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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학력 진실? PD 신상공개, 제정신인가
[하재근 칼럼] 취재중인 MBC PD 신상공개는 언론에 대한 압력행사
 
하재근   기사입력  2010/08/29 [03:46]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보도에 따르면, 타블로의 학력에 의문을 제기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 카페에 MBC PD의 이름, 사진, 사번, 직위, 소속부서,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휴대폰 번호 등이 공개됐다고 한다.

이건 최악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남의 개인정보를 이렇게 우습게 알아선 안 된다.

그동안 타블로 가족들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공개하는 행위가 위험하다고 지적했었다. 그렇게 공개된 정보를 통해 그 가족들에게 폭언이 섞인 전화가 가고 그들의 생활공간에 찾아간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건 폭력이다.

MBC PD의 신상을 공개한 건 그 PD한테도 그렇게 하라는 말밖에 안 된다. 이건 폭력이기도 하고, 언론에 대한 부당한 억압이기도 하다.

MBC스페셜은 지금 타블로 사태를 취재하고 있다. 신상공개와 이어지는 개인에 대한 공격은 취재 중인 PD에 대한 압력일수밖에 없다. 이렇게 집단의 힘으로 언론의 취재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에서 어떻게 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국가의 언론탄압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어떤 집단(그것이 기업이든 이익집단이든 네티즌이든)이 언론을 내리누르는 행태도 문제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 압력의 수단이 ‘신상털기’라니. 이 얼마나 엽기적인가. 과연 제정신인가라는 심각한 의심이 절로 드는 일이다.

타진요를 주도하는 왓비컴즈라는 이는 MBC의 동행취재를 거절한 이유로 ‘타블로 측이 자신을 매수하거나 암살하려는 위험이 있다’라고 했다고 보도됐다. 이것도 심히 황당한 이야기다. 암살(!)이라니. 말이 되나?

공개된 정보들 중 일부는 MBC 사이트에도 있는 것들이어서 그런 것을 신상공개라고 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어떤 사람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어딘가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특별하게 게시하는 행위라면 신상공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게시행위에 공격성을 암시 혹은 대중의 공격을 선동하는 의미가 담겨있으므로 신상공개, 신상털기인 것이다.

대중의 신경을 거스른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의 신상을 알려달라는 댓글들이 빗발친다. 누군가가 여기저기 있는 정보들을 조합해 게시한다. 즉시 그 사람에 대한 대중들의 정밀폭격이 개시된다. 이것이 지금까지 여러 ‘사태’들에서 나타났던 흐름이었다. 이번 신상공개는 그런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취재에 대한 대응이 담당자 신상공개라는 것도 황당하다. 누군가가 취재를 한다면 증거 자료를 보강하고 논리를 정교화하는 작업으로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취재자에 대한 신상공개, 그로 인한 대중적 압력으로 대응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흔히 권력자의 비리를 캘 때 권력자들이 보이는 태도가 있다. ‘너 어디의 누구야? 너를 가만 둘 줄 알아? 이상한 보도 나가면 알아서 해.’ 네티즌까지 이러면 안 된다.

취재 중이라면 보도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이번 사태의 문제는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도록 언론이 방치했다 데 있었다. 타블로 측과 타진요 측의 공방이 있었을 뿐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서 보도하려는 언론이 없었다. 그래서 싸움만 커졌던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싸움이 커지자 양측의 동정과 주장을 단순전달하기만 하는, 스포츠 중계식 보도로 기사 장사나 했다.

이러던 차에 MBC라는 공신력 있는 언론에서 이 사태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려는 노력을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러므로 의혹을 제기했던 측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것이 맞다.(나는 개인적으로 MBC가 취재를 개시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 속이 시원했다.)

그런데 환영은커녕, 보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도 못하고 신공공개라니. 이 무슨 추태인가. 사실 확인에 있어 타블로 측 타진요 측에 네 편 내 편이 있을 수 없다.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한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로지 사실만 있을 뿐이다. 사실이 제대로 드러났는가는 보도내용을 보고만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신상공개에선 보도내용을 타진요에게 유리한 편으로 견인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고, 사실이 드러나기도 전부터 공격부터 개시한 모양새이기 때문에 황당하기만 하다.

최근에 의혹이 제기되기만 하면, 곧바로 그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고 극단적인 폭언을 퍼부으며 공격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 합리성이 사라져버렸다. 우리 사회가 점점 무서워진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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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8/29 [03: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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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하재근 2010/09/04 [15:05] 수정 | 삭제
  • 신상털기라는 표현도 문제지만 사건의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는 글이기에 더욱 문제 있는 글이다.

    MBC의 PD 수첩 출신의 PD 라면 이미 준공인의 위치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신상이 무슨 극비에 부쳐진 것도 아니고 말그대로 웹상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정보일 뿐이다. 이것을 또다른 웹상의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는 것을 문제시 하려면 애당초 그런 정보가 떠돌아 다닌 것을 방치한 MBC의 보안 의식을 묻고 싶다. 기사가 강조하는 언론으로서의 '프로페셔널' 한 위치와 그 위치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다면 이런 보안 상태야 말로 지탄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PD는 불과 하루 전에 타진요 운영자에게 미국에 동행할 수 있냐는 걸 물어왔다. 한 마디로 함께 가려고한 의지가 없다는 거다. 그리고 애당초 타블로가 미국에 동행한다는 사실도 숨겼다. 이러한 정황을 밝히지 않고 마치 왓비컴스가 암살을 이유로 자신을 숨긴 것처럼 호도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매도다.

    그리고 암살이라는 표현도 평소에 관심없던 하재근 같은 기자가 기사를 급조하려니 황당하게 느껴지겠지만 타진요 운영자는 실제로 수년 간에 걸쳐 쪽지를 통해 암살의 위협이나 입에 담을 수 없는 공격을 받고 있는데 충분히 그런 우려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네티즌과 권력자를 마치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있는 것처럼 또다른 호도를 하고 있는데 권력자는 어떤 마음에 안 드는 자를 밝혀내면 그를 자신의 입맛대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비공식적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네티즌이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런 인물에게 항의성 이메일과 전화를 거는 것이다. 대동소이하게 볼 수 없는 엄연한 차이가 있음에도 마치 네티즌을 권력자로 승격시켜주는 듯한 이런 글의 의도를 알 수 없다. 게다가 상대는 한국의 공중파를 쥐고 있는 '권력자' 아닌가. 타블로의 문제가 3년을 넘게 끄는 이유도 바로 네티즌의 한계를 방증하고 있는 것 아닌가?
    공중파가 3년을 다루었다면 진작에 끝났을 일 아닌가?

    하재근은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공익을 지키는 것은 이미 떠돌고 있는 언론인의 신상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공익을 지키는 것은 타블로와 함께 수많은 기득권이 이용했을 '브로커'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발생한 위조서류와 병역기피와 학력위조와 이중국적 그리고 이로 인해 야기된 사회 질서의 교란을 바로 잡는 것이 공익을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