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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패권주의, 경상도를 어찌할 것인가?
[이태경 칼럼] 영남패권주의 퇴치없이 진보․개혁진영 정권탈환은 불가능
 
이태경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이명박 정권의 거듭된 실정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정권의 지지율은 30%내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잠시 민주당에 역전 당했던 한나라당의 지지율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이에 힘입은 탓인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국정 운영기조를 바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보궐선거의 패배도 이들에게 반성의 계기가 되지는 못했다.  

이들은 비록 전투-보궐선거나 지방선거-에서는 패할지 모르지만 전쟁-총선 및 대선-에서는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힌 것 같다. 역대 최악의 정부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지탱해주고, 총선 및 대선에서의 필승을 보장하는 것은 무엇일까?  

경상도의 힘?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경상도이다. 이를 영남패권주의로 고쳐 불러도 좋을 것이다. 흔히 지역주의라고 하지만 지역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경상도가 머리가 되서 전라도를 포위․고립시켜 왔고 현재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남에 대한 홀대와 편견은 유서 깊은 것이지만, 건국 이후 한국사회에서 지역주의가 의미 있는 정치적 프로젝트로 등장한 것은 박정희가 DJ와 맞붙었던 71년 대선인 것으로 보인다. 
 
▲    ©CBS노컷뉴스

박정희가 장기집권을 위한 정치적 기획으로 채택한 지역주의-정확히 말해 영남에 의한 호남 고립-를 박정희의 후예들은 선거에서의 필승을 위한 전략으로 적극 활용했는데 이는 매우 영민한 선택이었음이 경험적으로 증명된다. 87년 대선 이후 치러진 총선과 대선에서 경상도는 수적 우위가 선거에서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대선에서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유권자들의 수 보다 훨씬 많은 경상도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후보를 꺾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DJ나 노무현 같은 걸출한 지도자조차 다른 지역에서의 압도적인 우위, 외환위기 및 남북관계의 급격한 경색 등의 외부 호재만으로는 부족해 이인제나 김대업의 도움(?)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라. 하늘이 도와 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경상도를 기반으로 여당을 능가하는 힘을 갖춘 야당의 존재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늘 어렵게 했다. 또한 한나라당-이전에는 신한국당-에 대한 경상도 유권자들의 묻지마식 지지는 한나라당이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발전하는 것도 방해하고 있다.  

이쯤되면 한나라당에 대한 경상도-경상도에 거주하거나 경상도 출신-유권자들의 지극하고도 한결같은 편애의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군사변란을 일으켜도, 제 동포들을 학살해도, 국가를 파산시켜도, 제아무리 큰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도, 민주주의를 질식시켜도, 남북관계를 파탄내도, 강․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펴도 변함없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경상도 유권자들의 집단 멘털리티 기저에는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 것일까? 

영남패권주의는 인종주의의 아류 

‘유사(類似)인종주의’라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영남패권주의가 경상도 유권자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이 아니고는 한나라당에 대한 경상도 유권자들의 흔들림 없는 지지와 애호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다.  

특정 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생래적으로 우월하고, 선천적으로 우월한 특정 인종이 다른 인종을 지배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관념적 신분의식을 ‘인종주의’라고 규정할 때 경상도 유권자들의 집단적 멘털리티는 ‘인종주의’에 매우 가깝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확립된 영남 위주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질서는 경상도 유권자들에게 정권은 항상 자신들이 장악해야 하고 대한민국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만들었다.  

물론 한국사회 주류에 편입된 영남사람들은 기실 거의 서울에 살지만 정작 경상도에 남아 있는 영남인들에게는 경상도가 다른 지역을 지도하고 다스려야 한다는 봉건적 신분의식이 체화된 것처럼 보인다. 선거 때면 불거지는 반(反)전라도 선동이나 국민의 정부 시절 한나라당에 의해 근거 없이 자행됐던 정부 공격에 경상도 사람들이 그리도 쉽게 동조했던 것은 ‘인종주의’의 주요한 특질인 비합리성과 감성에 휩쓸린 탓이 크다.  

‘유사인종주의’의 일종이라 할 영남패권주의를 퇴치할 방법이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영남패권주의는 누구나 비판하지만 지금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인종주의의 아류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영남패권주의에 감염된 경상도 유권자들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서는 진보·개혁 진영이 한나라당을 누르고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도, 어렵사리 탈환한 정권을 재창출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선거지형과 정치지형에서 지역주의-특히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해법 없이 진보·개혁적인 이상을 구현한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진보·개혁진영은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기사입력: 2009/06/18 [18:1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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