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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부자세금 100조 줄여주고 '재산기부' 생색?
청계재단 절반은 국민의 몫…말로는 조건없는 기부, 실제는 측근이 관리
 
이훈희   기사입력  2009/07/07 [15:27]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12월 7일 대선 당시 약속했던 재산 환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하되,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한 이 대통령은 6일 자신의 아호를 딴 ‘청계재단’을 건립해 40억원대의 가회동 ‘집 한 칸’을 뺀 331억원대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주장한 것.

재단설립추진위 송정호 위원장은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대통령의 출연 재산으로 장학 및 복지사업을 펼치기로 했다며, “우리사회에서 재산기부가 지니는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계재단의 절반은 국민의 몫

이 대통령은 청계재단을 공익재단으로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공익재단은 출연 자산에 대해 상속·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상속·증여세의 최고 세율이 50%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약 출연 재산 331억을 자식에게 유산 상속했을 시 약 165억원 가량이 세금으로 징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청계재단은 처음부터 국민에게 환원될 세금 165억원이 온전히 면세된 채 설립되는 것. 전문가들이 이러한 공익재단의 절반은 국민의 몫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자신의 논현동 자택을 제외한 331억원 상당의 재산을 청소년 재단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 청와대 자료사진

공익재단의 면세 성격이 어떻든, 청계재단의 설립은 확실해졌다. 때를 같이해 문화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직 대통령이 대부분의 재산을 재임 중 사회에 기부한 것은 국내는 물론 외국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 국내 기부문화 발전의 밀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말로는 조건없는 기부, 실제로는 측근이 돈 관리

현직 대통령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확인해보지 않아 이 대통령이 최초인지, 두 번째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재벌이 공익재단을 만드는 건 허다한 일이다. SK 그룹의 한국고등교육재단, SKC의 2004년 설립한 선경 최종건 재단, 롯데의 장학재단과 복지재단, 삼성의 문화재단, LG의 연암문화재단과 복지재단, 상남언론재단 등등.

이들 재단의 공통점은 투명성과 신뢰가 없는 반면, 자산의 규모는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35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공익재단이 막대한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며, 재벌 지배구조의 한축을 담당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국민의 세금으로 공익재단이란 명분으로 재벌회사의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겉보기에 청계재단은 이 대통령 자신의 증여세 회피와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 자서전을 통해 밝혔다시피,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도 있다. 어차피 지난해 있은 ‘공직자 보유재산 변동신고’ 때 이 대통령의 장남은 재산 고지를 거부해 자수성가를 해 얼마를 벌었는지도 알 수 없다.

단, 청계재단 임원에 말 많고 탈 많은 인물이 다수 있다는 것이 주목된다. 논문 표절과 땅 투기 문제로 물러난 박미석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모교에 나랏돈을 지원해 물의를 일으킨 김도연 전 교과부장관, 이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 변호사 등이 그들이다.

이쯤 되면, 이 대통령이 기부를 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기부를 하면 더 이상 호주머니 속의 자기 돈이 아닌데, 왜 측근들이 ‘돈 관리’를 하게 하는지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속시원한 해명은 없다.

측근이라고 재단 임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공익재단이 ‘재산 불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측근을 임원으로 박아 재단을 좌지우지하며 공적 재산을 ‘사유 재산’으로 가로챈 일들이 워낙 빈발해 이 대통령의 바람처럼 기부 문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기 위해서라도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부자들 세금은 100조원이나 삭감

이 나라에서 기부란 ‘탈세와 횡령에 대해 법망을 피하는 면피용 수단’이란 새로운 개념이 있다. 현대이고, 삼성이건 걸핏하면 휠체어 타고 나와 기하학적인 사회적 기부를 하겠다고 기자회견을 가지고, 세간의 눈을 의식하며 공익 재단을 차리기 일쑤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해비치 사회공헌 문화재단이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나 모두 이 새로운 개념의 창조물이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7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 발표가 “여러 모로 착잡한 심정”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노 대표는 인터뷰에서 “당시에 BBK 사건이라든가 도곡동 땅 사건이라든가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었다”며, “의혹을 일소시키는 어떤 차원에서 사실은 이 재산 기부 약속이 공약처럼 제시되었던 것”이라며 순수한 재산 헌납이 아님을 강조했다.

