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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용산참사' 책임 인정…"끝난 것 아니다"
[종합] 용산참사 실질적 보상문제 합의…오세훈, '불도저식 재개발' 사과
 
이석주   기사입력  2009/12/30 [11:50]
[종합 : 30일 오후 1시 49분]
[종합(기사추가) : 30일 오후 4시22분]
 
이명박 정부 '인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 사회를 관통했던 '용산참사'가 참사 발생 345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운찬 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유족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키로 했으며, 실질적 보상문제도 재개발조합이 전액 부담키로 했다.
 
'합의내용 이행위원회' 설치키로…"정부가 비로소 자신의 책임 인정"
 
용산 범대위는 이날 정오 참사현장인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연말이 되어서야 정부가 비로소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며 "어떠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를 위해 노력했던 범대위, 아니 우리 국민 모두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 사과와 철거민 생계대책 등 장례의 최소조건으로 요구한 대부분이 수용되었으므로 오늘 이 시각 이후 즉각 장례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다가오는 1월 9일 국민적 애도 속에 돌아가신 철거민들의 장례를 엄수할 것"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 용산참사 유가족과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30일 오후 참사 현장인 용산 남일당 건물 앞에서 정부. 서울시 측과의 협상 합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 CBS노컷뉴스

범대위가 밝힌 재개발조합 측과의 합의내용에 따르면, 유족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정부 사과와 관련해선 정운찬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키로 했다.
 
유가족 위로금과 용산철거민 피해보상금, 장례에 소요되는 비용 등 실질적 보상에 대해서도 재개발조합 측이 부담하기로 했으며, 이번 합의내용의 실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종교계 지도자들을 포함한 '이행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용산 4구역 세입자 23가구에 대해 세입자 보상금을 지급하는 동시, 유가족 생계대책 차원에서 용산 재개발 현장 및 수도권 재개발 현장의 함바집 운영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밖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식수(植樹)도 하기로 했다.
 
내년 1월 25일에는 용산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에서 유족과 범대위가 완전 철수키로 합의 했으며, 유족과 범대위 측이 제기했던 공공임대상가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이 마련되는 즉시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용산 범대위와 재개발 조합 측은 양측 합의에 따라 합의금액의 구체적 액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보상금 액수는 장례 비용과 피해보상금 등을 합쳐 총 3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측 간 협상이 올해를 넘기지 않고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범대위는 지난 1월 20일 이후 용산구 순천향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고(故) 이상림, 이성수, 양회성, 윤용헌, 한대성 등 철거민 5명에 대한 장례식을 내달 9일 치르기로 했다.
 
장례위원회 구성의 경우, 범대위는 이날 이후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한 뒤 구체적 절차와 세부 활동 계획 등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장례식은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범국민적 애도의 장이 될 것이라고 범대위는 전했다.
 
합의 이후 과제도 남아…"장례를 치른다고 해결된 것 아니다"
 
이날 용산참사의 극적 타결은 정부가 사실상 자신들의 '책임'을 1년 여 만에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도저식' 재개발 사업 추진 등 참사 발생 이후 제기된 숱한 문제점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
 
하지만 '합의문' 도출 이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유족들이 핵심 증거자료로 판단 중인 검찰의 '3천 페이지 수사기록' 공개 여부와 경찰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용산 철거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에 대한 문제다.
 
지난 10월 28일 1심 이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지만, 이번 참사의 열쇠를 풀어줄 검찰의 핵심 수사기록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며 이충연 위원장 등 구속 수감된 철거민들의 문제 역시 이번 합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범대위는 "장례를 치른다고 용산참사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검찰은 아직도 수사기록 3000쪽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용산참사의 진실은 은폐되어 있다. 학살자들은 거리를 활보하고 있지만, 철거민들은 차가운 감방에 구속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현재 오세훈 서울시장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뉴타운·재개발 사업 등 제2, 제3의 용산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은 전국 도처에 남아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범대위는 재개발 제도 및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대위는 "가진 자들의 탐욕을 위해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뉴타운·재개발은 전국 방방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며 "장례 이후에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뉴타운·재개발 정책의 개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당연한 전제와 상식이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그동안 철저히 기만당했다"며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악어눈물' 정운찬 "다행이다…오세훈, 무리한 재개발 사업 추진 '인정'
 
