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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동성애자는 성 관계를 할 수 있을까?
[진단] 이중의 억압에 멍드는 장애인 동성애자, 막힌 소통 풀어야
 
이훈희   기사입력  2009/07/09 [19:09]
2002년 7월 26일 ‘한국동성애자연합’이 발족했다. 
 
같은 날 사회당(현 한국사회당)은 논평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억압받는 요소가 말도 못하게 많다.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억압받는 요소가 엄청나게 많다. 더욱이 동성애자는 사회적 시민권조차 획득하지 못한 상태다.”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장애인이면서 동성애자라면 그가 받는 억압은 도대체 얼마나 무거울까.
 
김민수(가명, 42) 씨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김 씨는 게이빠에 들어갈 때가 싫다고 말한다. “소아마비이지만 앉아 있으면 장애가 있는 줄 몰라요. 하지만 게이빠는 보통 지하에 있거나 2층에 있어서 계단을 걸어야 하거든요. 어떤 곳에선 제가 술집을 잘못 찾아온 사람인지 알고 돌려보내려 하더라고요.” 동성애자 중에 장애인을 본 적이 없어서 발생한 일이다.
 
실제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빠’는 찾기가 불가능하다. 오성광(가명, 38) 씨는 전화통화에서 “빠에서 장애인을 본 일은 없다”면서 “개인적으로 장애인과 동성애를 연관시켜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빠는 특히 공개적인 장소에 노출하기 힘들기에 편의시설이 갖춰진 건물에 임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 (자료사진)     © CBS노컷뉴스

“청각 장애인도 같은 사람인데 왜 이반이 없겠습니까”
 
포털 사이트 다음의 ‘청각 장애인 이반(게이를 지칭하는 은어) 카페’는 한국 사회에서 극소수에 불과한 장애인 동성애자 모임 중 하나다. 이 모임에 회원으로 가입한 비장애인 동성애자들은 새로운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청각장애인들 중에도 이반이 있다는 걸 몰랐네요” 이에 한 회원은 이런 댓글을 달아놓았다. “청각장애인도 같은 사람인데 왜 이반이 없겠습니까.”
 
청각 장애인 중심의 모임이다보니 게시판에는 장애 유형의 글도 곧잘 올라온다. “인공 와우 이식수술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등등.
 
‘터프가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모임의 회원은 가입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저 청각장애인입니다. 전혀 말 못하고 귀가 안 들려요. 전 수화입니다.” 이것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수화를 사용할 수 있고, 수화 사용이 자연스러운 동성애자 모임의 일상적 풍경이다. 
 
장애인 동성애자는 성 관계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고...     
 
외국의 경우 장애인이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하는 일은 흔하진 않지만 간혹 있다. 장애인이 동성애자라 해서 공개적으로 배타하지 않기 때문. 게이 퍼레이드에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일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또 동성애자 단체에서는 장애인 동성애자가 겪는 이중적 억압을 휠체어에 무지개 색을 넣어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장애인 동성애자의 커밍아웃은 상상조차 어렵다.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이미 동성애자 사회에서마저 장애인은 호기심의 대상이란 것. 김 씨는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관심은 내 장애에 관한 것이에요. 심지어 성 관계는 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지요.”
 
다행히 비장애인 중심의 동성애자 사회에서도 장애인 동성애자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5년 7월 게이 모임인 ‘친구 사이’에서는 장애인 게이와의 소통을 위해 수화교실을 연 바 있다. 친구 사이는 그 취지에 대해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장애인 이반들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더 주변화된 위치에 놓여져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장애인 동성애자의 위치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있다. 그나마 청각 장애인 동성애자를 위한 수화교실은 한번 반짝 문을 열었지만, 뇌성마비와 척추장애, 지적 장애 등 다른 어떤 유형의 장애 동성애자를 위한 소통은 계속 닫혀 있기만 하다. 
 
“장애인 중에 동성애자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10여년간 장애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 이윤호(46) 씨는 성추행을 했다는 이유로 시설에서 쫓겨난 지적 장애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동성애적 성향이 있더라고요. 남자만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장애인을 성추행했어요. 봐주고 말 것 없지요. 두들겨 패서 집으로 쫓아 보냈어요.”
 
만약, 이 장애인이 시설에 들어가지 않은 채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자신의 성 정체성을 향유할 수 있었다면 성추행을 할 이유도, 두들겨 맞을 이유도 없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 성인이 되어도 성 관계는 커녕 무성의 존재로 잊혀져 살아야 하는 시설 장애인이었기에 결국은 성추행에 추방까지 당해야 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이종희(가명, 28) 씨는 “동성애자라고 해서 장애인 동성애자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건 억지다”라고 일침을 놓으며, “나는 사회적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 장애인이 시설에 있는 건 당연한 줄 알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하지만 장애인 중에 동성애자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할 수 있다”며. “장애인 동성애자가 권리를 찾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인권이 향상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비장애인 동성애자조차 ‘정신병자’로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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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7/09 [19: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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