남에 뒤집어 씌우면서도 강남 부동산 광고를 버젓이 하는 그간의 이중적인 작태도 더 이상의 면죄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수험생들은 언론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마시고 각자 모두가 1년 동안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와서 바라던 대학에 입학하시길 바랍니다. 수험생 여러분 기운내세요! /사회부기자

*사족:이 글은 11월 5일 수능 이전에 쓴 글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어제 수능 당일과 오늘 16일 새벽에 두 여고생이 투신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타깝고 씁쓸합니다. 그 학생들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기사입력: 2003/11/05 [20:5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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