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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누구를 위한 충성, 명예, 헌신인가?
 
예외석   기사입력  2010/06/05 [09:13]
기무사(국군기무사령부)는 국방부 직할부대로서 실제 군 내부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쉽게 말하자면 군대안의 기밀사항이나 보안사항을 관리, 조사하는 검찰 조직과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 요즘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사이버 전문가를 양성해 IT강국에 걸맞은 안보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첨단 산업기밀 보호 및 스마트폰 해킹과 관련한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

군과 각계 정보보호 전문가들이 추진하는 다양한 대응전략은 군의 정보보호 및 국가 핵심 산업 비밀보호에 반영돼 급변하는 사이버 안보환경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필자가 칭찬하고 격려해주고 싶은 기무사의 긍정적인 측면은 여기까지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기무사의 과잉충성이 문제다.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불철주야 음지에서 헌신적으로 고생하며 열심히 직무에 충실하던 성과가 한 순간의 실수로 공중분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기무사(전 보안사) 선배들이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자행해왔던 폭압적이고 음흉한 수사방식에서 많이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뿌리 깊은 잔재는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필자도 기업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강압적으로 배치된 업무) 민감한 내용까지 밝힐 수는 없지만 아직도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무사 요원들의 수사방식에 대해 한심함을 느껴 지면을 통해 한마디 해본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던 회사에 기무사 요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온 회사를 들쑤시며 조사를 하고 다녔다. 물론 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일부 실무자들이 지원을 하며 보조를 맞춰주었다. 적(?)의 사이버 테러에 회사의 방어막이 뚫렸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문제는 아국이 아닌 적국에서 사이버 테러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적국이란 북한을 두고 말한다. 적국에서 사이버 방어막을 뚫고 해킹을 시도해 장기적으로 많은 분량의 핵심기밀자료들을 탈취해갔다는 것이었다. 그 탈취해 간 자료들을 기무사 사이버 전문가들이 역 해킹을 통해 재 탈취를 했고 그 책임을 업무담당자들에게 묻고자 했다. 여기까지도 일반적인 내용이다.

수사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기무사 요원들의 행태는 여지없이 80~90년대 보안사 및 안기부의 방식들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냈다. 자료를 탈취당한 담당자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해킹을 당했기 때문에 기무사 요원들의 수사에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말려들고 있었다. 개인컴퓨터 관리를 잘못해서 많은 비밀이 탈취되었기 때문에 경위서를 작성하고 싸인을 해서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다음 절차는 인사상 불이익을 당해야만 한다.

필자가 인내의 한계를 느낀 것이 있다. 기무사에서는 장기간 해킹을 당해오던 과정을 뻔히 알면서도 방치해오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해킹이 과연 적이라고 말하는 북한의 소행인지 아니면 경각심 차원에서 ‘심장 마사지’를 해주기 위해 기무사에서 장난(?)을 친 것인지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기무사에서 정황만 제시했지 그것을 입증할만한 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고, 분위기를 이상하게 몰아가서 업무담당자들이 마치 큰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잔뜩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이다. ‘간첩’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기무사 요원들의 조사방식은 ‘간첩’을 잡는 대공요원들의 그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욱 생뚱맞은 것은 해킹을 당한 정황만 있지 장기간 ‘해킹툴’이 암약한 컴퓨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장기간 ‘해킹툴’이 암약한 컴퓨터의 소유자를 적발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기무사 요원들이 거짓으로 가상의 사이버전을 펼쳤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안달이 난 수사관들은 제3의 누군가를 잡아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고 말았다.

과거 또는 최근에 한번이라도 개인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었다가 치료한 적이 있는 주변의 사람들을 모두 불러 조사를 실시했지만 잡아낼 수가 없었다. 필자도 그 중 한사람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조사관들이 제시한 탈취 흔적이 있는 자료에는 본인의 것은 한 건도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그 다음으로 조사관들이 하는 말들이 걸작이었다.

“몇 달 전에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치료한 적이 있지요?”

