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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十一世紀映畵讀本] 우나기 (うなぎ)
 
박수철   기사입력  2002/03/19 [16:07]
{IMAGE1_LEFT}일본 영화 개방 이후로 세 번째 우리가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는 바로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의 '우나기'이다.  기타노 다케시(北野 武)감독의 하나비(HANA-BI), 구로사와 아끼라(黑澤 明)감독의 '카게무샤(影武者)' 2편의 전 개봉작들은 들떴던 기대와 달리 흥행에서는 참패를 면하지 못했다.  사실 이런 기대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일본 영화라는 하나의 증후군에 기댄 추측일 뿐이었다.  

3번째로 개봉되는 '우나기'도 역시 흥행보다는 영화 자체에 대한 재미로 다가서야 제대로 이 영화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우나기'의 감독인 이마무라 쇼헤이는 구로사와 아끼라,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郞), 미조구찌 겐지(溝口健二)로 대표되는 일본 영화에서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가지고 자신만의 자리를 튼튼하게 유지하고 있는 감독이다.  물론 상복도 있다. 1983년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로 칸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후 다시 '우나기'로 칸느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다.  물론 매번 말하듯이 賞이 전부를 말해주지는 않지만..... 사실 '우나기'의 칸느 영화제에서의 수상은 전혀 예상되지 못한 것이었다.  

영화 자체는 정말 지극히 단순한 내러티브의 구성과 그 안의 인물과 사건들도 평면적이고, 단순히 보면 정말 MBC 베스트 극장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 부인을 죽이고 모범수로 가석방된 한 남자의 자의식과 또 다른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자신에 대한 괴로움으로 영화는 전개되고, 그 영화 속에 남자가 지니고 있는 우나기[뱀장어]에 대한 관객들의 궁금증은 증폭된다.  사실 이 영화에서 모든 이미지가 집약되어 있는 것은 바로 이 뱀장어이다.  뱀장어는 때로는 주인공 남자 자신의 환유체로. 때로는 일본 사회에 대한 감독 자신의 잣대로서 보여진다.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그러나 사람들의 손을 빠져나가는 뱀장어의 미끈거림 그것이 바로 감독 자신이 일본을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인 것이다.

{IMAGE2_RIGHT}이발소에서 한바탕의 소란이 끝을 맺고, 사람들은 조그마한 광장에서 춤을 추며 노래한다.  그리고 뱀장어는 주인공의 손에서 바다로 놓여진다.  또 다른 사랑과 삶을 보장하는 듯한 이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자유를 느낌과 동시에 또 다른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의 그들만의 세계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낀다.  그들은 그들 자신만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겠지만 만약 그 공간을 벗어난다면...... 다시금 살인과 폭력의 세계로 빠져버리지는 않을지..... 하지만 그 동안 영화 전개 과정 속에서 드러났던 인물들의 인간적이고 순수한 모습들을 떠올려 본다면, 이런 걱정들이  기우였음을 알게 된다.  결국 감독이 마지막까지 영화에서 기대고 있었던 것은 이러한 '인간적인 모습' 바로 휴머니즘이 아니었을까.    

'우나기'는 특별하진 않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깔끔한 극적 구성과 인물들의 캐릭터, 연기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잘 뒷받침하는 촬영 등 일본 영화의 특징인 깔끔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런 깔끔한 속에 감독의 철학이 숨어있고, 그것을 관객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영화 안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 일본 영화에 대한 선입견인 과도한 섹스와 폭력은 이 영화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신 왜 일본 영화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는가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그것이 흥행이 아닌 작품으로서....

* 본 글은 대자보 10호(1999.5.1)에 발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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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03/19 [16:0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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