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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옹색한 '친노 직무유기' 합리화
'세계화 한계' 인식하고도 정치하지 않은 노무현은 '보수 정치인'일뿐
 
구르는돌   기사입력  2010/06/17 [15:52]
안희정의 오마이 인터뷰를 보고
 
오마이뉴스에 실린 충남지사 당선자 안희정 씨의 인터뷰를 읽었다.(인터뷰 기사 전문) 그 중 나의 눈길을 끈 대목이 있었다.    

 
- 안 당선자는 참여정부평가포럼을 만들고 상임집행위원장 활동을 하면서 평가 작업들을 많이 했지요. 참여정부를 되돌아봤을 때 잘한 점 하나, 아쉬운 점 하나를 뽑는다면 뭐가 있을까요. 

(잘한 점 블라블라~~) 

-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요? 

"글쎄요. 세상의 어떤 현자나 위대한 스승이라도 시대적 조건에 제약을 받습니다. 아무리 솜씨 좋은 우리 어머니라도 냉장고에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못합니다. 대한민국 냉장고에 중국요리 재료가 없는데 중국요리가 먹고 싶다며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은 실력 없는 요리사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에 있었던 정태인 박사가 청와대가 모피아에 둘러싸여있었고 비판하는데 그 안타까움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적 지배 블록이 확립되지 않았던 조건을 이해해야합니다. 시대적 한계를 김대중-노무현의 한계라고 해서는 안됩니다. 

세계화 흐름에 대해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배경은 전세계를 넘나드는데 일국 단위에서 복지·노동·교육 정책을 끌고 나가는 게 쉽지 않습니다. 노 전 대통령도 말했지만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실질적 돌파구를 못찾아 드렸지요. 사회적 양극화와 관련해서 무수한 과제들이 있습니다. 실업과 고용불안, 중소자영업자와 현대적 유통채널과의 갈등, 비정규직과 정규직 갈등 등 많은 대립이 있는데 이 문제는 현대 민주주의가 풀어야할 가장 큰 병입니다. 전 세계 모든 지도자들이 마치 외과 의사들이 암을 정복해야하는 것처럼 이 문제들 앞에 서있는 것이죠."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이 워낙 자주하는 소리라서 대충 넘어갈까 하다가도 약간 뒤가 찝찝해서 몇번씩 쳐다보다가, 네이버에서 '안희정'이라고 쳐서 그의 이력을 뒤져봤다.  

그가 정권이 바뀐 이후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라는 것을 차려 소장을 맡고 있다길래, 이곳의 홈페이지도 뒤져봤다. 거기에 <쟁점자료>란을 보니 쌍용차 사태에 관한 쟁점들을 정리해 놓고, 맨 밑에 참여정부 책임론에 대한 반론을 달아놓았는데 내용이 이러하다. 

- 쌍용차 해외매각은 전 정부탓, 참여정부의 책임 부각시키려는 현 정부의 입장
- 사태가 확대되는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경찰을 통해 강경진압만 하고 있는 현 정부 책임
  

                            *              *              * 

이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한계 또는 구조적 제약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노무현이 '세계화'라는 시대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말하는 안희정의 말에 동의한다. 그것은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철회시킬 수 있는 수준의 간단한 정책이 아니니, 세계화로 인한 부정적 효과 자체가 노무현의 한계라고 누군가 말할 때 느꼈을 법한 안희정의 억울함(?)도 얼마간 이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노무현이 구조적 한계의 존재를 이유로 이를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좀 다르게 얘기해볼 여지가 생기는게 아닐까?  

시대적 한계를 '숙명'으로 받아들인 노무현

(사회)구조적 한계는 '지구는 둥글다'처럼 자연적인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진리'가 아니라, 숱한 정치적 역동성 속에서 균열이 가기도 하고 언젠가 결국 깨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계는 받아들이기 이전에 (스피노자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인식'한다면 구조 자체가 가진 모순도 보이고, 그 모순과 싸우는 것이 바로 (노무현이 죽기 전에 화두로 삼았다던) '진보'의 핵심이다.