한편 정운찬 총리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많이 늦어졌지만, 2009년이 가기 전에 이 문제를 매듭짓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가슴에 묻은 유족 여러분들이 겪었을 고통과 아픔에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정 총리는 총리 임명 직후인 지난 10월 3일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책임을 통감한다"며 눈물을 흘렸으나, 이후 중앙정부 차원의 해결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시민사회단체로 부터 '악어의 눈물'과 '유족 외면'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정 총리는 이날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다"며 "지난 2월 정부가 재개발사업의 제도개선 대책을 내 놓았지만, 앞으로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30일 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오세훈 시장도 범대위 기자회견과 동시에 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용산 4구역 철거현장 화재 사고에 대한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며 "그동안 눈물과 한숨으로 지새온 유가족의 비통함을 이제나마 풀어드릴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가 사고 발생 당일부터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유가족의 권한을 위임받은 측과 조합간의 중재자로서 지난 1년 동안 100여 차례에 가까운 대화를 시도하는 등, 사태의 원만한 해결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을 향한 유족들의 지속적 면담 요구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물밑 중재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용산참사는 철거민들과 재개발 조합 사이의 문제라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오 시장은 "유가족과 조합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해와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며 "하지만 협상 성사를 간절히 바라는 서울시로서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할 수 밖에 없었음을 양해 바란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이번 참사의 배경이 됐던 무리한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서도 "문제점을 차근차근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해 조합과 시공사업자 위주였던 재개발 사업을 보다 투명하게 진행시키고 세입자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 용산범대위-용산4구역재개발조합 간 합의내용
 
[첨부 1] 합의내용
 
하나, 정부를 대표하여 정운찬 국무총리가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
 
하나, 유가족 위로금, 용산철거민 피해보상금, 장례에 소요되는 비용은 재개발조합 측에서 부담한다.
 
하나, 이번 합의내용의 실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종교계 지도자들을 포함한 이행위원회를 구성한다. 
 
[첨부 2] 장례위원회 구성 등 향후 계획 
 
□ 장례위원회
- 12월30일(수) 이후 범대위는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
- 장례 절차와 관련한 세부 계획은 추후 발표. 
 
□ 장례식
- 일시: 2010년 1월 9일(토)
- 장소: 서울 시내
- 각계각층이 참가하여 범국민적 애도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한다.
 

□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재개발 관련 제도·정책 개선을 위한 대책 강구
- 범대위는 장례 이후에도 용산 살인진압의 진상을 규명하고 돌아가신 열사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또한 범대위는 뉴타운·재개발 제도 및 정책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1보 : 30일 오전 11시 30분] '용산 참사' 극적 타결…장례식은 1월 9일
범대위 30일 재개발 조합과 협상, 합의안 도출…정운찬 사과문 발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참사 발생 1년 여 만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범대위)'와 용산4구역재개발조합 측은 3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협상을 갖고 보상절차와 유족들의 요구사항 등을 놓고 최종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지난 1월 20일 이후 사태해결의 단초가 보이지 않았던 용산참사는 2009년을 이틀 남긴 시점에서 보상문제와 정부의 공식 사과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용산범대위 관계자는 이날 <대자보>와의 통화에서 "30일 오전 재개발 조합 측과 세부절차를 논의해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구체적 내용은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용산참사 당시 사망한 고 이상림 씨의 부인이자 유죄가 선고된 이충연 씨의 어머니 전재숙 씨(가운데)가 오열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양측이 합의한 보상금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과 장례식장 비용 등을 포함해 약 35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상금은 재개발조합과 시공사가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유족들의 핵심 요구사항인 정부의 공식 사과와 관련해서도 정운찬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참사 발생 이후 용산구 순천향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사망자들의 장례와 관련해서도, 범대위는 다음달 9일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범대위 관계자는 "이날(30일) 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고인들의 장례식을 새해 1월 9일 치르기로 했다"며 "향후 구체적 세부일정 등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용산범대위는 이날 정오 참사 발생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사실과 타결 내용 등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그간 유족들과 물밑 접촉을 진행해온 서울시도 같은 시간 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자리에는 오세훈 시장이 직접 나선다.
 
용산참사는 지난 1월20일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 40여명이 남일당 건물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하다가 경찰 진압 과정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법원은 그러나 지난 10월 28일 '용산참사'에서 경찰관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농성자 9명 전원에게 사실상의 '유죄'를 선고했으며, 화재발생의 직적접 원인도 검찰의 기소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철거민들의 화염병 때문'으로 결론내렸다.
 
한편 최근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장에 내정된 고건 전 총리는 "용산참사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절차를 제도화하는 일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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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2/30 [11: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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