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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망신'…박원순 "무법통치 정부"
문화계 '한 지붕 두 수장' 현실로, 유인촌 "재미있다"…박원순, 정부 맹성토
 
이석주   기사입력  2010/02/01 [17:43]
최근 법원으로 부터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자신의 예고대로 1일 오전 '정상적 출근'을 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위원회에 '한 지붕 두 위원장'이 공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출근은 지난 2008년 말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라는 이유로 유인촌 장관에게 해임 당한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당장 이번 사태의 책임과 관련해 유 장관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 정상출근, '문화부 위법성' 표명 의지…유인촌 "재미있다"
 
김 위원장(2대)은 이날 오전 8시 50분께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관으로 출근했다. 지난 2008년 김 위원장 해임과 동시에 취임한 오광수 현 위원장(3대)은 이에 앞선 8시 20분 께 자신의 집무실에 먼저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출근과 관련해 "당장 업무를 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위원장의 지위를 회복한 것을 상징적으로라도 세상에 좀 알려야 될 필요가 있다"고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 김정헌 위원장의 이날 출근은 유인촌 장관을 향해 '정상적 출근'으로 일침을 가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CBS노컷뉴스

위원장으로서의 실질적 업무를 수행하기 보다,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따른 정상적 출근을 통해 문화부 해임의 부당성과 유인촌 장관의 '코드 인사' 논란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
 
하지만 이날 김 위원장이 본관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문화예술위 윤정국 사무처장은 "(김정헌 위원장의 출근과 관련한) 얘기를 문화부로 부터 듣지 못했다. 현재 오광수 위원장이 있다"고 김 위원장 출근에 불쾌감을 표출했다.
 
윤 사무처장은 나아가 "문화부에서 상고를 하지 않았느냐"며 "그렇게 하면(자꾸 위원회 안으로 들어 오려고 한다면) 업무방해로 법적 제재를 받지 않겠느냐"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한 때 위원장이셨던 분이 왜 (문화예술위) 직원들을 힘들게 하느냐", "조직이 망가지는 것을 꼭 봐야겠느냐", "지금 문화예술위가 국민 앞에서 우스운 꼴이 돼버렸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김 위원장의 '무리한 출근'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법원이 (부당해고에 따라)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해서 다시 왔다. 이 문제는 문화예술계의 망신이지만 유 장관의 엉터리 해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유인촌 장관에게 따져보라"고 강도높게 성토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윤 사무처장과의 실랑이 끝에 문화예술위 측이 임시로 마련한 아르코미술관 집무실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나도 고민을 많이 하고 나왔다. 무리하게 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기본적인 업무는 계속 볼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유 장관은 이날 오후 한국언론진흥재단 출범식을 마친 뒤 김 위원장 출근 논란과 관련, "그렇게도 한번 해보고…재미있지 않겠느냐"며 자신을 향한 비판여론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장관은 특히 "(문화예술위) 직원들도 그렇고 (김정헌) 위원장도 그렇고, 잘한 것"이라며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니, 끝날 때까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원순 상임이사 "문화예술위 사무처장, 마땅히 징계받아야"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이명박 정부와 유인촌 장관의 '코드 인사' 논란에서 야기했다는 지적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 
 
특히 이날 문화예술위 사무처장의 '으름장'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유인촌 장관의 '느긋한' 사태 인식에서 드러난 것 처럼,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인정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 일련의 행태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법의 이름으로 출근하는 사람'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당연히 그는 한국문화예술위원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법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권능"이라고 밝혔다.
 
▲ 박원순 상임이사는 1일 자신의 홈페이지 <원순닷컴>에 글을 싣고, 김 위원장 출근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 <원순닷컴>

그는 김 위원장 '출근'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밝히며, "그는 '전'이 아니라 이제는 '현'이나 다름이 없다"며 "해임처분이 무효로 판결 났고 그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법원의 가처분이 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김 위원장 출근에 노골적 불쾌감을 표출한 윤정국 사무처장의 행태와 관련, "(그 사람의) 해괴한 행동은 마땅히 징계를 받아 마땅하다"며 "법에 따라 출근한 위원장의 정당한 업무집행을 도와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강력 성토했다.
 
나아가 "출근의 법적 근거를 따지거나 말다툼을 벌인 것은 법의 권위와 사법부의 판결내용을 부정하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고 윤 사무처장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박 상임이사는 "이 정부는 법치주의를 입이 마르도록 주장해 왔다"라며 "진정한 법치주의는 힘있는 권력이 먼저 지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당연히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이미 임명한 위원장을 사임시키고 김정헌 위원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유인촌 장관을 우회적으로 겨냥, "스스로 잘못한 것을 시정하라는 사법부의 명령을 어긴다면 이 정부는 무법통치를 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화부, 뾰족한 해법 없이 항고 절차 진행 중…진보신당 "MB 독재적 행태"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1일 논평에서 "이런 사태를 불러온 책임은 명백하게 유인촌 장관의 막무가내식 행태, 불법적 행태에 있다"며 "유인촌 장관은 현재 사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진보 인사 길들이기' 논란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 임을 지적하며 "유인촌 장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이명박 정권의 불법적 행태가 심판받은 것임을 이명박 대통령은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 뿐 아니라 정연주 전 KBS사장과 신태섭 전 이사 등에 대한 법원의 '해임 무효' 판결에서 알 수 있 듯, 법원이 이명박 정부의 잇단 '코드 인사' 무리수에 제동을 건 것이며, 국민들 역시 현 정권의 '불법 행태'를 더이상 용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유인촌 장관은 그간 문화예술 진흥보다는 이명박 정권 홍보만을 위해 업무를 수행해 왔다"라며 "이 대통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태를 거울삼아 더 이상 상식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적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김 위원장이 문화예술위 위원장으로서 정상적 출근 의지를 밝히고 있는 가운데,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문화부는 이미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현 정부 들어 끊임없는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문화부에 '한 지붕 두 위원장'이란 기형적 모습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김 위원장 해임으로 촉발된 정부의 '코드 인사' 비판과 유 장관을 향한 사퇴 촉구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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