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이란 자신을 메이크업한 잘 포장된 상품과 다를 게 없다. 국가원수는 국가원수다워야 하고 스승은 스승다워야 하며 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하듯 고위관료들 역시 공직자로서의 품격은 그 자신이 지켜나가야 할 품위로 연결된다. 공인은 자신이 맡은 직책에 대한 사명의식과 그 자리에 걸 맞는 품격이 일치될 때 공인으로서 빛이 난다. 언론의 사명은 사실보도에 입각한 정론직필이 소명의식이며 품격인데도 언론 탓인지 질 낮은 공인들 탓인지 무슨 일만 터지면 언론 때문이라는 궁색한 얼버무림은 삼복에 쉰 열무김치보다 더 우리들을 식상하게 만들 때가 있다.
금번 내각과 차관급 인사에 대해 경향각지가 소란스럽다. 특히 조현오 경찰청장의 말은 회자(膾炙)라는 천리마의 등에 업혀 단숨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조 내정자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다면 사실상 경찰공권력을 쥐락펴락하는 경찰의 야전사령관으로 그 힘은 조조의 백만대군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백만대군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의 영(令)이 군막 밖으로 새나가면 그 전쟁은 이미 패배한 것이며 수장으로서의 자격 또한 함량미달로 봐야한다. 또한 경찰야전사령관의 말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 하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어야지 서거한 전직대통령을 폄훼하고, 작전 중 전사한 호국영령들과 애통망극한 그 가족친지들의 슬픔까지 개그로 몰고, 인권유린에 가까운 타국의 경찰공권력을 추종하는 듯한 사대주의 발언은 일국의 경찰총수가 되기에는 2%가 아니라 20%쯤 부족해 보인다. 의학적으로 20%가 부족한 사람들은 뇌성장애자로 분류돼 정상적인 사람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물며 공인으로서의 품격이 20%가 부족하다면 대한민국의 경찰 역시 20% 부족한 경찰로 단숨에 그 질이 덩달아 추락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한편으론 그가 부럽다. 연일 언론과 여론의 집중포화에도 불구하고 품위와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이 사람 조현오가 아니라 밀납인형이나 철면피 같아서 말이다. 그가 피가 흐르는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강호에서 그를 향해 날아드는 그 수많은 돌팔매나 야유에 시퍼런 독(毒)이 묻어있는 것인지 금세 알 텐데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인사라면 사람이 아니라 밀납인형이나 철면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6백만불’의 사나이나 ‘로보캅’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국가의 공권력은 인조인간이 아니라 가슴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들 눈에 비쳐진 조현오의 냉소적(冷笑的)이미지를 지켜보면 유태인 학살에 앞장선 게슈타포처럼 보인다는 주변여론이 왜 더 설득력 있게 들릴까?
개국(開國)을 통해 태평성대를 정착시킨 위정자들 곁에는 그 주인의 체통을 능멸시키거나 국정을 농단하는 측근들은 드물었다. 비록 자신의 지혜가 하늘과 땅 밑을 꿰뚫어보는 천리안을 지녔더라도 그 입이 천박해 뱉는 말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동물과 같다면 상전과 국정을 보좌하는데 적임자는 아닐 것이다.
이미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도 그 스스로가 무뇌아나 다름없는 동물임을 피력한 바 있다. 부처 눈에는 모든 사물이 부처로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로만 보인다는 조선조 이태조와 무학대사의 한담처럼 조 내정자가 천안함 전몰가족들의 울부짖는 통곡소리를 동물에 비교했다면 그 스스로도 진품 동물이라는 것을 보여준 가장 신뢰할 만한 진실고백이나 다름없지 않나?
청문회라니? 국회에서 공인을 검증하는 청문회란 사람검증이지 동물검증은 아닐 테고 조현오 내정자는 수의사나 동물치료센터로 보내야 맞는 게 아닌가? 조현오라는 동물을 청문해서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국회가 참 할 일도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조현오라는 동물의 입에서 나올 변명이 어떤 건지 개봉박두의 밀리언 드라마의 첫 회를 기다리는 것처럼 긴장된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앞으로 임명장과 함께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명패를 아예 여러 개 제작해 새로 임명되는 각료나 고위공직자들의 목에 걸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곁들이면서.
* 칼럼니스트.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경남민언련)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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