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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떼둔지에서 본 춘천댐 호수의 절경
강원 춘천시 사북면 일남리 운치 그리워
 
김철관   기사입력  2010/07/21 [15:46]
▲ 호수와 어우러진 뭉게구름     ©
낚시와 수영, 바나나보트와 조각보트를 이용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잔잔한 호수, 주변 첩첩산중 위에 떠 있는 하얀 뭉게구름, 태양이 지면서 그려낸 아름다운 노을 등은 무인도 섬에 하루를 지내면서 마음속이 깊이 각인된 광경들이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1박 2일의 일정으로 강원도 춘천의 한 외딴 섬으로 직장 동료들과 수련회를 갔다. 그 곳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 바로 춘천시 사북면 일남리였다. 같은 면에 있는 고탄리에서 배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이 섬은 춘천댐이 건설되기 이전 만해도 30여 가구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과거 댐 건설로 이주해 이제 주민들은 온데간데없고, 여가용 방갈로만 존재하는 곳이 무인도 일남리이다. 춘천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있었지만, 춘천댐이 건설된 이후 다리는 호수 속에 잠겨 버렸다.

▲ 수상방갈로     ©
▲ 운치     ©
19일 오후 2시경 사북면 고탄리에 도착했다. 라면, 과자, 수영도구 등의 물건을 파는 ‘큰물 건너 산골’ 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이 가게 주인인 김재복(58)씨가 고탄리에서 배를 직접 몰고 일행을 섬으로 안내를 했다. 물론 섬의 주인이면서 이곳 고탄리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김씨가 직접 운전한 모터보트를 타고 일남리 섬으로 향했다. 잔잔한 호수를 가운데 두고 옆으로 펼쳐진 녹음이 우거진 산, 그 위의 푸른 하늘에서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가는 광경이 퍽 인상적이었다. 이 장면을 놓칠 수 없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정말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올해 들어 오랜만에 본 절경이었다. 문뜩 도연명의 무릉도원이 생각났다. 물론 일남리 선착장에 도착해, 앞에 펼쳐진 모습도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도착한 곳은 일남리의 ‘떼뚠지’라고 불리고 있었다. 떼뚠지 방갈로의 주인 김재복 씨는 11년째, 이곳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 하고 있었다. 두 아들을 둔 그는 생계를 위해 할 수 없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이 편안하다고도 했다.

▲ 요리     ©
▲ 삼계탕     ©
도착한 곳은 30여 만평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이날 피서객이 아무도 없는 유일하게 우리 일행 9명만이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1박 2일을 보내야 했다.

음식을 준비해오지 않으면 굶어죽기 십상인 곳이었다. 사먹을 수가 없는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아파도 약을 살 곳이 없었다. 이런 정보를 미리 다 파악하고 왔기 때문에 동료들이 라면, 쌀, 김치, 고기, 야채 등의 음식을 준비해 올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일행들은 점심밥을 먹지 않은 탓에 모두가 허기진듯했다.

떼뚠지에 도착하자마자 일치단결해 화로에 숯을 피워 고기를 구웠고 마늘, 고추, 야채 등을 씻었다. 미리 준비해 온 쌀밥과 더불어 먹은 고기 야채 쌈은 정말 꿀맛이었다. 푸르른 산을 등진 방갈로 주변은 온통 밤나무, 칡넝쿨, 복숭아나무, 야생 꽃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선착장과 이어진 수상방갈로 주변에서 수상조끼를 입고 바나나보트와 조각배를 타고 물놀이를 하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를 연상케 했다. 방갈로 뒷산에는 장뇌삼, 더덕, 도라지 등이 많다고 주인이 일찍이 귀띔했다. 실제 일부 동료들이 산에 올라가 장뇌삼 한 뿌리를 캐와 나눠 먹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 기암괴석     ©
▲ 노을     ©

호수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은 내 마음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함께간 후배와 조각배에 몸을 싣고 노를 저으며 호수 중심으로 향할 때는 내 마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 왠지 몸이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내친김에 궁금했던 강 건너편에 펼쳐진 기암괴석을 보기위해 그곳을 향했다. 후배는 열심히 노를 저었고 물과 맞닿는 기암괴석 구석구석을 열심히 카메라 프레임에 담았다.

이 시각 서쪽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천천히 노을를 맞이하고 있었다. 지평선이 그어진 호수 위 파란 하늘에 펼쳐진 뭉게구름, 첩첩 산이 어우러진 석양은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장관을 뽐냈다. 특히 수상방갈로 선착장에서 고기를 잡기 위해 투망을 열심히 던지는 후배에게서 아쉬움과 동시에 즐기는 여유로움을 발견하기도 했다.
▲ 투망을 치는 동료     ©
▲ 호반에서 더위를 식히는 동료들     ©

삼계탕을 끓여 저녁을 해결하고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산책을 했다. 멀리 강 건너 도로에서 빨리 스쳐 지나가는 승용차의 서치라이트가 강을 감시하는 서치라이트처럼 보였다. 호롱불 같은 희미한 불빛을 밝히면서 호수에서 밤낚시를 즐기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낭만적으로 다가왔다. 산책을 끝내고 의자에 앉았다. 잠시 자연과 맑은 공기를 벗 삼아 심호흡, 뇌호흡, 단전호흡 등 명상을 했다. 무념무상을 통해 직장, 가정, 친구 등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쌓였던 스트레스를 말끔히 지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잘되지 않았다. 고의성은 없었으나 동료들이 주변을 왔다갔다하면서 일정부분 방해를 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방갈로에는 샤워실, 노래방, 침실, 소파 등 제법 잘 갖추고 있는 편이었다. 물론 깔끔한 편은 아니었지만 시골치고는 아주 괜찮은 방갈로였다. 저녁 토론을 끝내고 잠시 자연을 벗 삼아 마시는 막걸리, 더불어 부르는 18번지는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여흥 자리가 끝나고 수상 방갈로로 옮겨 이곳에 준비된 야외 침대에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웠다.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특히 풀벌레 소리와 호수 안에서 파닥거리는 물고기 소리가 제법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 야생화     ©
이날 32도를 넘나든 열대아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호수 위에서의 수면은 시원함 그 자체였다. 특히 방충망과 향을 피우지 않았도 모기가 없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튿날 아침밥을 후배가 끓여준 김치 북엇국으로 해장을 했다. 동료들은 짬을 내 또다시 바나나보트와 조각배, 수영 등으로 더위를 식혔다. 그 광경만 봐도 저절로 몸이 쿨 해졌다. 물놀이가 끝나고 사용했던 방갈로와 주변을 깨끗이 치웠다.

어제 오후 우리를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갔던 주인 아저씨가 모터보트를 몰고 왔다. 우리를 다시 싣고 육지로 나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모터보트에 몸을 싣고 어제 왔던 고탄리 선착장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주변 장관들을 재차 살폈다. 정말 꿈속에 그렸던 그런 풍경들이 수를 놓았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무인도의 여정이 천천히 끝나가고 있었다. 고탄리에서 승용차를 타고 춘천 명물 닭갈비 식당에 들려 닭갈비와 막국수로 배를 채웠다. 이후 춘천댐과 의암댐, 소양강과 북한강을 뒤로 하고 서울을 향했다. 승용차 안에서 1박 2일간 여정의 부듯함이 계속 머릿속을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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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7/21 [15:4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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