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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제국주의는 정말 과거의 일일 뿐인가?
[책동네] 갈무리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미국적 제국주의 분석
 
김정연   기사입력  2010/04/23 [18:57]
“이 책은 오늘날 제국주의의 동학에 대한 것이다. (중략) 미국이라는 제국적 국가와 이 미국이 체제 전체에 대해 미국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형성하려는 노력에 대한 것이다.”

제국인가 제국주의인가? 빈곤, 전쟁, 폭력과 고통을 양산하는 탈근대의 국제질서는 어떻게 분석되어야 저항을 조직하려는 사람들에게 실천적으로 유효할 것인가? 20세기 후반을 주름잡았던 제국주의는 정말 과거의 일일 뿐인가?

▲ 오늘날의 국제 질서는 여전히 강대국(특히 미국)에 의해 좌우되는 제국주의라고 주장한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 갈무리 출판사, 2010
스스로를 “혁명가이자 반제국주의자”로 소개하는 제임스 페트라스를 비롯한 이 책의 네 명의 공동저자들은 “제국주의가 끝났다는 주장”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을 모두 겨냥하여, 오늘날의 국제 질서는 여전히 강대국(특히 미국)에 의해 좌우되는 제국주의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특히 21세기 초에 출간되어 인문학 서적으로 드물게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안또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Empire)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전개한다.

“다른 많은 똑같은 포스트모던 부류들처럼 하트와 네그리는 (다시 한 번) 우리 모두가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독자들을 설득하려 한다. (…) 하트와 네그리는 제국주의를 세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과 다시 분리시키고, 이 중요한 개념을 ‘탈脫역사’라는 인식론적 블랙홀에 처넣고 있다.”

“하트와 네그리는 권력 구성을 규정할 때 너무 미세한 추상 수위에 머무르다보니 체제 안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들인 국가와 계급을 덮어 버렸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이들의 개념화는 인식론적 영역에서 불편하게 맴돌고 있다.”

네그리와 하트는 『제국』에서 탈근대 시대에 국민국가의 역할이 지난 시대와 달리 축소되었다고 주장했다. 국민국가적 주권은 오늘날 서로 경합을 벌이고 제국주의 전쟁을 하기보다 전 지구적 제국의 주권의 일부로 편입되어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지이다. 제국주의론의 분석틀로는 연간 수천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부담하며 빚더미에 올라앉은 ‘강대국’ 미국의 현실과,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의 막대한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고통받고 있는 전 세계 다중들의 현실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천적인 결론에서 두 이론은 차이를 보인다.

제국주의론에서는 강대국 미국과 그에 영합한 여러 동맹국들에 의한 제3세계 국가/약소국에의 침략과 착취가 국제질서의 원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네그리와 하트는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의 다중을 향해 제국이 벌이는 전 지구적 내전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반제국주의 운동이나 민족해방투쟁보다는 지구 곳곳에서 투쟁하는 다중들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제국 질서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에 반해 반제국주의가 여전히 운동에 있어서 핵심적인 의제라는 『제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들의 주장은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이들은 무엇보다 지난 십년 동안 국제 정치 무대에서 국민국가, 특히 그 중에서도 유일한 초강대국이며 패권국가로서 미국의 만행을 강조한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5백 개 중 50%가 미국 소유이거나, 미국에 본부를 두고 있고, 중동과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간섭과 전쟁을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제국적 국가들(유럽, 일본 등)과 다국적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해 나서고 라틴아메리카의 권력자들과 영합하여 무역협정, 수출보조금, 국제금융기구를 활용하여 경제적 종속을 심화시켜 왔다. 요컨대, 강대국의 깡패짓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체제를 지탱하기 위한 실질적인 비용을 부담하며 희생을 당하고 있는 미국 납세자들과 제3세계 국가의 민중들이 잠자코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고 저자들은 선언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침략과 점령 이후 (…) 아프가니스탄에서 반식민 운동이 재결집하고 있으며 몇 차례의 공격, 특히 식민지 점령의 비군사 기관들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더욱 놀랍게도, 이라크의 저항운동은 영국과 미국 점령군에게 매일 사상자가 발생하는 피해를 입혀 왔다. (…) 그러나 미국의 제국적 팽창과 생활수준 하락에 대한 대중적 불만의 고양이 가장 강렬하게 마주치는 곳은 바로 라틴아메리카이다.”

실제로 저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페트라스는 라틴아메리카 무토지 농업 노동자 운동(Movimento dos Trabalhadores Rurais Sem Terra - MST)과 아르헨티나의 실업노동자 운동(삐께떼로)과 함께 해 왔다. 브라질의 무토지 농업 노동자 운동은 1979년에 세워진 단체로 회원이 50만 명이며 “5만 5천 가구 이상이 참여한 330회 이상의 토지 점거에 관여해 왔다.”고 한다. 또한 1990년대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의 외압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실업자들이 양산되었다. 1996-97년경 아르헨티나의 실업자들은 도로를 봉쇄하고 주요 건물을 점거하기 시작했고,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2000년대 초에는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5만 명의 삐께데로들이 행진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저자들은 말한다. 일부 국가들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전쟁에서 죽고 있는 동안 어떤 사람들의 배는 점점 불러만 가는 이 현실, 제국주의에 대한 해법은 『제국』이나 『다중』이나 어떤 책 속에 있는 것도, 미제국의 내적 모순 속에 있는 결정론적인 미래도 아니라는 것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대답은 행동 속에, 더 이상 자신의 현실을 주어진 대로 살려고 하지 않는” 전 세계 민중들의 정치적, 사회적 투쟁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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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23 [18:5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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