“예, 있습니다. 즉시 치료해서 아무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사관들의 다음 이야기가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그게 0월 달이었으니까 그때 해킹툴이 뚫고 들어와서 당신의 컴퓨터가 경유지가 되어 많은 양의 자료들이 밖으로 유출되었습니다.”

“무슨 이야깁니까. 의심이 가는 대상자 명단에는 내 이름도 거론되지 않았고 실제 유출된 자료명에도 내 개인 자료들은 단 한 건도 없는데 무슨 해킹을 당했다는 겁니까?”

조사관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0월 달에 국방부 아무개라는 사람의 명으로 작성된 어떤 메일을 받은 적이 있지요?”

“직접 받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여기 조사받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이상한 메일이라고 신고가 들어온 적은 있습니다. 보니 별 의미 없는 내용이라서 돌려보내고 우리 팀 IT담당자에게 참고로 검토해보라고 전송한 적은 있습니다.”

조사관들은 먹이를 발견한 짐승처럼 눈빛이 반짝였다.

“그게 바로 해킹툴이었습니다. 여기 있는 두 사람과 함께 경위서를 쓰고 싸인을 해 주십시오.”

“무슨 소릴 합니까? 입증할만한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앞뒤도 맞지 않는 추론, 가설들을 사실인양 억지로 엮으려 하지 마십시오.”

조사관들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들은 누구나 한번 옆구리 쿡 질러서 어리바리한 사람에게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반박논리가 분명한 사람에게는 아니면 말고 하는 방식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는 짜맞추기 수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회의실 밖을 왔다 갔다 하며 욕을 좀 해댔다.

“뭐, 저런 XX들이 다 있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고 앞뒤 말도 안 맞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 바쁜 사람 오라 가라 불러놓고 뭐 아니면 말고? 에잇 XXX들!”

다시 말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음지에서 고생하면서 실컷 일 열심히 하고 욕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좀 민감한 내용이라서 깊이 있는 이야기는 하지 못하겠지만, 이번 천안함 침몰사고도 그렇다. 북한의 소행인지 아닌지는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모든 게 가설, 추론일 뿐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번에 인천시장으로 당선된 송영길 시장이 후보 시절 꼬집은 해상초계기 이야기가 새삼 다시 생각이 난다.

“잠수함도 못 잡는 비행기가 어떻게 잠수함 잡는 해상초계기냐? 제대로 대응도 못했으면서 부끄럽지도 않나? ”

실제로 모든 언론이나 학계, 정계, 국민들이 분석하기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한 원인 중에 하나가 천안함 침몰사고를 너무 선거 시기 전면에 계속 내세워 국민들을 짜증나게 한 것도 있다.

지난 2008년 6군단 소속 전모 하사 사건과 학생시절 운동경력과 민노당 가입, 탈당했던 전력, 국방부 불온서적(?) 독서 등의 이유로 강압수사 했던 특전사 김 중위 사건, 쌍용차 평택역 집회에서 참석자들에게 붙잡힌 기무사 요원 신모씨 사건 등 기무사의 위상이 실추된 사례가 계속 연이어 불거져 나오는 가운데 기무사 요원들의 과도한 언행들이 돌출된다면 바닥으로 떨어진 명예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충성, 명예, 헌신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기무사 요원들이 밤낮 없이 고생한 보람을 찾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두 번 다시 ‘권력의 시녀’라느니 ‘왜놈순사 앞잡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으려면 ‘음흉한 낚시질’은 이제 좀 그만두시라.

기업 전산방어망을 교묘히 뚫고 들어와 해킹을 자행하는 자들은 과연 누구일까? 적국이라고 표현하는 북한의 소행일까? ‘국방부 사이버 전사’들의 소행일까? 경쟁업체의 소행일까? 내부자의 소행일까? 그것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기무사 요원들이 지적한 그 문제의 ‘군내 제도복지개선을 위해 작성된 호소문’ 한글 파일에는 분명히 말하지만 군사보안이나 국가 비밀사항은 없었으며, 바이러스도 묻어있지 않았다. 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그 문건은 분명히 군인이 작성한 흔적이 역력했다. 다만, 별 생각 없이 삭제해버려서 밝힐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예외석(시인, 소설가)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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