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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로게이트, 닥치고 폐인무료관람할 영화
[벼리의 느긋하게 세상보기] 폐인은 컴퓨터를 물리치고 세상으로 나오라
 
벼리
테크놀로지와 윤리의 갈등이란 주제는 너무 오래되어 우러나지 않는 사골 같다. 이 갈등의 당사자들 중 어느 쪽 손을 들어 주느냐에 따라 디스토피아냐, 유토피아냐가 결정되는데, 최근에는 비관적인 축이 훨씬 돈이 되는 편인가보다. 하긴 미래의 ‘빅브라더’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테러리즘과 파시즘조차 아름다워지는 시절이니([브이 포 벤데터]) 그동안 모범적인 테크놀로지 영웅들(터미네이터, 핸콕)을 꾸준히 양산해온 모스토우 감독 입장에서도 더 이상은 우길 힘이 없는 지도 모른다. 

▲ 브루스윌리스 주연의 영화 <써로게이트>     © 공식홈페이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화 <써로게이트> 초반부, 브루스 윌리스의 범상치 않은 가발과 짙은 메이크업은 시선에 상당한 압박감을 선사한다. 로봇 대리인과 실제 FBI 요원 그리어를 함께 연기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이지만 멋진 금발을 찰랑거리는 써로게이트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저게 언제 적 브루스 윌리스였나 싶기도 하다. 브루스 윌리스가 머리 벗겨지기 전에 유명해졌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니 말이다.
 
오히려 써로게이트 센서를 뒤집어쓰고 자기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애틋하고 ‘이제는’ 머리와 수엽이 허연 그 할아버지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제 그도 슬슬 로맨스 그레이가 되어 떨어지는 낙엽을 무연히 쳐다볼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언제부턴가 명절 개봉관을 독점하던 성룡이 사라진 자리에 몇몇 할리우드 배우들이 조금씩 영역을 넓혀 가고 있었는데, 대체로 아놀드 주지사 류의 근육맨이었다. 그 중에 브루스 윌리스는 매우 특이한 경우이지 않았는가? 머리 벗겨진 영웅이라니. 이를테면 추석이나 설날만 되면 새날이 온다는 게 마냥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아닌 분들에게 브루스 윌리스는 아주 훌륭한 영화 속의 아바타였다고나 할까? 어쨌든 추석 개봉 영화로는 꽤나 부담 없는 라인업이기도 하다. 

사실 톺아보면 이 영화에 어떤 철학적 메시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건 상당히 최신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바로 ‘소통’이라는 것 말이다.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인간성을 파괴하고, 전쟁을 항구화하며, 종내는 인류멸망의 대재앙을 초래한다는 스토리텔링은 부지기수이지만 그것이 ‘소통’에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멀쩡한 써로게이트와는 별개로 인간들이 서서히 ‘폐인’이 되어 간다는 설정은 매우 신선하다 하겠다. 여기에 매우 복고적인 마스크를 가진 브루스 윌리스가 분했으니 이야기에 자연미가 스며드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설정 다음이다. 그래서 윌리스 아저씨는 악당들을 처치하고 세상을 밝고 환하게 만들 것인가?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이제는 너무 희망적이어서는 곤란하다. 테크놀로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우리 문명인들을 적당히 곯려 먹고, 적절한 선에서 ‘선택’의 패를 던져 놓는 것이 훨씬 가망 있는 내기지 않겠는가? 모스토우와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이를 모를 리도 없을 것이고 말이다. 

이야기의 전모도 그러하다. 즉 그리어는 자기 아들이 써로게이트에게 죽임을 당한 뒤 눈이 뒤집혀 버린 써로게이트 제작자 캔트 박사의 음모를 캐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광석화 같은 판단력을 발휘하여 인간들은 살리고 로봇들은 전멸시키는 놀라운 창발성을 발휘하는데 이로써 공멸의 디스토피아나 (비싼 로봇들을 살리는 동시에) 영웅의 일방적인 승리를 기대하던 두 부류의 관객 모두를 거의 아노미 상태로 몰고 가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통을 하려면 뚫린 입으로 하고, 노동을 하려면 육체를 가지고("in the flesh"-캔트의 대사 중) 하라는 것이다. 대신 로봇은 금지다. 폐인은 컴퓨터를 물리치고 세상으로 나오라!

그러면 그리어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바람에 고철이 되어 버린 저 전 세계의 수많은 써로게이트들은 어쩌란 것인가? 라스트 씬에 이르러 건전지 떨어진 장난감처럼 쓰러진 써로게이트들 사이로 인간들이 느릿느릿 나설 때 과연 우리는 퇴행의 감상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 ‘인간다운 세상’이 도래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인가? 어쨌든 감독과 제작자들 안중에는 이런 골치 아픈 철학적 선택지가 아무 소용이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맑스도 그랬다시피 전(前) 시대의 기술적 발전을 깡그리 무시하고서야 어디 좋은 세상이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보는 입장에서는 다만 써로게이트 없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할 저 인간들이 불쌍할 뿐이다. 이제는 전쟁도 직접 할 것이고, 섹스도, 노동도 힘들여 스스로 해야 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소통의 문제가 단지 언어와 지성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겠다. 그것은 몸과 몸이 부딪혀서 만들어 내는 여러 화음들(불협화음까지 포함해서)을 의미하지 않는가? 따라서 귀차니즘은 온 인류의 적이다. 소통을 거부하는 모든 폐인들은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교훈은 마땅히 다음과 같다 하겠다. 닥치고 폐인무료관람.  그러고보니 효자동 푸른기와집에도 폐인이 있었구나. 그 집 세입자도 무조건 무료관람!- REDBRIGADE
수유너머N에서 공부합니다.
 
기사입력: 2009/10/05 [15:0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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