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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지형도] 기타리스트 이두헌 - 인터뷰2
 
기타기순   기사입력  2002/03/05 [16:53]


공중파의 음악프로그램폐지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정말 폐지될까

안된다. 절대 폐지 안 할거다.

그러면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는 걸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이해가 안가는 게, 문화부 장관이 방송사에 가서 뭐 교양적인 걸 좀 늘리라니까 3개 방송사의 교양 프로가 갑자기 늘어났다. 내 생각에 그런 식의 처방이 없이 방송사의 피디들이 정신 차리고 하기는 불가능 할 것이다. 구조 자체가 워낙 망가져 있기 때문에.

역시 방송사와 기획사 간의 유착관계가 있는 거다

공공연한 이야기이다. 중요한 건 가수가 몸값이 비싸지면 된다. 가수들 부르려면 몇 천 만원씩 줘야 되고. 이런 상황을 만들면 된다.

음악만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수가 자신들의 몸값을 그렇게 불리는 게 가능한가

구조적으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코미디언들이나 탤런트의 경우, 편차는 있겠지만 출연료가 수 십 만원에서 몇 백 만원이다. 가수들처럼 3-5만원 받는 사람은 없다. 가수들이 노력을 덜 하는 것도 아니다. 탤렌트들은 그렇지 않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생활이 되기 때문이다. 가수들처럼 나오라는데 다나가고 구차하게 피디 따라다니면서 내보내 달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가서는 물  먹고, 번지점프하고, 촟불 끄고.

최진실이나 김혜수가 함부로 나가서 그러는 것 보았나. 그런데 가수들은 그렇지 않다. <지오디>나 <핑클> 등 정상급 가수들 다 나가서 한다. 또한 세계 어디에도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많은 가수들이 한꺼번에 집단적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없다. 한 가수가 노래 한곡 하고 나가면 무대 위에 또 우르르 몰려 올라가서 또 다른 가수가 노래하고, 그렇게 몇 팀씩이나 나오는 프로그램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 그건 그런 걸 좋아하는 대중들의 기호와도 상관 있는 것이다. 뭐든 끼워주는 거 좋아하고 공짜 좋아하는, 쇼라고 하면 가수가 열 댓명 나와서 해야지 정말 쇼라고 생각하는.

종합선물셋트이다.

그렇다. 음악은 TV에서 보는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건 누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가수들 스스로와 기획사, 방송사, 그리고 대중들의 잘못이 총체적으로 만들어낸 부작용들이다. 일본의 경우 대중음악계가 정리가 된 것도 가수의 몸값이 커져서 그렇게 된거다. 방송사에서 <아무로 나미에>를 무대 위에 세우려면 정말 수천만 원 줘야 한다. 일단 그들은 방송사의 시스템으로 큰 게 아니다. 독자적인 기획사의 기획과 음반의 질로 그렇게 된거다. 실제 <우타다 히카루> 같은 경우 방송출연 안하고도 8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는데 그건 순전히 음악의 질로 그렇게 한거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경우 음악의 질이 아무리 좋아도 방송을 통하지 않고는 홍보랄지 그런 면에서 한계가 있는데

그런 문제는 독립적인 공연기획이나 프로모션의 차원에서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의 '사이더스'나 '아이스타' 같은 경우를 보면 그게 조금씩 현실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오디>나 <조성모>의 경우 그런 기획사에서 방송사에 튕기기도 하는 것 같다. 내보내 달라고 해도 주지 않고. 나는 편집음반 만들고 하는 그런 기획사들이 정말 싫긴 하지만 그런 기획사나 프로모션들이 독립적으로 커지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방송사와 맞짱을 뜰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 앞으로 5년 정도 본다.      

미사리에 대해선. 그곳에서 그들은 십 몇 년 전 곡을 재탕 삼탕 하며 과거의 영광에 편승하고 있는데. 창작하지 않는 그들에 대해선? 국내 대중음악계의 기형적 풍토가 그들을 몰아낸 것일까.

