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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높은 정치문화?..김형오 의장의 '아전인수'
'대화와 설득'의 노력 유무(有無)가 핵심
 
박종률

인터넷 검색을 하다 김형오 국회의장 관련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거짓말(!)' 고함을 쳐 비난 역풍을 맞은 美 하원의원 '사건'에 대한 견해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거다.
 
김 의장의 홈페이지를 클릭했다. 짤막한 글이었지만 '정치문화의 수준차이'라는 큼지막한 제목이 붙었다.
 
오바마에게 삿대질하는 조 윌슨 의원의 모습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김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시위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었다. 윌슨의 '고함 사건' 동영상과 일부 신문의 관련기사도 첨부됐다.
 
김 의장은 "윌슨 의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지역구까지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반면 우리 국회에서는 집단으로 구호를 외치고 퇴장해도 아무 일도 없는데, 이런 걸 두고 정치문화의 수준 차이라고 할까요?"라고 적었다.
 
혹 김 의장이 윌슨이 백악관에 했던 것처럼 민주당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질책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과연 윌슨의 '삿대질과 고함'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문화 수준까지 거론할 정도의 사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원의 품위'에만 국한된 우리 입법부 수장의 피상적 접근이자 아전인수(我田引水)식 견해라고 본다.
 
굳이 정치문화의 수준차이를 논한다면 다수당의 횡포를 방지하고 있는 미국 의회의 제도와 관행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미국의 의회 정치는 합법적인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가 보장되고, 입법화 과정 또한 의장의 직권상정이 아닌 상대당과의 대화와 설득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올해 초 경기부양법안의 처리를 위해 소수당인 공화당에 들인 설득 노력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집권 원년의 최대 국정과제인 건강보험 개혁입법을 관철하려는 오바마의 전략 또한 공화당과 대국민 설득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김형오 의장의 지적대로 민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항의시위가 '의원의 품격'문제로 비판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에 앞서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불거진 직권상정과 재투표 논란이 사태의 본질인 것이다.
 
미국 상.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처럼 거대여당 한나라당이 소수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에 충실했다면 지난해 해외토픽이 됐던 '해머 국회'도 피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이른바 '친서민'과 '정치권 소통'을 앞세운 화해와 통합에 맞춘 점이다. 이 대통령의 국민 지지율도 40%대를 회복했다고 한다.
 
결국 수준 높은 정치의 관건은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대한 '눈높이 맞추기'와 '귀 기울이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윌슨의 '고함 사건'으로 불거진 의원의 품위 문제도 그렇다. 김 의장은 정치문화의 수준차이를 언급했지만 미국 정치 역시 당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우도 2005년 의회 국정연설 도중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적이 있고, 빌 클린턴도 르윈스키 스캔들로 인신공격과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윌슨에 대한 비난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정작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자칫 윌슨을 징계할 경우 보수층 민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징계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윌슨 사건을 정치문화의 수준차이가 아닌 관점의 차이로 봐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윌슨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통령에게 예의를 갖추지 못한 데 반성한다"는 사과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오바마의 건강보험 정책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윌슨은 민주당과 오바마니아(obamania)들로부터는 거센 비난의 십자포화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건강보험 개혁에 반대하는 보수층의 '지지와 성원'에 고무돼 있다.
 
오바마에게 고함을 지른 뒤 이틀만에 75만달러의 정치후원금이 답지했다고 한다. 의원의 품위 논란을 빚었던 윌슨의 '고함 사건'이 건강보험 문제로 야기된 미국의 국론분열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명의 한 미국 하원의원이 하루 아침에 우리나라에서까지 화제의 인물로 등장했지만 굳이 윌슨 사건을 한국 정치, 한국 국회로 끌어다 붙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자보 제휴사 = 뉴스부문 최고히트싸이트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09/09/13 [20:04]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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