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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없는 극우 '백색테러'…보수도 '맹공'
계란투척-화형식 까지, 도 넘은 정체불명 노인들…한나라당도 심각성 인지
 
이석주
판사 자택 앞에서의 항의집회와 출근저지, 급기야 계란투척에 화형식 까지.
 
최근 일련의 시국사건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잇따라 '무죄'로 나오면서, 일부 보수 우익진영의 비판적 표현 수위가 사법부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로 변질되고 있다. '과격하다'는 지적을 넘어 신변을 위협하는 사태로 까지 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사법부 판단에 대한 찬반 의견과 이념적 성향에 따른 입장표명 등은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해당 판사의 '신변 보호' 까지 유발하는 등 물리력을 동원한 비이성적 행태에는 면책의 여지가 없다는 데 정치권과 사회적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시국사건 어김없이 등장한 정체불명 노인들…빠지지 않는 구호 '좌파'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공중부양'에 대한 무죄판결로 시작된 극우단체의 과격행동은 20일 MBC <PD수첩> 제작진에 무죄가 선고되자 사실상 정점에 달했다. 집회에선 어김없이 이른바 '좌파'란 단어가 등장했고, 시너와 화형식 등 무시무시한 상황도 연출됐다.
 
▲ MBC 제작진에 대한 법원의 무죄판결과 관련, 보수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2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용훈 대법원장과 문성관 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화형식을 진행했다.     © CBS노컷뉴스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등의 소속으로 알려진 백발의 노인들은 지난 19일 강 대표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남부지법 이동연 판사의 집 앞에서 새벽부터 시위를 벌였으며, 다음날 <PD수첩> 1심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에선 재판부 판결을 비판하며 소동을 벌였다.
 
급기야 21일엔 서울 한남동 이용훈 대법원장 공관 앞에서 이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은 이 대법원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며 관용차에 계란을 던지는 사상초유의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이날 공식 입장을 표명, "각자 입장과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비이성적이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이들은 지난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을 강력 비판하며 같은장소에서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 '묘소 파헤치기 퍼포먼스'와 '희망과 대안' 출범식 난동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당장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등에서 이들의 '무지막지한 행동'에 질타를 보내면서 과격행동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에서 조차 이들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철저한 수사와 자제를 주문하고 나섰다.
 
앞서 민주당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이들이 앞으로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공연한 백색테러를 자행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느냐"며 "사법당국은 이들 단체에 대한 수사를 엄중하게 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풍 우려' 한나라당, 사태 심각성 인지…"폭력적 방법 자제해야"
 
한나라당도 22일 오전 주요당직자 비공개 회의에서 최근 법원사태와 관련한 일부 우익단체 회원들의 행위를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한나라당은 불과 이틀 전만해도 "법원이 좌파를 비호하고 있다"(안상수 원내대표)며 노골적 불만을 보여왔다.
 
이날 조해진 대변인은 비공개 회의내용을 브리핑하며 "법원사태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 시위는 법적으로 보장되어있지만, (이용훈 대법원장) 관용차에 계란을 투척하는 행위는 폭력행위에 해당되고 옳지 않은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좌)와 정몽준 대표(우).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당초 '우리법연구회'의 해체까지 촉구하며 이념적 성향을 문제삼았던 한나라당이 보수우익 단체의 과격행동에 따른 사태의 심각성 만큼은 인지한 것이며, 자칫 '백색테러'의 후폭풍이 당으로 향하지 않겠느냐는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 대변인은 "실증법도 위반되는 행위다. 폭력행위는 자제되어야 한다"며 "사법개혁을 위한 논의는 많이 해야 하지만, 폭력적인 방법의 표현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사법개혁을 위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폭력적인 방식의 의사표시는 자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기본입장"이라며 "이용훈 대법원장도 국민들이 우려하는 최근의 법원사태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돈 교수 "지각 있는 사람들, 이들의 행동 정상으로 보지 않을 것"
 
일부 우익진영의 비뚤어진 행위를 성토하는 비판적 목소리는 보수진영에서 조차 높아지고 있다. 당장 '합리적 보수'로 알려진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는 22일 "사실상 인격적인 테러를 가하는 수준"이라며 강도높은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일부 우익단체들의 과격행동은) 사실 보수-진보와 같은 이념 문제로 볼 것은 아니다"라며 "지각이 있는 사람들 같으면 그런 행동을 정상으로 보진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과거에도 법원 앞에서 판결에 대해 불신을 표시하거나 의사 표시를 하는 경우는 왕왕 있었지만, 그런 것도 정도가 있어야 되는 것이다. (이들의 행동은) 좀 지나친 것 같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이들의 과격행동이 정점에 이르게 된 <PD수첩> 판결에 대해서도 "애초부터 검찰의 기소 자체가 무리한 행동이었다"며 "피디수첩 보도는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가 아니었고,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강기갑 대표 무죄판결과 관련해선 "강 의원의 행위 자체는 누가 봐도 아름다운 행동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국회 내부에서 일종의 징계면 충분하다. 그런 것에 까지 (검찰이) 일일이 기소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해선 이의가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이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우리법연구회'와 관련, 같은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그 단체의 실체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법관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활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 지난해 '희망과 대안' 출범식 모습. 당시 우익 단체 회원 오십여 명은 촐범식장에서 고성을 지르며 행사를 방해했다.      ©CBS노컷뉴스

우익단체, 22일에도 항의집회…검경 이번엔 '엄중 처벌' 방침
 
한편 보수우익단체들의 행동이 사실상의 '선'을 넘어서자, 검찰과 경찰도 향후 강도높은 수사를 예고하며 관련자를 끝까지 수색해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경은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의 관용차를 향한 계란투척 행위를 '사법부의 근간을 흔든' 중차대한 사건으로 보고 실제 계란을 던진 사람의 신원을 밝혀 불법행위 여부를 확인,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검 공안부도 "최근 법원 판결과 관련해 일부 단체를이 불법집회나 시위, 투척, 폭력 등을 행사하는 데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애국단체총협의회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은 각각 이날 오후 서초동 대법원 인근 공터와 중앙지법 앞에서 '좌편향 법관 퇴출'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보수진영의 과격반발과 관련한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기사입력: 2010/01/22 [11:5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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