또 이 대통령이 종합 부동산세 완화 및 법인세 인하 정책으로 “부자들 세금을 임기 중에 약 100조 정도 깎아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그로 인해서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복지 예산이 줄어들었고, 세수 부족으로 인해서 지금 서민들도 함께 부담하는 간접세 인상도 검토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문화부가 성숙한 기부문화로 치켜 올린 시라크 재단의 진실

청계재단과 관련되어 청와대의 여론 몰이는 드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참에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이 자료에서 문화부는 “자본주의 성숙 과정에서 기부와 자선활동이 사회지도층을 평가하는 사회적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프랑스 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시라크 공익재단’을 예로 들었다. 파리 시장에서 대통령 당선, 공익재단 설립까지 이 대통령의 궤적과 유사하다.

문화부의 충성심이 너무 앞섰을까. 현재 시라크는 많은 부정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이 파리 시장에 재임 중이던 당시 자신이 당수를 맡고 있던 공화국연합 간부 20여 명을 파리시청 직원인 것처럼 허위 등록해 시청과 사기업에서 급여를 지급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 2006년 프랑스 현지 주간지는 시라크가 도쿄스탠더드 은행에 740억원 상당을 예치했다고 폭로했고, 이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사법기관은 정보기관 대외안보총국 본부를 압수 수색하기에 이르렀다.

현지 언론은 90년대부터 시라크에게 740억원이나 ‘안전하게’ 전달한 곳이 명분상 문화적 사업을 펼치는 공익재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아프리카의 빈곤 퇴치 등을 지원하겠다며 지난해 발족한 '시라크 재단' 설립을 도운 사람은 미셸 캉드쉬 전 국제통화기금(IMF) 사무총장이다. 지난 98년 ‘한국 경제 식민지 총독’이라고 불린 캉드쉬 그리고 그가 맡았던 국제통화기금은 “피를 흘리는 환자에게 제공된 흡혈귀와 똑같은 존재”라고 혹독하게 비판되는 기구다.

시라크 재단이 유독 서아프리카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불편한 시각도 있다. 이 지역에 유전이 많기 때문. 매장량 12억 배럴로 서아프리카 최대 유전인 가나 주빌리 유전이나 지난해 한국 석유공사가 4억3,000여만 달러에 인수한 콩고 엠분디 유전 2,900만 배럴 분량도 모두 서아프리카에 위치한다.

실제 시라크는 대통령으로 재임 중인 96년에서 97년까지 석유를 위해 콩고의 전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를 독자적으로 지원해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시라크가 대통령 퇴임 후에도 석유와 관련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는 아프리카에 대한 프랑스의 대외원조는 석유와 광물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기 때문. 시라크 재단은 전직 대통령에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지닌 캉드쉬까지 포함된 대외원조 재단이다.

이 대통령 뜻 살려 경기도 의원들도 무상급식 실시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계재단이 걸어야 할 가시밭길은 참으로 멀다. 국민들의 시각 또한 곱지 않다. 네티즌 ‘궁민’은 “공익재단 만들어 MB 일가가 자자손손 이사 자리 독식하면 뭔 사회 환원이요? 그 재단이 사립학교 세워 면세해택과 재정지원 받으며 자자손손 수익사업하면, 그냥 상속과 다를 바가 없소.”라고 추정했다.

네티즌 ‘단언’은 “포장만 그럴 듯 할 뿐 면피용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묘 “제대로 하려면, 자기측 인사는 모두 제외시키고 오히려 반대쪽 인사들에게 재단 운용을 맡기고 감사는 중립 인사들이 맡아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안하느니 못하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다.

청와대의 맹주에서 기부 천사로 변신한 이 대통령이 찬양을 받든, 오해를 받든 중요한 것은 청계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가 소외계층 초·중·고생의 식비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일부를 제외한 경기도 교육위원들은 “밥 굶은 학생이 없다”며 무상 급식비를 절반이나 삭감했으나, 7월 7일 경기도 의회에서 삭감된 급식비 예산이 본회의에 상정되어 한나라당 도의원들이 동의만 하면 다시 원상복구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뜻을 살릴 수 있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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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7/07 [15: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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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p 2009/07/08 [21:08] 수정 | 삭제
  • 이명박이 재단을 만드는 것은 재산기부가 아니다. 육영재단이 사회에 기부한 건가? 사위, 측근들을 운영진으로 만든 건 결국 자기 뜻대로 돈을 쓰겠다는 거다. 재벌들의 탈세와 재산대물림의 주요한 방법이기도 하다. 재산기부는 지금 있는 사회복지단체나 기부단체에 돈을 내는 거다. 이명박이 한 건 재태크다. 기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