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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산점 부활에 반대하는 7가지 이유
[정문순 칼럼] 제대군인의 박탈감을 여성에게 전가할 이유 없다
 
정문순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니 세상도 10년 이전으로 바뀌고 있다. 군 가산점 위헌 판결이 나온 해가 1999년이다. 친기독교적인 정부답게 현 정부는 군 가산점 제도도 예수처럼 부활을 도모하려고 한다. 국가가 약자의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제대 군인에 대해 보상하려는 태도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위헌 판결의 논리는 어느새 휴지 조각이 되고 있다.  

군 가산점과 관련한 논란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신보다 만만하게 보이는 상대방의 말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하는 제대군인 남성들의 목소리는 합리적 논의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병역면제자를 병역기피자처럼 매도하는 비논리 앞에 절망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군 가산점을 주장하는 정부와 제대군인들의 태도는 우리 사회의 반지성적 태도와 몰상식적 논리를 한 곳으로 집약한 것처럼 보인다. 상식을 외면한 목소리 앞에서 군 가산점 제도에 관해 거창한 이론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장 상식적인 차원에서 군대 가산점이 왜 차별이고 몰상식인지를 거론하고자 한다.  

첫째, 의무로 주어지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법은 세상에 있을 수 없다. 군에 안 간 자와 군에 간 자가 차등 대우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병역면제자나 양심의 명령으로 도저히 총을 들 수 없는 이들은 군에 못 간 것이지 일부러 군에 안 간 사람들이 아니다. 정부는 병역기피자와 병역면제자/거부자의 차이를 망각하고 마치 하나인 양 뒤섞어 취급함으로써 가산점을 주장하는 제대군인들의 감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부채질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병역기피자로 쉽사리 매도되듯이 군 가산점 논의가 진행되다보면 병역면제자는 어느 순간 병역기피자의 자리로 옮겨져 있다. 죽어있는 군 가산점을 되살리려거든 먼저 법률을 뜯어고쳐 여성에게 병역의 의무부터 먼저 부여하라.  

둘째, 국방부가 제대 군인들에게 기대고 싶은 건 ‘한’의 정서이다. 힘들게 병역을 치른 제대군인일수록 마음에 쌓인 설움이 많을 것이다. 상병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군대를 통해 어떤 어려운 일에도 대처할 수 있는 용기와 자기관리 능력을 키웠다고 회고하면서도 내심 억울함은 어쩔 수 없었는지 군대 가서 ‘썪는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제대군인들의 한(恨)은 빛나는 청춘 시절, 원하지 않는 곳에 끌려가 무의미한 고생만 했다는 박탈감에서 기인한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한 군에서 3년 가까이 복무한 전직 대통령처럼 군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할 만한 사람은 흔치 않다. 총을 쏜 일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일 없으며, 총질 못지않게 많이 한 삽질 경험이나 유치한 반공 글짓기 경험 또한 마찬가지다.  
 
▲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박종달 병무청장이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국회 부의장)의 병역면탈 방지 제도 및 군 가산점제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CBS노컷뉴스

그러나 청춘의 가슴에 ‘한’을 심어준 건 애초에 그들을 군인으로 끌고 간 정부였다. 병역이란 게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일이라면 징병제의 모병제 전환이 논의되어야 되고,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면 최소한 복무 기간이라도 줄여야 한다. 이런 논의는 도외시한 채 벌이는 정부의 제대군인 ‘한’ 풀기는 병 주고 약 주기다. 그것도 자기 돈도 아닌 남의 돈 털어서 약 주려고 하는 꼴이요, 청춘을 갈취하여 설움을 심어주고 나서 그것을 풀어줄 희생자를 만만한 데서 찾는 격이다.  

셋째, 군복을 입은 적이 없다고 해서 공무원 시험을 통과하는 데 진입 장벽을 두는 건, 군대에 다녀와야 진정한 국민의 자격이 있다는 발상에서 기인한다. 군필이 곧장 국민의 지위로 연결되는 건 어떤 시대일까. 오직 군인이 사천만 명을 통치하던 군부정권 시대에서나 어울리는 발상이다.  

넷째, 병역이라고 해서 모두가 군에서 총을 잡는 것은 아니다. 대체복무제의 일환인 산업기능요원 제도만 해도 이미 군부 집권기에 태어나 수십 년째 정착해 있다. 이제는 가뭇없이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제 부과를 논의하던 시절도 있었다. 단기 군사훈련 기간을 제외하고 군대가 아닌 산업현장에서 돈 벌고 경력 쌓으며 일하는 산업기능요원들이 스스로 군대 다닌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아들이나 남자 형제가 현역 입대한 집안의 어머니나 누이들은 자신들도 군 생활에 버금가는 마음고생을 할 것이다.
 
내 오빠가 전방에 복무하던 3년 동안, 집안에서는 큰소리조차 나지 않았고 엄마는 밤잠을 못 이루는 일이 허다했다. 그때 오빠를 제외한 남은 가족이 군대와 무관하게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가족 중 한 사람이 군대에 있던 시절은 나에게도 상처였다. 국방력이 더 이상 군인의 머리 숫자에 좌우되지 않는 시대, 병역과 병역 아닌 것의 구분이 모호해져가는 시대에 군대를 가고 못 가고에 따라 차등 대우를 할 이유는 적어지고 있다.  

다섯째, 모든 병역이 힘들거나 무의미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 지식이나 제대 후 생계와 연관되거나 취업 준비에 써먹을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한 병역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물론 숙련된 기능이나 지식이 필요한 카투사, 군의관, 군법무관, 병역특례병 등은 아무한테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번듯한 전문 인력이 아닌 평범한 장삼이사들인 현역 입대자들은 남자 계급 중에서도 중간 이하를 차지할 것이다. 이는 소수자인 여성의 처지와도 만난다. 결국 군 가산점에 집착하는 정부의 태도는 서민 남성들의 소외감을 자신들과 계급적으로 닮아 있는 여성들의 희생을 통해 해소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제대 군인, 병역기피자-병역수행자로 이루어져야 할 대립관계를 군필 남성-여성으로 바꿔치기함으로써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들은 고스란히 빠지게 된다.  

여섯째, 가산점으로 인해 혜택을 볼 남성 집단은 어차피 공무원에 응시하는 소수의 사람들에 한한다. 특정 직종에 취업하는 남성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 정도로야 제대군인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겠는가? 물론 상징적 의미와 사회적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공무원은 여성들에게 마지막 남은 취업의 안전지대와 다름없다. 이미 사기업체에서는 취업, 승진, 호봉 구조 등에서 군필남에게 유형, 무형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그것을 피해 그나마 상대적으로 차별이 적은 공무원이 되려는 여성들을 배제하려는 것은, 실력을 통해 남자와 대등한 사회적 위치에 서려는 여성들을 솎아내어 허드렛일이나 남성의 보조노동이나 전담하게끔 유도하는 ‘음모’로도 보인다. 소수점의 차이로 떨어지는 미래의 여성 인재들은 과거에 허다했다. 그 시대가 다시 재림해야 하는가?

결론인즉, 군대니 병역이나 하는 것과 관련하여 아무 책임이 없는 여성들이 군 가산점 논의에서 수세에 몰리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여기에는 군대 관련 논의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못한 여성 자신의 책임도 있다. 제대군인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부터 모병제 논의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죄를 덮어쓰는 억울함에서 놓여날 것이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로 [한국문학의 거짓말-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작가와 비평, 2011)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09/10/12 [17:5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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