아니다. 누군가 총대를 매려고 하지 않아서 그런 거다(웃음). 마음만 먹으면 그런 가수들이 직접 음반을 제작 할 수도 있다. 제작사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거기서 버는 수입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하는 거다. 만들어도 틀어 주지 않는다 이거다. 해보지도 않고. 할 용기가 없는 건지도 모른다. 음악이 맨날 똑같기 때문에. 먼저 돌 맞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요즘 그런 가수들이 나오고 있다. 뭐 소위 386 가수라 해서. 이선희, 이승철, 이문세 등등이 앨범을 내고 있다. 내 생각에 한꺼번에 그런 중견 가수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누구 한사람이 시작했으니까, 옛날에도 그러지 않았나. <최 헌>, <이은하>등이 나올 때 우르르 동시대 가수들이  몰려나오지 않았나. 이제 또 그럴 것 같다.  

실제 386가수니 하면서 어떤 범주를 만들고 그런 이상한 담론을 생산하는 건 언론에서 하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 시류에 무임승차해서 뚜렷한 음악적 동기 없이 요즘의 그런 흐름을 타고 많은 가수들이 음반을 내는 것 같은데, 다양한 음악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386이라는 수사로 도매급으로 넘기는 것 같다.

미사리를 언론에서는 다소 낭만적으로 그리고 있기도 한데. 중년층의 문화 어쩌구 하면서.


그건 절대 아니다. 나도 중년이 돼가고 있지만, 이번 음반에서 「High all over」듣고 좋다는 분들이 많았다. <애즈 원>이 부른 그 노래를. <마이클 볼튼>의 음악은 또 어떤가. <에릭 크랩튼>도 50살이 넘었지만 그의 음악을 20대들도 좋아하고 즐긴다.

요즘 70년대 가수들 모아놓고, 연합공연 많이들 하는데, 조만간 80년대도 할 것 같아서 정말 고민이다(웃음). <이승철>, <이선희>,<이문세>,<들국화>뭐 이렇게 모아 놓고.

http://jabo.co.kr/zboard/


<이선희>나 <이승철>, 혹은 <이문세> 같은 사람들과 당신을 동급으로 놓기엔 사실 그런데. 그런 가수들이야 단순히 음악을 '재생'하는 사람들이지 않은가

글쎄. 뭐 요즘에는 그렇게 같이 이야기 해버리더라(웃음). 기자의 말대로 음악을 재생하는 사람들은 많다. 가수는 넘쳐 난다. 댄서도 그렇고. 정말 자기 음악을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책임을 지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음악적인 흐름 자체도 너무나 천편일률인 것 같다. 아까도 말했듯 <데이빗 포스터>를 흉내낸 곡조들, 가사는 대부분 소녀 취향의 간드러지는 내용들 등 너무 나약한 색깔들이 유행하는 것 같다. 그건 자기들 것이 아니지 않는가. 난 그런 건 싫다. 선이 굵고 남성적인 그런 스타일의 음악을 할 것이다.  

당신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잠시 스튜디오 생활을 했었는데, 현재 국내 스튜디오 세션계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기자의 판단으로 기성 연주자들의 독점이 너무나 심한 것 같은데. 그나마 프로그래밍이 주를 이루어 잘 기용되지도 않는 베이스나 드럼의 경우, 몇몇이 거의 모든 가수들의 음반을 커버하고 있다. 당신의 앨범에도 참가한 베이시스트 신현권이나 강수호 같은 드러머들. 기타의 경우 더 심한데, 몇몇 안면 때문에 서로 연주를 해주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이근형, 샘리, 함춘호 이 세 사람이 출시되는 앨범 80%이상의 기타세션을 해치우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재능 있는 후배 뮤지션들이 등장하기가 매우 힘들 것 같은데.


