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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 절강성의 문화교류 역사 살펴보기
[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한국과 중국은 새로운 '교류 역사'를 써야할 때
 
이대로   기사입력  2009/08/08 [13:19]
한국과 중국은 정치, 경제, 지리, 역사, 인종 면에서 아주 가까운 이웃 나라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많은 사람이 오가고 서로 문화를 주고받은 긴밀한 관계였다. 불교가 한국에 전해졌고, 무역이 활발했으며 어떤 때는 다투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웃사촌인데 일본제국이 한국과 중국을 침략한 뒤부터 100년 동안 아주 먼 나라가 되었다. 일제가 물러간 광복 뒤엔 이념과 사상, 정치 체제 때문에 서로 오가지도 못하고 장막 속에 살았다.
 
그러나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면서 양국의 문이 열렸고, 1992년 정식 수교가 되면서 정치, 문화, 경제, 관광 쪽에서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고 중국 조선족이 한국에 가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 200만의 조선족과 70만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이제 한국과 중국은 문을 더 활짝 열고 새로운 교류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절강성 소흥 절강월수외대에 근무하면서 그동안 보고 느낀 양국의 공통점을 살펴보련다.
 
1. 역사 흔적 들
 
양 국 교류 역사에서 불교가 가장 긴밀했을 것이다. 역사기록에도 있고 남아있는 흔적이 여기저기 많다. 그 가운데  내가 중국 소흥에 2년 동안 살면서 보고 느낀 몇 가지만 기술하련다.
 
가. 항주 고려사
 
▲ 항주 고려사     © 이대로

중국은 2007년 5월 1일에 절강성 항주 서호 근처에 있는 고려사를 다시 지었다. 항주 고려사는 한국의 고려 의천(1055-1101) 대각국사가 공부한 인연으로 ‘고려사’라고 이름이 붙인 절이다. 의천은 고려 제11대 문종의 셋째 왕자로 태어나 11살에 스님이 되어 불경 공부를 많이 했고 30살에 중국 송나라로 밀항해서 14달 동안 불경공부를 했다.
 
항주 상주사 주지 정원(1011-1088)으로부터 화엄경을 전수받고, 혜인원에 화엄교장을 설치하고 책 7500여 권을 비치했는데 그 경비를 의천 대각국사가 지원했다고 한다. 그 공적으로 그 후에 혜인원은 ‘고려사’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근래에 그 절이 없어졌다가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고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게 되니 이 절을 재건하고 ‘혜인고려사’라고 간판을 달았다.
 
나. 마애삼존불
 
▲ 백제시대 만든 한국 서산 마애삼존불. 중국과 교류가 빈번한 한국 서해안 지역에 많다.     © 이대로

한국의 신라와 백제 시대에 만든 마애삼존불이 중국을 바라보는 서해안 여러 지역 여러 곳에 있다. 그 시기에 중국에서도 마애삼존불이 있었다는 걸 상해박물관 유물에서 보았다. 그리고 2년 전 절강월수외대에서 함께 근무하는 리광인교수와 회계산에서 마애삼존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고향에서 보던 마애삼존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분명히 한국의 마애삼존불과 연관이 있는 불교 유적일 것으로 보였다. 절강월수외대 대우문화연구소에서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연구해 밝혀주길 바란다.
 
다. 지장보살
 
▲ 지장보살     © 이대로

지장보살은 한국에서 불교 신자들이 숭배하는 부처다. 특히 신라사람 김교각이 중국 구화산에서 승려 생활을 하다가 죽은 뒤에 지장보살로 환생했다는 설이 있어 지장보살을 더욱 좋아한다. 중국에서도 지장보살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한중 우호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에서도 회계산을 불교 성지로 알고 있다. 불교인과 역사학자들이 이 분야를 깊게 연구하길 바란다.
 
라 .근대 한,중 교류와 우호 관계
 
▲ 대한민국 임시정부 항주 구지 유적지     © 이대로

일본 제국이 한국을 점력하고 중국을 침략하면서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상해에서 처음 임시정부를 세우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본군 사령관을 응징하면서 한국 임시정부는 항주와 가흥으로 옮겨 피난생활을 하게 된다. 그때 중국 인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중국 상해 절강지역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고마운 지역이다. 이 또한 한, 중 우호협력시대를 여는 데 좋은 역사 흔적이고 일본보다도 한국과 중국이 더욱 가까워져야 할 증거다.

2. 전설과 풍습

가. 심청전과 영파의 심원
 
한국에서 심청전은 매우 유명한 구전 소설이다. 중국 소흥에 와서 리광인 교수로부터 중국 진나라 무역선이 한국 백제에 드나들 때 심청이 앞 못 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중국 절강성 주산군도 심국공한데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왔다는 소설 관련 유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한번 절강성 지역과 한국과 역사, 지리상 관련이 깊은 곳이란 느낌을 받았다.
 
