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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홍보', 공무원 총동원령 파문 확산
정부 충청중심 '집중교육' 지시, 공무원노조 반발…한나라당 "뭐가 문제냐"
 
이석주   기사입력  2010/01/25 [17:11]
[기사입력 : 25일 오후 5시 11분]
[기사추가 : 25일 오후 6시 34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가 오는 27일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이명박 정부가 수정안 발표 한 달 전 부터 이미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사실상의 '홍보 총동원령'을 내린 사실이 25일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당장 수정안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되자, 정부가 공무원 등을 이용해 전방위적 대국민 홍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공무원노조는 이날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14일 <한겨레> 보도 이후 정부 문건 또 공개…'세종시 교육' 지시
 
이같은 사실은 이날 세종시 홍보와 관련해 3개의 정부문건을 공개한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당 김성순 의원의 주장에 따른 것으로, 김 의원은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이 정부부처 및 산하 공공기관에 '세종시 교육 실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세종시 수정안을 홍보토록 지시했으며, 정부부처 및 산하 공기업과 공단 등에 세종시 관련 교육을 실시토록 했다. 특히 정부는 이에 대한 '교육실적' 까지 보고토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브리핑실에서 산업, 대학, 연구 기능 중심의 자족기능을 강화한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했다.     ©CBS노컷뉴스

실제로 국무총리실은 세종시 수정안 발표(2009년 1월11일)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18일 정부부처 처장과 장관, 청장 등에게 '세종시 문제 이해 제고를 위한 교육 실시 협조' 공문을 보내 부·처·청별 자체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
 
이 공문에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라"는 주문이 담겼으며, 국무총리실은 이와 관련한 리플릿과 소책자, 강의용 발표 자료까지 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청와대 발 '세종시 수정안 홍보 계획' 문건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 홍보와 당위성을 전달할 목적으로 정부부처 공무원들에게 사실상의 총동원령을 내린 셈이다.
 
당시 문건에선 세종시 추진과 직접접 연관이 없는 장관들을 포함해 10개 부처 장관들이 혁신도시 발전안 등 지역 비전 홍보에 나서도록 방침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었다.
 
특히 이날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17일 권태신 총리실장 주재로 제7차 정부지원협의회를 열고, 세종시 문제에 대한 공직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각 부처에서 직원들에 대한 즉시 교육을 진행할 것을 협의했다.
 
당시 회의에선 "강사는 부처별 차관(차장)을 원칙으로 하되 자체적으로 탄력 운용하며, 부득이하게 강사를 요청할 경우 '세종시기획단'에서 강사를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논의됐고, 이러한 내용이 문건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장관 윤증현) 역시 지난 1월15일 정부산하 공단 및 공기업 등의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이해와 일반국민을 향한 홍보를 목적으로 1월29일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자율교육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김 의원은 "이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이명박 정부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해 대국민 홍보전에 활용하려는 것으로,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아주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각 부처 4급 이상 간부 대상으로 교육 실시…"일반 국민에게 전파"
 
이밖에도 김성순 의원은 국무총리실이 4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종시 관련 특별교육 문건'을 공개, "설명절 연휴를 앞두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을 세종시 백지화 홍보전에 동원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총리실은 지난해 12월21일 기재부와 법무부, 농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정부청사관리소장 등 8개 부처에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엔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4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자 하니, 대상자가 참석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기 바란다. 국무총리실장이 강사로 나서 12월23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60분간 과천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교육을 실시한할 것"이라는 구체적 교육일정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기획재정부에서도 정부 내부전산망인 '공공혁신연락방'을 통해 지난 1월15일 공단 및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세종시 관련 교육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기재부는 '세종시 관련 공공기관 자율교육 실시 협조 요청' 문건을 통해 "공공기관 임직원이 수정안의 내용 등에 충분히 이해하고 일반 국민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자체 자율교육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 <한겨레>가 14일 단독 보도한 청와대 발 '세종시 수정안 홍보계획'     ©<한겨레>

특히 기재부는 "1월15일부터 1월29일까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되, 충청지역 소재 지사·지역본부·본사의 경우 반복 교육을 실시하라"고 지시했으며, 이와 관련한 자료와 리플렛 등의 자료까지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현행법에 따라 행정을 집행하여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다"며 "묵묵히 국민에 봉사하고 있는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작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9부2처2청 이전을 중심으로 한 세종시는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의 과밀 해소, 수도권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라도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세종시 백지화 계획을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공무원노조, MB정부 맹비난…"영혼없는 공무원으로 여기는 처사"
 
한편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양성윤)는 이날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국민의 봉사자인 공무원을 정권 홍보맨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국민에게 지탄받을 부도덕한 일"이라며 "세종시 수정홍보에 따른 '공무원 동원'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무원은 더 이상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다"라며 "세종시는 참여정부 이전부터 논의됐고 참여정부 공무원들과 학자들이 몇 년의 공을 들여 만든 정부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수년간에 걸쳐 만들어진 정책을 하루아침에 갈아엎었다"고 비판했다.
 
또 "100년대개를 보고 만든 정책에 대해 여론수렴이나 최소한의 절차조차 갖지 않고 정권 입맛대로 결정한 것"이라며 "여론이 불리해지니 정책을 만든 공무원들에게 홍보하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공무원을 영혼없는 공무원으로 여기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노조는 더 이상 정권의 하수인이 아닌 '국민의 봉사자'"라며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치권의 계산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종시문제에 대국민 홍보수단으로 공무원을 동원하지 말 것을 이명박 정권에 경고한다"고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공무원들 뒷짐 지고 있으란 얘기냐"
 
하지만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공무원은 정부정책을 먼저 이해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될 주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이라며 "그것을 놓고서 동원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김성순 의원 주장을 일축했다.
 
조 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정부정책에 대해 대통령이나 총리 같은 분들만 열심히 다니면서 설명하고, 나머지 공무원들은 뒷짐 지고 있으라는 이야기냐"며 "이해가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이런 주장은 4대강 살리기를 비롯, 그동안 국가적 시책에 대해 성명을 내고 집회시위를 하면서 반대운동을 펼쳐온 공무원 노조와 같은 발상"이라며 "세종시는 국가대사이고 정부의 중요한 시책이다. 그것에 대해 공무원들이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국민들에게 성실하게 전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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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25 [17: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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