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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원, 심사기준 미비 도서 선정 취소, 의혹은 여전
[초점] 학술원 사업 사상 초유의 일 발생, 밀어주기 관행은 개선안돼
 
이영일

대한민국 학술원의 『기초학문육성 우수학술도서 선정지원사업』의 심사과정과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공익제보에 대해 학술원측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이를 묵살해 오다 인터넷을 통해 이 내용이 알려지고 감사원이 조사를 지시하자 해당 도서가 심사기준에 부합하지 않음이 확인됐다며 이를 선정 대상에서 취소하는 학술원 사업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사실로 확인된 공익 제보를 초기 단계에서 학술원측이 묵살하고, 민원을 접수한 교육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모두 변변한 조사도 없이 출판사측 입장을 대변하는가 하면, 감사원이 학술원의 심사과정과 결과에 의혹이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선 이를 의혹 당사자인 학술원측에 조사하라고 이관하는 등 정부 민원처리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 심각한 수준임도 드러났다.

문제의 발단은 학술원이 2002년부터 매년 기초학술도서 및 동서양 고전 우수 국역서를 선발해 대학과 연구소등에 보급해 오고 있는 선정사업과 관련, 김모씨(가명)가 학술원이 6월 1일 발표한 478종 512권의 2010년도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중 1종이 '2009년도에 국내에서 초판 간행된 도서'라는 선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도서임을 우연히 확인하고 학술원에 이의 시정과 함께,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을 요구하면서 시작된다.

김모씨의 주장은 2009년도판『○○○(professional edition)』이 2004년도에 이미 발간된 도서인데다가 그 내용이 거의 동일해 개정판이나 증보판으로 봐야 하며 따라서 선정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도서인데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술원 담당 주무관은 김모씨에게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과 협의해 보았으나 선정 결과를 번복할 정도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통보한다. 김모씨는 이에 학술원을 직속기관으로 두고 있는 교육부 홈페이지 '장관과의 대화'를 통해 학술원 지원사업 결과에 잘못된 점이 있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 국민신문고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민원을 올린다.

그러나 교육부측은 6월 15일 3시 48분에 학술진흥과 신모 사무관 이름으로 문제가 제기된 도서의 등록(ISBN)이 초판으로 되어 있고 2004년도에 발간된 도서는 학생용, 2009년도에 출판된 도서는 교수용이며 새로운 내용이 90여페이지 추가되었으므로 새로운 저작물로 판단되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메일을 김모씨에게 송부한다. 그리고 1시간 37분후인 5시 25분에는 국민신문고의 답변이 김모씨에게 도착하는데, 그 답변 역시 교육과학기술부 학술진흥과 신모 사무관이 보낸 것으로 내용 역시 똑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장관은 그 민원을 보지도 않은 것이었고 국민신문고측은 의혹이 제기된 학술원과 관련 있는 교육부에  민원을 이첩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됐다.

 

김모씨는 학술원 상급기관인 교육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 모두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신빙성있는 제보를 조사해 보지도 않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관하는 것에 정부 민원처리가 '제식구 감싸기'로 진행되고 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제보를 접수한 필자는 우선 학술원 담당 주무관과 통화를 통해 김모씨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이상없다'라고 결론 내린 심사위원들의 명단 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담당 주무관은 "김모씨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그래서 문제 제기처럼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이를 미처 걸러내지 못한 것이라면 다른 타분야의 선정 도서중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 않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학술원측은 "학술원의 지원사업에 의혹이나 착오는 있을 수 없다"며 김모씨의 문제 제기를 계속 묵살한다. 

이에 필자는 2004년도판 『○○○』와 2009년도판『○○○(professional edition)』를 확보해 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2009년도판이 저자가 4명에서 22명으로 확대되었다고 하나 2004년도판과 토시하나 틀리지 않는 부분이 상당수라 이를 오히려 개정판이나 증보판으로 볼 수 있을지마저 의문이 갈 정도였다. 게다가 학술원과 교육부, 국민신문고 모두 앵무새처럼 동일하게 표방했던 "2009년도판 ○○○(professional edition)는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용이라 초판으로 보았다"는 심사 결과와는 달리, 해당 도서의 대표 저자 3인의 머리말에서 해당 도서가 전문가는 물론 학생이나 화장품에 관심있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구성하였다고 밝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술원과 교육부 모두 이런 간단한 기초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러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학술원측은 이를 조사하기는 커녕 김모씨에게 '원하는 것이 뭐냐, 만나자'며 계속 김모씨의 문제 제기를 종결하려 했고, 김모씨는 감사원에 조사 요구 민원을, 필자도 더 이상 학술원측의 대응을 신뢰할 수 없어 이 문제를 인터넷을 통해 고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감사원은 학술원측의 사업 심사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김모씨의 민원을 받고선 이를 학술원 사무국이 조사할 사항이라며 민원 내용을 학술원측에 인계한다.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에게 스스로 조사를 하라는 엉뚱한 민원 처리다.