그럴 수 있다. 내 생각에 요즘 젊은 후배들 중에도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또한 기존의 그런 분들도 후배들을 위해 뒤로 물러나는 분위기인 것 같고.

대체로 재능 있는 후배들이 많은 것 같다. 단지 즉흥성이나 순발력 같은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해결될 것이다. 사실 스튜디오 세션이란 게 경험이다. 누구나 수십 번하다 보면 저절로 된다. 뭐 기타 같은 경우 세션맨들이 연주를 해 놓고 왔는데도 막상 들어보면 음반에서 안들리는 게 부지기수다. 그런 경우 사실 그냥 가서 돈 만 집어오는 거라 볼 수도 있는데(웃음). 그런데 사실 스튜디오에서의 독점의 문제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거의 몇 명이 다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밴드문화가 활성화되면 그런 문제는 나아질 것 같다. 하지만 워낙에 밴드가 통하지 않는 풍토이니까.    

그런데 그 스튜디오 세션계 란 것이 진입장벽이 뮤지션들 사이에선 상당히 높은 곳인데.

뮤지션들 사이에선 그 세션이란 게 사실  '비즈니스'로 통한다. 세션맨들도 비즈니스를 해야 된다. 프로듀서나 작 편곡자들 한테. 그래야 A만 쓰는 사람, 또는 B를 자주 쓰는 사람이 생기는 거다.

그러면 연주자들 자체도 매너리즘에 빠질텐데. 예를 들어 이 가수 음반에서 연주했던 걸 저 가수 앨범에서도 또 하고, 그렇게 되면 실제 음악을 수용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연주를 들을 기회가 차단되지 않을까.

그렇다. 그나마 만들어지는 음악이 다양하지도 않고.

요즘 그런 스튜디오 세션계에서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았는데, 최근에 인상 깊게 보았던 후배 연주자들이 있다면

음, <권진원>씨 밴드에서 연주했던 '홍준호'와 <롤러코스터>의 '이상순' 같은 친구들. 연주하는 걸 봤는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다들 연주력이 뛰어난 것 같다.

사실상 80년대 이후 우리 대중음악은 거의가 마이너 곡조이다. 이게 왜 이런 걸까. 엔카에서 왔을까.

글쎄, 내 생각에는 엔카 보다도 우리나라의 민요 자체가 마이너이다. 그 펜타토닉 이라는 자체가 마이너라 봐야 할 것이다. 선천적인 것 같다.

공중파에 등장하는 댄스 곡들의 경우도 사실상 마이너(단조-편집자 주)계열의 곡인데 비트 만 빠르다. 게다가 이런 여러 곡들을 사실상 모아 놓고 분석을 해보면 거의 같은 곡이라 할 만큼 선율이라든지, 코드편곡이 '모'아니면 '도' 이다.

사실상 같은 곡들이다.

그런데, 기자가 분석을 해본 결과 이번 앨범에선 대다수가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장조-편집자 주)였다. 이건 그런 국내의 풍토를 감안한 의도적인 것이었나. 또한 기자의 판단으로 당신도 감성 자체는 마이너 취향이라 보는데. 예를 들어 이번 음반에서 4도 코드를 마이너로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마이너 정서를 크게 거스르는 것 같지는 않던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건 아니다. 단지 요즘 들어 그런 장조와 단조에 대한 생각이 많다. 장조인데 단조처럼 들리는 그런 화성의 쓰임 같은 것들. 그리고 나도 마이너 감성이라는 기자의 지적은 맞는 것 같다. 그래도 가능하면 곡의 조 자체를 마이너로 잡는 방식은 될 수 있는 한 피하는 편이다. 사는 게 슬프지 않으니까, 단조가 나오지 않는다(웃음)  