나. 쌀로 당근 술 소흥주와 한국의 전통 술 막걸리
 
▲ 소흥시 황주 박물관에 전시된 고급 술(쌀로 만듬) 고월용산의 술값이 한국 돈으로 한 병에 100만원에 가깝다.     © 이대로
 
▲ 술 담그기 모습 - 술밥에 누룩을 섞고 물을 붓는다.     © 이대로

한국에서 쌀로 당근 막걸리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전통술이다. 그런데 소흥 평수에 가서 우리 막걸리와 똑 같은 쌀 로 담근 맑은 술을 보고 놀랐다. 소흥주와 또 다른 술로 담근 술이었다. 한국에서 막걸리를 담글 때 먼저 떠먹는 맑은 술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절강성 지역 농촌에서 이 쌀 술을 많이 담가 먹는다는 말도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들었다.
 
절강성 오진 동책풍경구에서 이곳 황주가 술밥을 누룩과 섞어 독에 넣고 발효해서 만드는 것을 보고 친근감을 느꼈다. 한국에서 쌀 술을 담그는 것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걸 보고 기뻐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함께 간 선생들이 술을 좋아해서 그런 줄만 알고 놀리기도 했다. 양국의 곡주 담그는 문화는 수 천 년 전부터 서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다. 명절과 놀이 문화

한국과 중국은 명절과 놀이문화가 비슷한 게 많다. 설날,청명,단오,추석,동지 들은 말할 거 없고 연날리기,제기차기, 바둑과 장기두기 들이 유사하다. 
 
▲ 소흥시 거리에서 공연하는 월극을 공연하는 천막극장, 한국에서도 이런 거리극장이 있었다.     © 이대로

라. 한국 경주 포석정과 중국 소흥시 난정의 유상곡수
 
중국의 명필 왕희지는 친구들과 함께 물 위에 술잔을 띄워 술잔이 자기 앞에 오는 동안 시를 읊어야 하며 시를 짓지 못하면 벌로 술 3잔을 마시는 잔치인 유상곡수연(流觴曲水宴)을 하였는데, 한국의 경주 포석정은 이를 본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 한국 신라시대 만든 경주 포석정 수로곡석 사진, 폭과 길이가 소흥 난정에 있는 것과 비슷하다.     © 이대로

마. 언어 흔적과 혈연관계
 
한국말에 “어서 어서 와라.”라는 말이 있다. “빨리 빨리 와라.”와 똑 같은 말이다. 그런데 중국 절강성 지역에서도 ‘빨리’라는 뜻으로 ‘어서’라는 말을 쓰는 데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쓰지 않는 절강지역 말이라고 한다. ‘양말’이란 말도 중국 절강지역에서만 똑같이 쓰고 있다고 한다.
 
내가 4년 전에 중국 상해에서 영파로 가는 야간열차를 아내와 함께 타고 가는 데 기차 칸 한쪽에서 경상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거 같은 소리가 들렸다. 한국 사람은 어디나 많이 가있는데 여기도 있구나하는 생각으로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서 가까이 가보니 중국 사람들이 하는 말인데 말 흐름이 멀리서는 꼭 한국 경상도 사람들이 하는 말로 들렸다. 앞으로 언어학자들이 이 문제를 깊게 연구하길 바란다.
 
또한 오늘날 한국에서 중국어의 인기가 대단하다. 대학 중국어 학과에 들어가려면 영어과나 일본어과 보다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들어갈 수 있으며 중국어를 배우려는 일반인데 많이 중국어 학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어 인기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학과가 설립된 대학이 200개가 넘는다는 말도 있고 우리 절강월수외대는 한국어학과 학생이 1000명에 이르렀다.
 
양국의 서로 말과 문화를 배우고 이해할 때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에는 절강성 지역과 관련된 고사성어가 많이 쓰이고 있다. 오월동주, 와신상담 들이 그 대표가 되는 말이다. 이 지역에서 살고 태어난 왕희지나 서희, 노신과 장개석과 주은래 같은 현대 인물도 한국인들이 많이 알고 있어 이곳에 친근감을 더해준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엔 옛날 조상이 오간 흔적이 많다. 한국에 우씨와 남씨, 주씨, 추씨, 오씨,진씨 등 중국 성씨가 많이 살고 있고, 중국 절강 지역에 많이 사는 김씨도 한국 김씨와 연관이 있을 거로 보고 있다. 이 또한 한국 우호협력에 좋은 끈이 될 거로 믿는다. 혈족 관련 교류 문제도 더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3. 마무리 말
 
 “새로운 이웃사촌 시대를 열자.”
 
한국과 중국은 지난 역사 이래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였다. 이제 수천 년 역사 흔적을 찾고  끊긴 교류의 끈을 다시 이어가자. 쉬운 거부터 하나씩 찾아 그 걸 매개로 연결고리로 삼자. 이제 사상과 이념을 가지고 다투던 냉전시대도 갔고, 싸우고 지배하는 시대도 아니다. 유럽 연합처럼 국경도 없이 서로 마음대로 오가는 새로운 동양 시대를 만들자.
 
정치, 문화, 교육, 경제 교류가 많아지고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새 시대가 열렸다. 중국 절강성지역과 한국이 얼마나 역사, 지리, 혈연관계가 깊었는지 절강월수외대 대우문화연구소가 찾아 한중 우호협력 증진의 실타래를 풀어주기 바란다. 중국 절강 상해 지역의 영파, 이우, 항주, 소흥 등에 한국인들이 많이 가서 살고 있다. 이제 싸우고 경계하지 말고 앞으로 유럽 연합처럼 더욱 가까워지고 서로 도우며 살았으면 좋겠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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