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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은 유난히 신기한 바위가 많았다
친환경 달팽이 화장실 눈길...형형색색 등산객 붐벼
 
김철관   기사입력  2010/04/12 [23:55]
▲ 친환경 달팽이 화장실     ©
내가 봄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만개해 마음을 상큼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봄 산을 가끔 찾은 까닭은 파릇파릇한 소나무에서 물씬 풍기는 향긋한 솔 냄새 때문이다.
 
 지난 11일 일요일 오전 평소 절친한 후배와 오랜 만에 산행을 했다. 올해 들어 첫 번째 산행이라서 그런지 마음도 들뜨고, 기분도 상쾌했다. 한참동안 장롱에 쌓아 놓은 등산복을 찾아 갈아입고, 한동안 신발장 한구석에 쳐 박아 놓았던 등산화를 신고 모자를 쓰니, 제법 등산객으로서 폼이 났다.
 
단둘이 후배와의 산행은 찌든 도시 생활에서 탈피해 모처럼 느긋한 여가를 즐겨보자는 취지였다. 옛말을 되새기면 ‘풍류’를 즐기려 간다고나 할까. 마음이 들떠 잠이 오지 않는 옛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가는 날이 절로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어쟀든 지난 11일 일요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집을 떠나 수락산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 우뚝 서 있는 수락산으로 가는 길은 형형색색의 옷을 자랑하는 등산객들이 발길을 재촉했다. 연인, 등산모임, 가족단위 등의 수많은 등산객들이 봄기운을 만끽하기 위해 산행을 가는 모습이었다.  마치 수락산 입구에 도착하자 묘한 인형 같이 디자인된 건물이 나타났다. 주변 공간과 제법 잘 어우러진 건축물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래서인지 잠시 그곳을 향했다. 놀랍게도 화장실이었다. 아름답고, 깨끗하고, 세련미가 넘친 건축물이 화장실이라니.
▲ 수락산 솔나무     ©

신기해 1층에서 3층까지 세심히 둘러봤다. 1층은 장애인 화장실, 2층은 일반인 화장실, 3층은 전망대 및 휴게실이었다. 달팽이 모습을 디자인해 붙인 이름이어서 ‘달팽이 화장실’이라고 불렀다. 달팽이 화장실은 남양주시가 지난 2008년 9월 디자인을 공모해 최우수작으로 선정돼 만들어 자랑하고 있는 명품 화장실인 셈이었다.
 
남양주시 별내면 청학리 537번지에 위치한 달팽이 화장실은 총면적 132.71㎥, 작년 6월 10일 공사를 착공해 그해 11월 28일 등산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언뜻 계산해보니 약 5개월 전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하게 된 것이었다.
 
좀 더 알아보니 이곳은 친환경 중수재 이용시설로 세면대 용수를 차집, 화장실 병기용수로 재사용하고 있었다. 이 화장실의 중요한 특징은 태양을 이용한 발전시설로 이곳에서 사용한 전기를 발전하고 있었고, 특히 달팽이 눈에 12가지 조명이 설치돼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로 빛을 발광해 경관조명을 연출하기도 한다고. 3층에는 자전거 발전시설이 구비돼 자전거를 이용한 전력 발생을 체험할 수 있다.
▲ 고추바위     ©
▲ 수락산 바위     ©

화장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시스템 설비용량은 3kw였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의 빛에너지를 변환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서 발전량 3kw은 어린 소나무 묘목 2그루를 매일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옆 사람이 귀띔했다. 태양광발전시스템은 매일 태양-> 태양전지(방열판)-> 인버터 ->화장실 실내 전력 사용 순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날 등산길에 신기한 구경과 체험을 했다. 많은 등산객들도 화장실의 자연친화적 발전설비를 보면서 의아해 했다.
 