음악에도 엄연히 권력 관계가 존재한다. 예컨대, 서구의 클래식은 모든 음악에 우월하다라는 암묵적 동의와 다른 음악진영이 느끼는 열등감. 대중음악 내에서 재즈에 대한 모호한 숭배. 심지어 한 장르 안에서도 그런 흐름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비밥이나 모던재즈를 듣는 사람들은 GRP나 밥 제임스, 혹은 펫 메스니를 쓰레기 취급하고, 지미 헨드릭스나 레드 제플린을 듣는 사람들은 오지 오스본이나 LA 메탈을 바보로 생각하며, 존 메이올이나 프레디 킹, 혹은 스티비 레이본을 듣는 사람들은 에릭 크랩턴을 완전히 바지저고리로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바흐나 모차르트, 더 나아가 쇤베르크나 쇼스타코비치까지 입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이 모든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다.

정말 그런가?  음악에 그런 수직 잣대의 적용이 가능한 것인가?    


글쎄, 클래식이 훌륭한 음악이긴 하지만 그에 대해서 열등감을 가지는 건 너무 잘못된 것 같다. 나는 음악에는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만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렇게 배웠고. 지금의 나는 저런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다할 수 있다(웃음). 그런데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 열등감을 느끼거나 그런 우월관계에 대해 생각하는 건 음악이 잘못이 아니라 사람이 잘못이다. 미국에서 10년을 있었지만 블루스 매니아들 중 한 번도 <스티비 레이본>이 낫다고 하면서 <에릭 크랩턴>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못봤다. 이건 어떤 면에서 음악을 수용하는 매니아들의 문화적 성숙의 문제라 본다. 절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실제 매니아들 사이에선 이런 식의 문제를 가지고 공방전이 오가는데, 심지어 <드림 시어터>와 <라디오 헤드>의 우위를 말하는 이들도 언젠가 얼핏 본 것 같다  

글쎄, 그건 좀 틀리다. 내가 보기에 둘다 뭐 그렇게 썩 다른 것 같지도 않고 우열을 비교하기도 마땅치 않은 것 같다. '존 페투루시'가 기타연주를 잘하지만 <라디오 헤드>의 리프를 연주하라면 못한다.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게 아니다.

그런 식의 비교를 한다면 정말 각 장르 별로 음악을 다들을 수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런 음악간의 우열관계를 말하는 건 옳지 않다. 블루스의 경우 <리드밸리>부터 최근의 <케니레인 쉐퍼드>까지 섭렵하거나, 클래식의 경우 <그레고리안 성가>부터 <스트라빈스키>나 <존 케이지>까지 들어 보지 않고 그런 잣대를 휘두르는 건 틀린거다. 그리고 실제 뭐 음악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사실 자기가 말하는 그 음악의 본질을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사실상 <펫 메스니> 기타연주가 그렇게 뛰어난 건 아니다. 라인이라든지, 프레이즈 같은 것들이 사실 깬다(웃음). 자기 장르 안에서 반드시 사용되어져야 할 그런 프레이즈나 적절한 테크닉, 문법 같은 것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펫 메스니>의 연주에는 그런 게 안들린다.

음악에서 분위기니 필(feel)이니 하며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건 거짓말이다. 음악에 필이란 게 빠져선 안되는 요소인 건 맞는 말이지만, 그 장르 안에서 반드시 나와야할 본질적인 프레이즈가 들리지 않는데도 그걸 필이니 분위기가 어떠니 말하는 거 그게 거짓말이다. 예를 들어 12음 음악을 한다면서 12음은 안나오고 뭐 이상한 발자국 소리나 그런 효과음들만 집어넣고 20세기 음악이네 하는 건 다 거짓말이다. 그래서 장르란 게 생겨난 거다. 평론가나 음악 매니아들이 왜 장르란 걸 합의해 놓았겠는가.

장르란 걸 긍정적으로 보는가

장르라는 건 하나의 음악을 규정하는 언어이다. 예를 들어 말을 한다고 할 때 영어로 말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영어에는 그에 따른 일정한 문법과 단어들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말하면서 일본어를 섞는다든지, 갑자기 불어로 말한다든지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경우 적절한 단어가 나오지 않거나 엉뚱한 어휘를 구사할 때 그걸 필(Feel)이라 봐줘야 되는가 하는 게 문제이다.    

