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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十一世紀映畵讀本] 매트릭스 (The Matrix)
 
박수철   기사입력  2002/03/19 [16:29]
실재(實在)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서 뇌리를 떠나지 않는 하나의 어구이다. 하지만 영화 '매트릭스'는 이런 철학적인 존재와 실재, 그리고 인식에 대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

{IMAGE1_LEFT} 감독인 와쇼스키 형제(Larry & Andy Wachowskis)가 말한 대로 실재하는 것과 내가 알 수 있는 것이라는 물음은 지적인 액션, 폭력 상업 영화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포장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트릭스'라는 2시간 여의 영화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에서 무엇인가를 얻어낸다는 것처럼 우스운 이야기도 없는 것 같다. 물론 그것이 꼭 인생의 성찰을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재미를 얻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에서는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영화가 너무나 지적인척 하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화려한 촬영과 특수 효과이다. 예고편에서 우리에게 맛보기로 보여주었던 그 화려한 촬영은 실제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진다. 미래의 암울한 분위기와 그것을 잡아내는 촬영 감독 빌 포프(Bill Pope)의 능력은 이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선 느낌마저 든다. 또한 컴퓨터 그래픽 화면을 통해 오락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물은 정지하고 화면이 360도 회전하는 신기에 가까운 장면도 120여대의 스틸 카메라를 이용하여 데드 타임(Dead Time)이란 기법으로 우리의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그 유명한 네오(Neo, Keanu Reeves)의 총알피하는 장면 역시 기대에 걸맞은 멋진 장면을 보여 준다.

'매트릭스'는 이러한 최첨단의 촬영과 특수 효과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영화이다.하지만 '매트릭스'의 이야기 구조는 이런 멋진 비주얼에 비하면 그 격이 떨어진다. 와쇼스키 형제의 전작인 '바운드(Bound)'의 이상야릇한 이야기와 반전에 비하면 '매트릭스'는 가장 유명한 베스트 셀러인 성경의 이야기 구조 -정말 어찌 보면 키아누 리브스는 이 세상을 구원해줄 예수 그리스도와 너무 많이 닮아 있다-에 그전의 SF 영화에서 숱하게 보아온 미래에 대한 묵시록적인 모습, 그리고 중세의 데카르트 철학을 군데군데 심어 논, 폼 나지만 들을 것 없는 그런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IMAGE2_RIGHT} 따라서 이러한 이야기 구조의 재미를 다른 부분에서 만들어 내기 위해 '매트릭스'는 끊임없이 기존의 영화들의 이미지들을 최첨단 기법으로 세련되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전투신은 마치 발레의 한 부분을 보는 것처럼 웅장하고 고귀해 보인다. 그리고 할리우드가 언제나 감탄하는 중국 쿵푸(Kung-fu) 영화의 신기에 가까운 묘기와 격투 장면들은 할리우드의 최첨단 CG 작업을 통해서 훨씬 정교하게 다듬어져 보여진다.
하지만 영화 '매트릭스'는 이 모든 것들 속에서 헤매다가 어느 순간 영화 속의 모든 문제는 해결되고 다시 현실의 세계로 뚝 떨어진 버린 후 영화는 끝나버린다. 이게 뭐지? 정말 황당하다. 정말 실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의 내러티브는 오직 액션과 폭력에 의존한다. (Violence can be a great storytelling tool.) 그리고 그 액션과 폭력은 현대의 테크놀로지에 의해 생명을 유지한다. 그럼 지금 여기에서 발 딛고 사는 우리는 무엇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게 되려나.

* 본 글은 대자보 13호(1999.6.7)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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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19 [16: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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