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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예술가, 존재 자체가 예술인 시대
[책동네] 안또니오 네그리의 『예술과 다중』, 예술에 대한 지평 넓혀
 
박필현

우리 시대에 예술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안또니오 네그리의 『예술과 다중』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시’적인 대답이다. 난해하고 딱딱하기만 한 이론서가 아니라 오래된 친구와의 속 깊은 대화처럼 느껴지는 이 책은, 그 자체가 이미 “존재를 감각화하는 표현과 창조의 행동”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 9개의 서신 형식을 빌어 우리시대 예술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내린 안또니오 네그리의 <예술과 대중>     © 갈무리, 2010
이 책의 저자 안또니오 네그리는 흔히 세계적인 정치철학자인 동시에 투사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제국』을 통해 오늘날의 정치․경제 분석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데 이어 『다중』, 『공통체』 등을 통해 변화한 시대의 새로운 주체성으로 ‘다중’이라는 개념을 정초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열망 곧 코뮤니즘을 위해 긴 망명 생활과 투옥 등을 감내하며 평생을 투쟁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냉철한 정치철학자이자 열정적인 투사이기도 한 네그리는 『예술과 다중』을 통해 이제 예술과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회적 노동 그리고 새로운 주체성은 어떻게 예술, 아름다움과 이어지는가.

 

네그리는 지안마르코, 카를로, 지오르지오, 라울 산체스, 마리 막들렌느 등 가상 혹은 실존의 인물들을 향해 총 아홉 편의 서신을 띄운다. 이 각각의 서신 속에서 그는 정감어린 그리고 분명한 어조로 추상, 포스트모던, 숭고, 아름다움 등 녹록치 않은 아홉 개의 테마들을 풀어내고 있다. 추상을 버리고 플라톤 식 진리로 돌아가기를 권하는 지안마르코, 근대성 앞에서 결국 존재를 공허로 결론짓는 지오르지오 등을 향해 네그리는 우리는 모두가 예술가이며, 우리들의 존재 자체가 예술일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네그리는 197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전 지구로 확산되어 우리의 삶 전체가 포획되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자율성을 내세우는 예술 역시도 예외가 아니다. “삶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무대가 되어버린 시장, 그리고 공허한 주체들.” 그러나 네그리에게 “공허는 한계 따위가 아니라 하나의 통로”이다. 지안마르코의 고민이나, 근대성 앞에서 많은 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이해하면서도 그는 강고한 진리의 세계로 되돌아가거나 무력감과 공허에 빠져 있기를 거부한다. 그것은 “미래의 현기증”을 이기지 못하고 후퇴하는 것이거나 “길 한복판에서 걸음을 멈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정 시대의 예술 경향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현실 세계와 격리된 예술만의 자율성을 통해서 혹은 노동의 특질과 노동 주체성의 구성을 통해서. 네그리의 대답은 후자이다. 포스트모던 시대 생산의 특징이 지적이고 비물질적이고 정동적인 노동, 언어활동이나 관계를 생산하는 노동이라면 “비물질적인 것의 특이화”로서의 예술은 더 이상 노동과 다르지 않다. 그는 추상이 발명됨과 동시에 자연과 세계는 예술로 완전하게 대체되었다고 말한다. 현 시대를 분석하며 예술의 특유성이 아니라 예술과 자연, 예술과 세계의 중첩을 읽어내는 것이다.


네그리가 말하는 예술은 더 이상 현실 밖에서 “천사”가 만들어 낸 그 무엇이 아니다. 예술은 새로운 세계나 새로운 존재를 발명할 수 있는 특이성들을 생성하는 것이며, 세계와 존재를 발명할 수 있는 특이성을 지닌 예술은 곧 다중이다. 우리의 삶 전체가 자본에 포획되어 있다면 이에 대한 저항과 혁명은 각자 그리고 모두의 삶을 통해 매순간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네그리는 말한다. 우리 모두가 천사이며 삶이 곧 예술이라고, 예술은 다중의 모든 실천 속에 존재하며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적으로 우리의 소관이라고.

 

아홉 편 서신에서 불리는 이름은 모두 다르지만 이 모든 서신의 수신자는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일 것이다. 포스트모던에 염증을 느낀 적이 있다면 혹은 “공허의 막대한 양으로 우리를 무력하게 하는 근대성” 앞에서 불안과 공포를 느낀 적이 있다면 그런 우리가 곧 지안마르코이고 카를로이기 때문이다. 길을 되짚어 갈 것인가, 그만 멈추어 서고 말 것인가 머뭇거리는 우리를 향해 『예술과 다중』은 모두가 예술가이고, 존재가 그리고 삶이 곧 예술인 “놀랍고 새로운 모험의 여정”을 함께 하자고 “꾀고 있”다. 이 꼬임에 넘어갈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독자의 자유겠지만 적어도 이 꼬임이 예술과 삶의 견고한 분할에 대해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하겠다.

 

예술이 구성하는 권력(pouvoir constituant)이고 모든 실천 속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아름다움이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로 이루어진 상상력이라면 네그리의 예술론, 곧 모두를 향해 띄운 이 아홉 편의 서신은 이미 “아름다운” “예술”일 것이다.

 

* 글쓴이 박필현 님은 다중지성의 정원(daziwon.net)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10/08/24 [16:26]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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