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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미필자가 더 잘 나가는 세상
[김영호 칼럼] 20대 묶어두는 병역문제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0/10/05 [18:39]

여권 수뇌부에는 병역미필자가 유독 많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원세훈 국정원장,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등이 요직에 포진되어 있다. 정운찬 전임 국무총리에 이어 후임으로 발탁된 김황식 총리 또한 병역미필자라 지탄의 여론이 뜨겁다. 면제사유가 정당하다면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과거의 부패한 병무행정과 허술한 병역관리를 악용했다면 공무를 담당할 자격이 없다. 이명박 정권이 남달리 국방안보를 강조하면서 병역미필자를 중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1960년대 이후 군복무기간이 30, 33, 36개월이었다. 1990년대에는 26개월로, 2000년대 들어 24개월로 줄었고 지금은 22개월 정도이다. 군복무는 국민의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고 말한다. 그와 달리 대부분의 군필자, 입대자는 인생의 정수 같은 20대의 2∼3년을 차압당한 채 인생의 진로와 설계를 수정해야 하는 억압의 생활로 받아들인다. 사회활동이나 학업생활을 중단하고 사회와 격리된 채 맹목적적인 복종과 충성을 강요당하는 병영에 갇혀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병역미필로 곤혹을 치루는 인사들도 그 까닭에 교묘한 수법을 써서 병역을 기피했을 것같다. 학업을 중단하고 군대에 갔다 오면 사법-행정고시에 못 붙어 출세 길이 막힌다고 말이다. 잘 나가는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신체의 일부를 자상이나 자해를 입혀 병역을 기피한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기도 한다. 군대에 가면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릴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 탓에 원정출산이란 해괴한 일도 벌어진다. 내 자식만은 그런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빗나간 모정이 생기는 것이다.

일반인도 학업을 중단하고 군대에 다녀오면 힘들여 외웠던 영어단어나 한자가 까맣게 다 날아간 느낌이다. 그 옛날에는 기합이라는 이름으로 주먹과 몽둥이가 춤추는 폭력막사였다. 자칫 글을 읽다 걸리면 터지기 일쑤였다. 요즈음은 군대생활이 편해졌다니 다르겠지만 말이다. 제대 후에도 억울한 일이 쫓아다닌다. 공채를 통해 취직하면 먼저 들어온 미필자 후배가 선배 노릇하며 반말을 예사로 안다. 학교 동기생보다 2∼3년 늦게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정년은 똑 같다. 늦게 들어가서 못 번 돈, 호봉차이로 못 번 돈을 합치면 집 반 채는 살 것같다. 

노무현 정권이 2014년 입대자부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키로 했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권이 24개월로 환원을 검토하다 내년 2월부터 21개월로 늘린다고 한다. 복무기간을 줄이면 병사의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이다. 예비군 훈련시간도 늘리겠다고 한다. 2박3일인 동원훈련 입소기간을 2016년부터 3박4일, 2020년부터 4박5일로 연장한다는 것이다. 또 5∼6년차 향토방위훈련도 18∼20시간으로 늘린다고 한다. 미취업자, 중소기업 직장인, 자영업자의 타격이 클 판이다.

저출산으로 병력자원이 모자라 복무기간을 늘린다지만 인력낭비가 너무 많다. 아직도 사역이란 허울로 삽질, 빗자루질이나 시키며 금쪽같은 세월을 허송하게 한다. 사병화한 비전투인력도 너무 많다. 당번병, 운전병, PX병, 군종병 등등 말이다. 정부기관의 공익요원, 기업의 병역특례요원이 국방의무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묶어 두는가? 군사체제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보병이 총알받이가 되어 고지를 점령하는 전쟁은 옛 일이다. 위성이 적지의 동태를 포착, 파악하여 원격조정을 통해 화력을 퍼붓는 첨단병기전이다. 사병도 단순한 소총수가 아니라 첨단무기로 무장한 인간병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전은 전문기술-지식을 터득한 직업군인을 요구한다. 군력체제를 병력집약형에서 무기집약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점차적으로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어야 한다. 미국도 베트남 전쟁 이후 모병제로 전환했다. 

병역문제는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재수, 삼수 거치고 대학에 들어가 5, 6년만에 졸업하는 학생들이 많다. 취업의 관문을 뚫으려고 어학연수, 자격증 취득, 인턴 이수 등등 소위 '스펙' 쌓기 때문이다. 군복무를 마치면 훌쩍 서른 살의 문턱에 접어든다. 선진국은 고졸→대졸→취업 사이에는 단절이 없다. 다국적기업에 근무하는 젊은이들이 글로벌 전략회의에 가보면 동년배에 비해 4∼5년은 뒤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고 한다. 미래의 성장동력인 20대를 묶어두고서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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