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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이중잣대'…촛불은 불법, 가스총은 합법?
'5살 촛불=불법' 운운하던 경찰, '가스총'엔 모르쇠…"보수단체의 지팡이"
 
취재부   기사입력  2009/06/16 [17:39]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철거하겠다며 보수단체 회원들이 15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것과 관련, 경찰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부터 '용산참사'와 관련한 집회, 최근의 '6.10 범국민대회'에 이르기 까지 경찰이 보여준 과잉진압과 원천봉쇄 등을 놓고 봤을때, 이명박 정부가 보수단체의 집회에는 너무나도 수수방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 '5살 배기 촛불'이 불법이라던 경찰, 보수단체 가스총 발사에는 수수방관

국민행동본부 애국기동단 회원 등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은 15일 오후 5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기습시위를 벌였다. 자원봉사자들이 고인의 49재 까지 운영하겠다고 밝힌 노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철거하겠다는 게 시위의 주된 이유.

이들은 이날 대한문에 도착하기 앞서, 서울역 광장과 여의도 문화방송 본사, 나아가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에서 게릴라식 기습 시위를 갖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강력 규탄했다.
 
▲ 서정갑 본부장이 15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가스총을 발사하는 모습.     © CBS노컷뉴스

특히 대한문 앞에선 철거를 시도하려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자원봉사자들 간에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으며, 경찰은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경력과 전경버스를 이용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과정에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하늘을 향해 가스총 3발을 발사하기도 했으며,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찰벽 돌파를 시도하는 등 시민분향소 현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문제는 경찰이 서 본부장의 '가스총 발사' 행위 등에 대해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다는 것. 또 일부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현수막 등을 칼로 훼손했으나, 이에 대한 중단 명령이나 강제해산 지시를 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범국민대회 당시, 대한문 앞 도로에 나온 일부 시민들을 본 행사가 끝나기도 무섭게 강제해산 작전에 돌입했으며, 이과정에서 일부 전경은 방패 날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또 '용산 참사'와 '집회 시위 보장' 등의 현안과 관련해 야당과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기자회견에 대해선 자의적 판단에 따라 '불법집회'라고 규정한 뒤, 참가자들을 강제연행 하거나 기자회견 자체를 막고 나서는 행태를 보여왔다.
 
결국 노 전 대통령 장례기간 중, 촛불을 들고 부모와 함께 시민분향소로 가려던 5살 배기 아이를 향해 '불법'을 운운한 경찰이 보수진영의 '가스총' 발사에 대해선 수수방관적 태도를 보이는 등 경찰 스스로가 이중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 최근 경찰의 과잉진압과 원천봉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5살 배기 촛불' 동영상.     © MBC

■ "기가막힐 따름, 이래서 독재정권이라고 하는 것"

민주당 김현 부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만든 분향소를 부스려던 것은 반인륜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밝힌 뒤, 가스총을 쏘며 현장을 '진두지휘'한 서정갑 본부장에 대해선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이와 함께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을 향해선 "서 씨는 어청수 전 경찰청장으로 부터 감사장을 받은 바 있다"며 "경찰은 일반 시민이 가스총을 사용하고 폭력을 행사했는데 왜 조용히 돌려보냈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을 겨냥, "무고한 시민을 곤봉과 방패로 무지막지하게 진압해 놓고 전경의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우기는 경찰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라며 "국민은 이래서 독재정권이라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경찰, 최근 진보신당 기자회견 '불법집회' 으름장…"보수단체의 지팡이"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 역시 이날 브리핑을 갖고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라며 "경찰이 가스총까지 동원된 보수단체의 위협적 집회는 팔짱만 끼고 있으니 과연 '민중의 지팡이'인지, 아니면 '보수단체의 지팡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주 진보신당이 개최한 경찰청 앞 기자회견에서 '불법집회' 임을 명확히 밝힌 뒤 참가자들을 향해 강제해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당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가스총'은 커녕, 피켓만을 들고 있을 뿐이었다.
 
▲ 경찰은 보수단체의 집회와 달리, 진보진영의 현 정부 규탄 집회에서는 강도높은 진압작전을 펼쳐왔다. (사진은 지난 10일 열린 '6.10 범국민대회' 모습)    ©CBS노컷뉴스

김 대변인은 "촛불은 불법이고, 가스총은 합법인가"라고 반문, "다시 한번 이런 사태가 난다면 진보신당은 민주시민단체 등과 함께 법적인 조치 등을 강구할 것이다. 경찰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 김지혜 부대변인은 "경찰은 정권에 대한 과잉충성대신 모순적인 태도를 버리고 공권력의 정당성, 형평성을 세워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은 정권이 공권력을 강화할수록 국민과는 더욱더 멀어지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누리꾼, 강력 성토…"대한민국, 가스총이 합법적 시위도구 된 나라"

경찰과 이명박 정부, 보수단체 회원들을 향한 누리꾼들의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알바솔져'는 다음 아고라에 '가스총이 합법적인 시위 도구가 됐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경찰은 가스총을 사용한 그 누구도 연행하지 않았다"며 "이젠 시위상황에서 가스총을 사용해도 연행을 당하거나 구속되는 사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오전 게재된 글은 오후 5시 현재 3만 5천 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누리꾼들의 댓글 역시 6백 건을 넘고 있다. 대부분의 댓글들이 경찰을 맹성토하는 내용이어서, 경찰의 '이중잣대'를 바라보는 비판이 어느정도로 높은가를 가늠케하고 있다.
 
▲ 누리꾼 '알바솔져'가 16일 오전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     © 다음

'알바솔져'는 특히 노 전 대통령 장례기간 중 논란이 됐던 '5살 배기 촛불' 동영상을 거론, "왜 어린 아이가 들고 있는 촛불은 불법이고, 보수단체가 들고 있는 가스총과 쇠파이프 각목은 불법이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상식사회'는 "앞으로 촛불모임에는 반드시 '가스총'을 지참하자. 내가 먼저 차고 나갈 것"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장호철'은 "보수 꼴통들은 경찰에 잡혀가도, 설령 법정에 서더라도 최대한의 관용이 베풀어질 것"이라고 힐난했다.

'후리지아'는 "진보 진영에서 물총이라도 쐈으면 뭐라고 허위과장했을지 심히 궁금하다"며 "5살 어린애가 들고 있던 촛불하나도 흉악한 무기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가스통과 가스총은 무기가 아니닌 나라가 돼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달빛아래'는 "친정부 시위를 하면 가스총을 들어도 가만히 있고 반정부 시위를 하면, 아니 근처에만 있어도 연행된다"며 "법을 바로세우겠다던 경찰은 언행불일치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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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16 [17: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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