감사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는 커녕, 스스로 조사하라고 권한을 위임받은 학술원은 7월 12일자 학술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이미 지난 6월 1일 발표한 우수학술도서 선정 목록을 아무 사유도 없이 다시 개제하면서 문제가 된 도서를 슬그머니 선정 도서에서 삭제한다. 그러면서 6월 1일에 이미 홈페이지에 올린 우수학술도서 목록 공지사항을 수정해 여기에 ‘메디칼스킨케어(professional edition)와 운동과 에너지대사 2판, 패턴인식개론이 2009년도 초판도서가 아닌것으로 확인되어 취소 대상임’을 짤막하게 공지하고 이후 7월 16일 학술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공식적으로 취소 공고를 발표한다. 김모씨의 문제 제기가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김모씨가 한달이 넘게 수차례에 걸쳐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던 학술원은 감사원으로부터 민원 이관을 받은 후 며칠만에 해당 도서를 우수학술도서에서 취소한다. 그러나 이상한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취소만 하면 그만? 학술원측은 왜 공무집행방해를 문제 삼지 않을까?       

김모씨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학술원과 교육부 모두 해당 도서가 새로운 저작물로 판단된다며 우수학술도서 선정에 문제가 없다고 일관해 왔다. 또한 이 결과는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게 심사한 결과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 내용은 필자가 통화한 해당 출판사 관계자의 입장과 동일했다. 그렇다면 해당 출판사는 정말 자신들이 출판한 도서가 초판이라고 생각했을까? 출판사측이 우수학술도서에서 취소된 이 도서가 초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이 사업에 지원했다면 고의로 국가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를 위반한 것이며, 해당 도서가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되었다 취소되면서 발생한 공무의 차질에 대해서는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다. 학술원은 왜 이 출판사에 대해 아무런 법적 절차를 묻지 않는 것일까?


학술원은 왜 해당 도서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한달 넘게 이상이 없다고 일관했나? 

김모씨가 해당 도서의 초판 여부가 의문시된다며 구체적인 비교 책자까지 제시했지만 학술원과 심사위원단은 초판으로 보아도 문제가 없다며 일관했다. 그렇다면 왜 학술원은 왜 이렇게 뻔한 증거 자료를 놓고 문제가 없다고 일관한 것일까? 혹시 다른 분야의 도서와 지난 몇 년동안 선정 결과에 이런 동일한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문제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은 아닌가? 문제 제기된 해당 도서가 김모씨의 주장대로 심사기준과 맞지 않음이 밝혀져 취소 확정된 이상, 공익 제보를 초기 단계에서 묵살한 학술원 담당자는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며, 해당 심사위원단을 공개하고 위원단을 교체해야 하며, 교육부는 불공정한 공무 행위에 대한 민원을 기초 조사없이 학술원측 입장만 대변해 동일한 민원을 지속하게끔 방치하고 정당한 공익 제보를 제한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는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민원 처리, 이대로 좋은가?             

김모씨가 처음 학술원에 해당 도서의 선정 결과가 문제된다며 그 증거를 제시했지만 학술원은 심사위원단에게 그 책임을 넘기며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일관했다. 이에 감독기관인 교육부에 이를 민원 제기했으나 교육부도 변변히 조사도 않은채 학술원측 입장만 반복하며 공익제보자의 민원을 사실상 묵살했다. 국민신문고에 하소연했지만 이의 답변은 다시 김모씨의 민원을 묵살한 교육부의 동일한 사무관이 다시 문제가 없다며 회신했다. 김모씨가 감사원에 이를 조사해 달라고 했지만 감사원은 다시 이를 학술원에서 조사하라고 이관한다. 이런 민원 처리가 정상적인 정부의 민원 처리일까?     

다른 분야의 선정 도서, 지난 몇 년간 우수학술도서 선정 과정에 이같은 문제는 정말 없는가? 

김모씨는 단순히 이 한권의 해당 도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강조한다. 문제의 핵심이 단순히 해당 도서 1종이 아니라 이런 잘못된 결과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마치 희생양처럼 해당 도서만 취소되고 흐지부지 이 일이 종결되려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의 선정 도서와 지난 몇 년간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도서중 이같이 적절하지 못한 도서가 부당하게 지원받아 왔을지 모른다는 지적은 이번 결과로 설득력을 확보했다. 만일 지난 몇 년동안 이런 일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면 이는 대단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익 제보 진행과정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정부의 민원 처리가 이렇게 허술하고 무사안일하게 돌아가는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어이가 없음을 느낀다. 만일 이같은 심사결과의 문제가 타 학술분야와 지난 몇년간의 결과에서 확인된다면, 이는 분명히 투명하지 못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며 대한민국 출판계와 학술원의 명예에 금이 가는 일이 된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을 그대로 놔둔다면 대한민국 출판계와 학술원의 명예는 아예 땅바닥에 버려지는 일이라는 걸 학술원측은 알아야 할 것이다.






경희대NGO대학원에서 NGO정책관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과 문화일보 대학생기자, 동아일보e포터 활동을 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중앙일보 사이버칼럼니스트,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참여정부 시절 서울북부지방법원 국선변호감독위원, 대통령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국무총리실 삼청교육피해자보상심의위원등 다양한 민간위원을 역임했다. 2015년 3월, 사회비평칼럼집 "NGO시선"을 출간했고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평론가로 글을 써오고 있다.
 
기사입력: 2010/07/18 [09:1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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