설령 그 싸움에서 패배했더라도 언젠가 뒤이어 싸움을 이어갈 세대를 위해 자신이 싸움 속에서 저질렀던 실수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안희정의 인터뷰와 그의 연구소 홈페이지에 실린 '반론'을 보면, 이런 냉정함과 평정심이 좀 부족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최소한 친노세력이 말하는 것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군이래 가장 훌륭한 지도자"라는 말이 일말의 진실이라도 담고 있는 명제라면, 그가 자신이 맞닥뜨린 한계와의 싸움에 대해 (설령 결국 패배했더라도)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솜씨 좋은 우리 어머니라도 냉장고에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못 한다"는 식으로 자신의 지도자에게 변명거리나 제공하려는 모습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옹색해 보인다. 진짜 좋은 어머니라면 냉장고에 재료가 없으면 시장 가서 사오실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텅 빈 냉장고를 앞에 두고 "어쩔 수 없네"라고 말하지 않고 시장으로 달려간 정치지도자가 우리 역사에도 엄연히 존재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순과 싸운 '광해군과 조봉암'의 진보정치 

멀리 보자면, 소중화(小中華)의 나라 조선에는 '명나라 숭배'가 아니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찍히는 엄청난 이데올로기적 한계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명-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통해 고리타분한 성리학적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해 한계를 넘어서려 했던 '광해군'이 있었다. 

너무 골백년 전 얘기라 현실감이 떨어진다면, 이승만의 우익의 나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월북을 하거나 아니면 우익 깡패들의 손에 개죽음을 당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50년대 한국의 상황을 보자. 이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미-소간 냉전이라는 전세계적 한계에 종속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 남한만의 단정 수립에 반대하는 좌우익의 모든 세력들이 미군정-이승만 치하에서 완전히 청소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평화통일 노선을 주창한 '조봉암'의 존재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물론 그는 이승만의 간첩사건 조작으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었지만, 전쟁과 이를 통해 세워진 자본주의의 한계에 맞서 다른 가능성을 추구했던 정치인 조봉암이 있었기에 우리는 적어도 토지개혁이 이룩된 '근대적'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광해군과 조봉암의 시대에 그들이 마주했던 한계를 대체할 무언가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 한계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래서 그것을 대체할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싸웠다. 나는 그것이 다름 아닌 '진보' 정치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한계 그 자체에 머물거나 한계를 대체할 무언가에 반대한다면, 그것이 바로 '보수' 정치다. 

대안 없는 야당, 그 자체가 '시대적 한계' 

지금 우리 시대가 마주한 한계는 "세계화를 받아들여라, 그렇지 않으면 루저가 될지니.."라는 주문같은 말로 요약될 것이다.  정확히 판단하기 애매한 문제이지만, 나는 노무현이 이 한계를 100%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그는 얼마간은 숙명론을 넘어서 한계를 '인식'하는데 도달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이 한계에 맞서 '정치'를 행하지 않았다. 인식했음에도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정치지도자로서 직무유기다. 또한 이것이 바로 안타깝지만 그를 '보수 정치인'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나마 노무현은 부엉이 바위에 오르기 직전까지 자신의 직무유기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문제는 안희정을 비롯해 그를 따르겠다는 사람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포장하고 합리화한다는 사실이다. 쌍용차 사태에 대한 참여정부 비판을 방어하기에 앞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죽음의 문턱을 오르내리는 상황이 오기까지 자신들은 무엇을 했는지 냉정하게 반성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안희정이 소장으로 있다는 '더 좋은 민주주의 연구소'의 <Change Up! 시장권력>란에는 아직 아무런 자료도 올라와 있지 않다. 

소위 민주정부가 집권한 기간이 10년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후예들이 제1야당을 맡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자신들 입으로 세계화라는 한계를 대체할 블록이 형성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들 자체가 시대적 한계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필자의 블로그는 http://blog.jinbo.net/rollingston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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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6/17 [15: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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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라 2010/06/18 [15:34] 수정 | 삭제
  • "아무리 솜씨 좋은 우리 어머니라도 냉장고에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못합니다. 대한민국 냉장고에 중국요리 재료가 없는데 중국요리가 먹고 싶다며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은 실력 없는 요리사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안희정!
    탄핵쓰나미 덕에 얻은 국회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도
    4대악법 하나 처리하지 못한 것은 어떻게 변명할래?

    위선자 노무현 정신(?)을 승계한다는 버러지만도 못한
    노빠 양아치들은 어찌 한결같이 남탓을 잘하는 생각이
    그렇게 똑 같은지 정말 가증스럽고 역겹다.

    "잘한 것은 다 지놈들이 잘해서 그런 것이고
    못된(한?) 것은 다~ 남 탓이다? "

    에라이. 똥구멍으로 호박씨 까는 위선자야!
  • 독자 2010/06/18 [12:05] 수정 | 삭제
  • "아무리 솜씨 좋은 우리 어머니라도 냉장고에 재료가 없으면 요리를 못합니다. 대한민국 냉장고에 중국요리 재료가 없는데 중국요리가 먹고 싶다며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은 실력 없는 요리사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 연간 200조 가까운 국가예산과 수십만의 공무원들은 허깨비라서 재료가 없다고 환경 탓을 하는가? 인간들 하고는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