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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일탈된 과학자로서 꿈을 실현하고 싶다"
줄기세포 조작 혐의 등 4년 구형…황 박사 측 "사실관계 크게 왜곡됐다"
 
강현석   기사입력  2009/08/24 [19:33]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하고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황우석 박사에 대해 24일 징역 4년이 구형되면서 한때 '국민영웅'이었던 황우석 박사가 재기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분위기는 긍정적…'씻을 수 없는 상처'는 남아
 
일단 분위기는 황 박사에게 긍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4월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했으며, 이 계획의 핵심은 황 박사의 연구에 근본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예 취임 초반부터 줄기세포 연구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키로 결정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위기의식이 고조된 것도 사실이다.
 
또, 충북대학교 수의대 정의배 연구팀은 황우석 교수가 만든 NT-1 줄기세포가 가짜가 아닌 체세포복제 기술을 이용한 줄기세포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이를 재판과정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굳이 "황 박사에게 집착해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 맡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검찰이 "황 박사만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지금도 과학자들은 묵묵히 줄기세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이 학계의 연구부정을 일소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재판과정에서 황 박사 측도 일부 과실을 시인한 만큼, 윤리적 비난을 피해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윤리적, 법적 문제로 인해 황 박사가 국내에서 연구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관계 크게 왜곡됐다…기회달라"
 
이날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먼저 이번 사건을 "한 과학자의 올바르지 못한 연구태도와 과욕이 빚어낸 것"으로 규정하고 황 박사가 자신의 예상에 맞춰 과학적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황 박사의 행동으로 사이언스 논문이 취소되는 수모를 당하고 국민적 기대가 컸던 만큼 국민이 받은 정신적 상처 또한 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황 박사의 변호인 측은 먼저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몰려 무슨 말을 해야 용서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거듭 국민에 대한 '석고대죄'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검찰이 황우석 연구팀과 미즈메디 병원의 업무분장조차 구분하지 않는 등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끝으로 "황 박사에게 기회를 줘 국익과 명예를 한꺼번에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황 박사도 재판부가 자신에게 한 차례 더 기회를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황 박사는 "사기와 횡령이라는 혐의가 뒤집어 씌워지면서 유명한 사람들이 재판을 받은 뒤 왜 그런(죽음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지 이해하게 됐다"며 "재판부가 기회를 준다면 일탈됐던 과학자로서의 자세를 곧추세워 열정으로 꿈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줄기세포 논문을 조작해 30억 원 대의 후원금을 타내고, 허위 세금계산서로 연구비를 가로챈 혐의로 황 박사를 지난 2006년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는 300명이 넘는 황 박사의 지지자들이 법정 안을 가득 메웠으며 검찰 구형 도중 일부 흥분한 지지자들이 검찰 측을 비난하며 고성을 질러 퇴장당하는 소란도 빚어졌다.
 
지금까지 3년 2개월 동안 황 박사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43 차례의 법정 공방이 벌어졌고, 재판부가 2번 교체됐으며, 60명 이상의 증인이 법정에 출석했다.
 
황 박사의 선고공판은 오는 10월 1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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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8/24 [19: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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