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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온 국민이 즐길 나라의 큰잔치 날로…"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국경일에 관한 국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대로   기사입력  2009/11/24 [17:29]
올해는 한글이 이 땅에 태어난 지 563돌이 되는 해이고, 한글날이 국경일이 된 지 4돌이 되었다.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었으나 국경일이 아닐 때보다 더 나아진 게 없다. 나라에서도 그렇고 국민들 반응도 그렇다. 국경일 가운데 한글날이 누구나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가장 경사스런 날인데도 쓸쓸하게 보내고 있다. 아니 국경일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국민도 많다. 온 국민이 즐길 큰 잔치 날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한글날을 나라의 큰 잔칫날로 만들 것을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 제안한다. 한글날은 국경일 가운데 누구나 마음 놓고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날이며, 가을이란 좋은 계절이니 기후도 좋은 때다.
 
▲ 2006년 한글날 세종대왕 어가행렬이 경복궁을 출발해 남대문 쪽으로 나가고 있다.     © 이대로

국경일에 관한 법을 살펴보자
 
우리의 국경일에 관한 법(법률 제7771호)을 보면 다음과 같이 간단하다. 국가의 경사스런 날을 기념하려고 국경일로 정한다고 했고, 5개 국경일을 소개하고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경사스런 날은 기쁘고 즐거운 날을 말한다. 나라의 경사스런 날이라면 정부나 국민이 모두 기쁘고 즐겁게 보내야 할 날이다. 그런데 우리 국경일은 정부도 국민도 기쁘고 즐겁게 보내지도 않고 그런 행사도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국경일에 관한 법률 [시행 2005.12.29] [법률 제7771호, 2005.12.29, 일부개정]
행정안전부  (의정담당관), 02-2100-3134

 
제1조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경일을 정한다.
제2조 국경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3월 1일
2. 제헌절 7월 17일
3. 광복절 8월 15일
4. 개천절 10월 3일
5. 한글날 10월 9일
[전문개정 2005.12.29]

 
제3조 본법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위에서 보는 거처럼 법률도 너무 짧고 가난하다. 국경일만 정하기만 하고 어떻게 지낼 것인지 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었지만 시행령이 없다. 뜻있게 보낸다던지 기쁘고 즐거워할 일을 한다든지 무엇인가 말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다. 정부는 말할 거 없고 학교에서 기념식을 한다거나 쉬면서 뜻있게 보내거나 국기라도 단다거나 무언가 할 일을 정하지 않아서인지 국경일은 등산이나 가거나 낮잠이나 자면서 지내는 날로 아는 이가 많다. 위에 적힌 전화번호로 행안부 담당자에게 관련 문의와 건의를 해보려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한심한 법이고 내 나라란 생각까지 든다.
 
국경일은 기쁘고 즐겁게 보내야 하는 데 그렇지 않다. 3·1절은 독립만세를 부르다가 일제의 총칼에 죽은 사람도 있으니 기쁘고 즐겁기보다 가슴 아프고 슬프기 때문인가? 다른 국경일도 무언가 기쁘고 즐겁게 놀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인가? 아니다. 마음 놓고 기쁘게 즐길 수 있는 날도 있다. 한글날이 그런 날이다. 한글날은 누구나 자랑스런 날이고, 고마운 날이고, 기쁜 날로서 터놓고 춤추고 노래하며 즐기기에 좋은 날이다.
 
내가 지난 2년 동안 중국 대학에 근무하면서 보니 중국은 10월 1일 국경절엔 일주일이나 쉬면서 나라와 지방 자치단체는 말할 거 없고 방송에서도 경축 행사도 크게 하고 온 국민이 폭죽을 터트리며 즐기고 있었다. 세계 이름난 축제는 브라질의 삼바축제, 독일의 맥주 축제, 일본의 얼음축제, 스페인의 도마도 축제 들이 있는데 모두 그 나라의 특색이나 특산물에 관련된 축제였다. 그들 모두 자신들만 즐기는 게 아니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여서 돈도 벌고 나라를 알리고 있었다.
 
저들 외국의 축제를 보면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가 태어난 날인 한글날을 문화, 말글축제로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최고 우수한 글자로 최고 문화국민, 문화국가로 올라서는 기회로 삼고 싶었다.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기념일이나 국경일에 자기들만의 잔치만이 아닌 외국인까지도 흥겹게 지낼 수 있는 큰잔치를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그런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한글날이 그에 딱 맞는 날로 보았다.
 
▲ 2006년 국경일이 된 첫 한글날 방배동 아람유치원 원생들이 세종대왕 어가행렬을 따르며 경축하고 있다.     © 이대로

한글날을 국민의 큰잔치 날로 정하고 즐기자!
 
지난 11월 21일 한말글문화협회(대표 이대로)는 문화부 관계자와 함께 지난 한글날 행사에 대해서 점검하고 어떻게 한글날을 뜻있게 보낼 것인가 이야기를 한 일이 있다. 한글날이 가까워져서 무슨 행사를 할지 당황하지 말고 한글날큰잔치조직위원회를 새해 1월에 상설하고, 3월까지 새해 한글날 행사 안을 공모하고, 4월 중에 확정하여 국민에 알리고 예산도 확보하고 국민에 알려서 함께 기뻐하고 즐기는 경축식을 하자는 것이었다. 경축식도 장엄하게 하면서 온 국민이 기뻐하고 즐길 큰 문화잔치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계 문화인들이 몰려오는 이름난 축제로 키우자고 다짐했다. 한글이 빛날 때 이 겨레와 나라가 좋기 때문이고, 한글이 남의 말글에 짓밟혀 죽을 판이어서 더욱 그렇다.
 
한글은 온 누리에서 가장 잘 난 글자이고 우리의 자랑이고 힘이고, 잘 살게 해줄 돈이다. 그런데 한글이 태어나고 500해 동안은 나라 글자로서 제 노릇을 못했고, 왜놈에게 나라를 빼앗겼을 때에는 사라질 번했다. 이제 왜놈이 물러가고 60년 동안에 나라 글자로 제 노릇을 하게 되었는데 다시 아메리카 섬김 이들이 그들의 말글을 하늘처럼 받들고 있어 우리 말글이 매우 어렵다. 이제 해마다 한글 큰잔치를 매우 크고 넓게 하면서 우리 것을 우습게 여기는 사대주의 풍조를 버리자. 좋은 우리 것을 사랑하는 것까지 국수주의라며 비난하던 못된 버릇은 이제 버리자. 우리 막걸리를 우습게 여기고 양주나 서양 포도주만 좋다고 했던 부끄러운 태도를 반성하자.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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