그렇다면 직접 창작을 하는 음악가들의 경우 그런 장르라는 카테고리에 갖혀 정말 독창적인 음악 사고를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 음악의 발전이라는 게 사실상 기존 장르의 크로스 오버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인가.

그러면 현재 가장 독창적인 음악이 있다고 보는가. 기자는 그게 뭐라 생각하는가. 3세계음악? 그것도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음악이다. 아니면 근래의 컨템포러리 재즈에서 쓰는 '4도 리핑' 곡들? 그런 것들도 이미 <쇤버그>가 이미 다 했다.<지미 헨드릭스>는 어떤가. 그의 연주도 사실 50년 말 60년 초에 <커티스 메이필드>가 다 한 것이었다. 그의 음악 역시도 어떤 장르에 대한 사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단순한 장르사이의 교배는 아니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70년대에 「Bitches Brew」앨범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프레이즈를 가져오지 않았나. 그게 전혀 새로운 형태의 퓨전인 건 아니었다. 음악에서 독창적인 사고를 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당신은 이른바 공중파 엔터테이너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 어린 극렬분자들의 지지를 받는 마이너리그 매니아들의 영토에서도 벗어나 있다. 국내 대중음악계의 사각지대에 서있다고 보는데. 당신의 음악을 김세환 이나 윤형주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KBS [콘서트 초대]같은 프로에서 듣는 건 정말 서글픈 일이다. 열린 음악회 같은 곳에 나가서 '풍선'이나 '수요일엔..'같은 곡을 부른다면 당신은 정말 늙어 보일 것이다. 앞으로 입지에 대해서.  

글쎄. 그냥 자연스럽게 활동 할 것이다. 내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음악하고. 사실 <다섯 손가락> 시절에도 사실상 우리는 사각지대에 있었다. '대학 가요제 출신'과 '기성 가수' 라는 그런 틈새에서 활동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었고 방송에서 잘 틀어주지도 않았지만, 처음 10명 앞에서 하던 연주가 1000명 앞에서 하는 공연으로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하면 그냥 해결될거라 본다. 내 음악을, 그 새로운 12곡을 들어본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생각 안 할 것이다. 별로 걱정하진 않는다.

'열린 음악회'의 경우 한번 나가고 싶다. 그런 옛날 노래를 시키긴 하겠지만 그냥 통기타 하나 들고 나가서 해보고 싶다. 거기 80인조 오케스트라의 사운드에 전혀 동의 할 수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노래와 함께하는 그런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내 생각대로 해주지 않고 오케스트라에 맞춰 노래하라면 안나갈것이다(웃음). 얼마전 울산공연을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다른 가수들은 MR틀고 노래하고 춤추고 했는데 난 통기타 딸랑 하나들고 나가서 옛 노래와 새 노래들을 볼렀는데 5곡이나 연주하고 내려왔다. 반응이 너무 좋았다.

입지에 대해선, 그냥 일년에 앨범 한 장정도 내면서 그렇게 음악가로서 계속 이어갈 것이다. 나는 넓은 의미에선 가수일지도 모르지만 남이 말들어서 준 곡을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그런 가수가 아니다. 나는 나의 음악을 직접 만들고, 내가 연주하는 음악가의 길을 갈 것이다. 또한 내가 만들어 놓은 그 결과물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다 .

한 대수는 그의 자서전에 좋은 작곡가이면서 좋은 기타리스트인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썼다. '밥 딜런'은 좋은 작곡가이지만, 어설픈 기타리스트이고, '반 헤일런'은 훌륭한 기타리스트이지만 그의 곡은 엉터리라고 했다. 당신이 그토록 존경해서 곡까지 헌납한 그 한 대수가 자신의 생각을 수정해야 될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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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대자보 59호()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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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05 [16: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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