오전 11시경 달팽이 화장실을 떠나 곧바로 산행에 들어갔다. 함께 한 후배 박보형 씨는 중국고전에 능한 사람이다. 중국고전을 들으면서 산행을 하니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수락산 입구에는 진달래, 개나리가 만개했다. 능선을 타고 올라갈수록 예상했던 대로 파릇파릇한 솔향기가 내 마음을 자극했다. 능선 깊숙이 들어갈수록 몸속에 맑은 공기가 스며드는 듯했다. 봄바람이 솔솔 불어 등산하기에 완성맞춤의 날이었다. 특히 날씨가 약간 흐려 별로 땀이 나지 않았고 힘들지 않았다. 세로토닌적 기분이 느껴지고 온몸이 피톤치드로 감싸인 것 같았다. 소위 말해 홍콩 간 기분이었다.

▲ 처녀바위 위 등산객들     ©

산행을 한 지 1.25km 능선 전망대에서 밑을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청학리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군집된 아파트, 논과 밭, 시골마을, 카페촌 등의 풍경이 연출됐다. 고개를 잠깐 돌려보니, 하얀 암벽으로 둘러싸인 건너편 산 자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락산이 돌산으로 유명하다고 알려졌지만, 막상 올라와 보니, 많은 바위가 연결된 돌산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 수락산 최고봉인 주봉     ©
바위와 바위로 연결된 산인 듯했다. 바위와 바위틈에서 왕성한 생명력을 자랑한 소나무가 유난히 눈에 띠었다. 치마가 넓게 펴진 모양을 한 치마바위는 땀 흘려 올라온 등산객들에게 쉼터를 제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치마바위에 앉아 막걸리와 과일, 빵 등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치마바위를 지나자 기근을 느낄 수 있는 고추바위가 치마바위를 향해 빳빳하게 서 있는 듯했다. 인간의 성이 자연의 현상과 같다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조금 지나자 철모바위가 나왔다. 군인 철모를 닮았다고 해 철모바위였다. 이곳 주변에 있는 조그마한 산장에서 막걸리, 컵라면 등을 팔았다. 후배와 함께 갈증을 풀기위해 막걸리 한통(4000원)을 사 벌컥벌컥 순식간에 마셨다. 꿀맛이었다. 이곳 산장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꾀나 장사가 잘된 모양이었다. 여기에서 300미터 정도 가니 수락산의 최고봉인 주봉이 위엄을 드러냈다. 이곳 주봉도 바위로 둘러 싸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난히 주봉 꼭대기에 태극기가 펄럭였다. 후배 박보형씨가 복잡한 주봉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줬다. 얼굴이 빨게 지면서 막걸리 취기가 올라왔다. 발걸음은 갈지자였고,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취기를 조금 진정시키기 위해 주봉에서 아이스크림(한개 1000원)을 사, 먹으면서 천천히 의정부 장암 방면으로 향했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 골짜기로 내려온 셈이었다.
 
생강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나무에 핀 누런 꽃이 산수유를 보는 듯했다. 후배는 생강나무라고 알려줬다. 바로 옆 바위틈으로 졸졸 흐르는 물줄기에서 상춘객의 진미를 만끽했다. 맑게 고인 작은 웅덩이에 발을 담가 휴식을 취한 등산객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하산하자 석림사가 나왔다. 조금 지나자 노강서원도 보였다. 이곳 주변에는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개해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곳(의정부 장암동)은 조선 실학자로서 올곧게 살다간 서계 박세당 선생의 종택과 고택 터, 묘 등이 있는 곳이다. 또 그의 아들 정재 박태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노강서원도 있다. 한참동안 이곳을 둘러보았다.

▲ 생강나무 곷     ©
▲ 의정부 석림사 부근에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개했다.     ©

 옛 사대부들의 절개와 기상이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듯했다. 오전 10시 40분에 시작한 산행이 3시간 만인 2시경에 마무리됐다. 어느새 온몸에는 땀이 흠뻑 젖어있었다. 장암역에서 7호선 지하철을 타고 노원에 내렸다. 이곳 한 식당에서 복분자에 장어를 안주 삼아 걸쭉하게 마시면서 하루 일과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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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4/12 [23:5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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