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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치는' 인권위, 민감한 사안 결정 또 미루나
집시법 개정안 관련 입장 발표 연기…'정권 눈치보기' 비판
 
김효은   기사입력  2010/02/25 [14:44]
야간 옥외집회 금지는 '헌법불합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집시법 개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권위가 야간시위를 폭력성과 연관짓기 어렵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고도 의견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2일 오후 '집시법 10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관련해 전원위원회를 열어 "법원 판결문과 검찰 수사 발표 등을 근거로 야간시위와 폭력성이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심의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은 다음달 8일 전원위로 회부됐다. 이날 전원위에는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포함해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등 8명이 참석해 의견 결정에 필요한 '재적위원의 과반수'를 넘겼다.

그럼에도 "위원들 간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 등으로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해당 안건은 사전 검토 기간을 거쳐 지난 8일 처음으로 전원위에 상정돼 심의까지 거쳤지만 2주 뒤 다시 상정됐다.

그리고 이날 야간시위를 폭력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의 분석 결과까지 나왔는데도 또 다시 결정은 연기됐다.

지난 16일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은 '밤 10시 이후 오전 6시 이전 집회금지'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관련 상임위에 상정했다.

한나라당은 이달 안으로 해당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고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감한 사안으로 그 어느때보다 인권위의 결정이 중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인권위가 뚜렷한 이유 없이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면서 '정권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이 높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자리찾기 공동행동'의 배여진 활동가는 "국가기관을 견제해야 할 인권위가 정권 눈치만 보느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집시법 개정에 앞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용산참사 안건에 대해서도 1심 선고가 끝나고나서야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등 뒷북을 쳤는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까봐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도 "집시법 개정 문제는 인권과 시민권, 자유권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인권위가 보수 성향의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정권 눈치만 보느라 민감한 사안에 대해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 표명을 다룬 인권위 전원위에서 일방적으로 폐회를 선언해 논란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권위는 지난달 11일 '경찰의 과잉조치가 용산참사를 불렀다'는 내용의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참사가 발생한 지 근 1년 만의 일이었다.

또 쌍용차 사태가 촉발된 지 5개월이 지나서야 당시 경찰이 최루액을 살포하는 등 인권침해 요소가 있었다며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배여진 활동가는 "정권 눈치만 살피며 결정을 늦추는 인권위의 행태는 쌍용차 사태와 용산참사 등에서 숱하게 반복돼왔다"면서 "이번 인권위 조사 결과가 집시법 개정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서둘러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24일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며 오는 6월 30일까지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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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2/25 [14: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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